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돌아가라고
내장산은 처음이다.
사실 군시절을 지긋지긋한 고대산 정상에서
보낸 이후로는 산을 멀리하곤 했다.
일로 떠난 여행이라 아무생각 없이
일행을 따라 걷고 또 걷고
그때만해도 내 머릿속엔
그저 일 생각뿐이었다.
어떤 협업을 할까
어떤 시너지를 낼까
내장산기슭에 살고 계신
주민들을 만나고
뒤를 따라 한걸음 한걸음
새소리도 바람도
그때까지는 그냥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늘 아래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이 안 보인다.
초록만 보일뿐이었다.
층층나무란다.
그순간 내 머리는 잠시 떠났다.
난 그동안 하늘만 보려고 했나.
층층이 푸른 잎은 보지도 건들지도
관심도 갖지 않은채
그저 하늘만 보려고 한 게 아닐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내장산을 다녀온 며칠 뒤에
난생처음 이석증이라는 녀석이 나타났다.
일어나지도 고개도 돌리지 못했다.
세상이 빙빙돌았다.
잎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았던
층층나무처럼 세상이 가려졌다.
일주일을 회사를 못가고
집에 있으면서 문득 다시
그 층층나무가 떠올랐다.
하늘만 보려하지말고
잠시 쉬어가라고
나뭇잎도 보면서
한 층 한 층 걸어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