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더락 Jul 18. 2020

「모네에서 세잔까지」를 봤다. 기분이 좋았다.

유화는 사랑입니다

전시회 굿즈. 벽이 운다 울어,,



 2017년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을 보고 유화의 매력에 빠졌다. 당시의 나는 전등의 빛이 그림을 비출 때 생기는 세세한 그림자들이, 그림의 결을 한층 더 다채롭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다른 전시를 갈 때마다 유화 그림들은 주의 깊게 봤고, 이는 이번 전시를 가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화가 카미유 피사로와 에드가 드가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많은 기대를 안고 전시회장에 들어갔다. 오늘은 전시에 관한 평과, 기억에 남은 에드가 드가의 「포츠담 광장의 밤」과 카미유 피사로의 「튈르리 정원의 오후 태양」에 관하여 얘기하고자 한다.      


 전시회의 입구에는 1874년 제1차 인상파 전시회에 대한 루이 르로이의 “이것은 단지 인상주의(impressionism)에 불과하다”라는 비평 문장이 적혀 있다. 이후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인생의 고통은 지나가버리지만, 아름다움은 영원히 남는다.”, 클로드 모네의 “빛은 곧 색채이고, 색채는 곧 빛이다.”, 폴 세잔의 “예술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라는 문장들이 각 벽에 적혀 있다. 전시회는 <수경과 반사>, <자연과 풍경화>, <도시 풍경>, <정물화>, <초상화>, <인상주의 판화> 구역으로 나뉘었고, 구역마다 다른 색으로 벽을 꾸몄다. 전시회장의 구조가 중간에 길이 있고, 양옆으로 ㄷ이 마주하는 형태로 그림이 전시되어 보는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조금 헷갈렸지만, 바닥의 화살표가 관람 순서를 잘 안내했다. 구역마다 주요 인상주의 화가들에 관한 설명이 적혀 있어서,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팜플렛이 너무 불친절하여 ‘이럴 거면 팜플렛을 왜 만들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시 구성 자체는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15,000원 값을 한다고 본다.      


 에드가 드가의 「포츠담 광장의 밤」은 이번 전시에서 <도시 풍경> 구역에 있는 그림이다. 유화로 표현한 그림 안에는 그 무엇도 명확하게 그려진 것은 없지만, 그림을 보는 이로 하여금 “비 오는 밤의 거리”라는 관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비 온 다음 날 우리는 바닥에 물이 고여 건물의 빛이 반사되는 걸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매력은, 밤하늘을 단순히 검은색으로 칠한 것이 아니라, 남색과 짙은 파란색으로 칠해 흔히 생각하는 “밤 = 검은색”이 아닌 우리 눈에 보이는 밤의 색을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도리어 작가는 건물의 색과 사람들의 옷, 우산의 색을 검은색으로 표현하여 하늘의 색과 대조하게 만든다. 또한, 건물의 빛이 길바닥에 고인 빗물에 의해 실제로 비치는 빛보다 훨씬 더 많은 빛의 색이 바닥에 존재하는 걸 볼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마치 포츠담의 거리가 어떤 호수 위에 부유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바닥의 많은 틈 속에 고인 물이 마치 거울처럼 작은 빛을 확산시켜나간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 준다.      

 카미유 피사로의 「튈르리 정원의 오후 태양」 또한 이번 전시의 <도시 풍경> 구역에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처음에 보자마자 아름답다는 말이 나왔다. 그림의 절반을 옅은 구름이 잔잔히 퍼진 하늘이고, 절반은 도시와 정원의 모습인데, 노트르담 성당으로 추측되는 건물도 보이고, 루브르 박물관을 짓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도 보인다. 그림 안의 나뭇잎의 색이 갈색과 황색인 것을 미루어 보아 계절은 가을로 추측된다. 공원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전체적으로 그림을 보는 이에게 여유로운 느낌과 가을 햇살과 같은 따뜻한 느낌을 준다. 최근 나의 삶이 좀 빡빡했던 터라 그림을 보면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일(7월 19일)은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의 〈FRENCH MODERNS : MONET TO MATISSE, 1850-1950〉을 보러 갈 예정이다. 19세기 중엽에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작품을 이렇게 많이 볼 기회는 흔치 않다는 생각도 들고, 한가람 미술관과 아람누리 미술관 전시는 어떤 점에서 다를지 기대가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를 봤다. 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