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시작되었다. 바쁜 하루의 시작은 월요일을 따라갈 수 없다. 마음도 분주하고 잠시 헝클어졌던 리듬을 회복하려면 굳었던 일의 회로를 다시 돌려야 한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조잘조잘 아이들과 떠들고, 인사 대신 주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선생님, 저 주말에 놀이동산 갔어요. 엄청 무서워서 막 울었는데 진짜 재밌어요."
"너무 신났겠다!"
"있잖아요, 두 밤만 자면 제 생일이에요!"
"아, 정말?"
"선생님, 캠핑장 갔다가 모기가 손가락을 물었어요. 완전 간지러워요."
"아이고, 약 발라줄까? 건드리면 안돼."
말이 얼마나 하고 싶었을까?
바쁜 시간이지만 건성건성 아이들의 말에 반응을 해주지만 내 마음은 일단 바쁘지, 바빠. 미안하다.
아직도 아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 오늘 우리 급식 뭐나오는지 아세요?"
"글쎄, 모르는데?"
"야식이 나온대요!"
"야식? 야식은 밤에 먹는 건데 야식이 나온대?"
"네! 완전 기대되죠?"
정신없이 수업 준비물을 확인하고 인쇄를 누르고, 내일부터 두 분 다 분교로 출장을 가시는 기간이라 오늘 미리 결재를 다 맡아야 한다. 서둘러, 서둘러.
무사히 이른 아침의 급한 마음은 가라앉고 너도 나도 즐거운 점심 시간.
"선생님, 오늘 야식 나오는 거 아시죠?"
아까 얘기해 준 다은이가 다시 행복한 시간을 상기하라고 말해준다. 사랑스럽다.
네가 말하는 야식은 치킨을 말하는 거니? 아니면 족발? 나도 내심 기대하며 급식판을 들고 메뉴를 들여다 보았다.
나는 순간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아내지 못했다.
내 식탁에 담긴 것은 검정보리쌀밥, 감자국, 이색계란찜, 돈육김치볶음, 깻잎김치, 야식...이 아니라 '약식'
다은이가 말한 것은 바로 야식이 아닌 약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처 = 픽사베이
"다은아, 다은이가 야식 나온다며! 야식이 아니라 약식이었잖아."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근데 선생님, 약식이 뭐예요?"
다은이도 웃는다.
급식실에서 영양사 선생님에게 좀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드리며 또 한참 웃었다.
많은 아이들이 약식이 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에게는 낯선 음식이어서인지 먹고 싶어하지 않아서 꼭 반 이상은 먹도록 했다.
우리 나라 전통 음식인데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나? 그렇게 많이 모르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요즘 아이들에겐 달달한 케이크와 쿠키들이 더 익숙하겠지. 달작지근 하지만 흑설탕과 계피 맛에 콕콕 박혀있는 대추와 밤, 견과류들이 섞여 있는 약식을 먹는 아이들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먹는다.
밥을 먹다가 다은이와 약식을 번갈아보며 혼자 웃고 말았다. 야식인 줄 알았는데 실망한 다은이의 모습.
"귀엽다, 귀여워!"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모르면 이토록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가 이슈가 되어서 몇 가지 떠돌았던 이야기들이 있다. 알지 못하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웃긴 에피소드가 되었지만, 슬픈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