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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May 27. 2024

아말다말무사무탈

비나이다비나이다

친구 중에 가장 먼저 하얀 드레스를 입었던  친구, 은희. 대학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던 그녀는 스물여섯이 되던 해에 남편을 따라 남쪽으로 갔다. 은희는 결혼 소식에 이어 임신 소식을 전했고 예쁜 아가도 낳았다.


은희가 낳은 아가는 우리들에게 신기 그 자체였다. 아가의 엄마가 된 은희는 낯설지만 아가를 안은 모습은 내겐 너무 예쁜 그림 같았다. 이모들의 사랑을 받던 아가, 현우. 그 아가가 얼마 전에 군대를 갔다.


은희가 아기를 바라보던 풍경은 눈이 부셨다.


현우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에도, 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도 얼마 전에 군대를 간다고 했을 때에도 믿기지도 않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게도 이런 마음인데 아들을 군대 보낸 마음은 어쩌랴. 아가를 떠나보내는 엄마의 심정. 생각만 해도 눈물이 차오른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 아가가 너무 아까웠다. 너무 앞서간 엄마는 군대 가는 장면을 떠올리고 울었던 생각이 난다. 엄마 마음이 그렇다.


어릴 때 멋있는 군인 아저씨, 크면 내 동생 같은 군인, 나이 드니 내 자식 같은 군인으로 세월 따라 시선 달라진다.

얼마 전에는 수류탄 사고로 훈령병이 숨진 사고가 있었다. 안 그래도 사고 뉴스를 보면서 군대에 가 있는 조카와 현우가 떠올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

육군의 한 부대에서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해 병사 1명이 사망하고 교관이 크게 다쳤다.
 
21일 육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세종시에 있는 제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진행한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던 중 수류탄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세계일보-

군대에 보내고 훈련 중 아들을 잃은 부모 심정을 어찌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픔의 무게.

능숙하지 않은 훈련병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이 너무 한스럽다. 연습용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군대 사고. 상상 만으로 너무 무섭다. 아들 같은 젊은이들이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길 바란다.


현우를 보내놓고 접한 사고 뉴스는 아들을 군대에 갓 보낸 은희 마음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잠도 이루지 못하고 힘들었다는 은희.


은희는 현우를 보내놓고 '아말다말무사무탈' 주문처럼 달고 산다고 했다. 카톡 프로필에 쓰인 아말다말무사무탈.


"도대체 아말다말무사무탈이 뭔 말이니?"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제발 사고 없이 무탈하게 돌아오라는 뜻이야."


자식을 물가내놓고 늘 걱정한다.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지켜봐야 하는 부모는 속이 말이 아니다. 새까맣게 타고도 하얗게 재가 되어 온 세상을 뒤덮는다.  두려운 마음, 조바심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아말다말무사무탈!

우리 아들들, 건강히 잘 다녀와.

이 땅의 젊은이들, 이 세상의 귀한 이들이여

제발 아말다말!!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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