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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방울 Jul 29. 2024

무너지는 건 한 순간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


자고 일어나 여느 때처럼 남편을 흔들어 깨우다가 깜짝 놀랐다. 늘 부드럽게 만져지던 가슴살과 불룩한 남편의 뱃살. 오늘 아침엔 따뜻한 바게트를 짚는 느낌이다. 파도치던 그날의 그것이 아닌 단단함이었다.


가벼운 알고 들었다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들리지 않았던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잠에서 깨어난 남편은 기지개를 폈다. 왠지 힘을 더 주는 것 같은데? 울룩불룩 팔뚝에 알통이 보인다.


"오, 뭐야! 근육맨이네."

말없이 잠에서 깨어났으면서 안 들리는 척 얼굴에 흡족한 미소만 만연하다.

"아, 아쉽다. 운동하기 전을 사진을 찍어뒀어야 하는데..."

"찍고 싶으면 다시 돌아가면 되지."

"무슨 말이야?"


운동은 며칠만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원래의 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한 달 넘게 매일 만든 근육이 그렇게 쉽게 빠진다고?'

세상 이치가 그런건가? 돈은 벌기 힘든데 순간 날리기 쉽고, 살은 빼기 힘든데 찌는 건 한 순간이고, 어렵게 공들여 잡은 습관은 방심하는 순간 하루 아침에 무너져 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나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절할 수 없는 상황으로 와장창 무너지기도 한다.


초등 시절 내내 중요하게 생각한 건 습관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 일상생활 속에서 해야하는 생활 습관,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 독서 습관들.  이런 습관들을 쌓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너지지 않고 단단히 쌓아올려 여전히 단단하게 지켜나가는 가정을 보면 정말이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환경 변화가 많았던 시기. 코로나로, 주말 부부로, 아들과 남편과 이산가족 생활로 들쑥날쑥 달라진 변화들로 몇 년간의 습관은 하루 아침에 균형을 잃고 무너지고 말았다.




경력을 탄탄하게 쌓아올린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도 한 순간의 실수로 그 동안 쌓은 명성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평소 나를 잃지 않고 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언제나 명심하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너져내리는 모든 것들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아야 할 것은 나를 다시 바로 일으켜 세우는 힘.


방심하는 사이 단단해졌던 근육이 물컹하게 돌아가더라도 다시 매일 아침 운동화 끈을 매고 바벨을 들어올리는 끈기. 정성스레 쌓아올렸던 나무 조각이 와르르 쏟아진 순간에도 눈물을 닦고 힘을 모아 다시 쌓아올리는 마음. 게을러진 마음에 흐트러진 일상에도 계획을 세우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힘. 중요한 일을 놓쳐 위기에 놓인 순간에도 나를 놓치 않는 힘이 있다면 나를 둘러싼 온 우주가 힘을 보태줄 거라고 믿는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시르죽지 않고 야물게 잡고 있어야 하는 것.

다시 일어나는 힘을 가진 '나' 자신.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힘들이 쌓이고, 살아온 나의 신념들이 뭉쳐져서 만들어진 단단한 나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서는 '나'이기를.


*시르죽다 : 기운을 못차리다. 풀이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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