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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09. 2020

자가격리 D+1. 격리를 위한 준비

시차 때문인지 어제 피곤해서 일찍 잠들어서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배가 고파와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배달앱을 다운로드하여보았다. 배달앱은 처음 사용해 보는 것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다들 사용한다니 한 번 해보자. 한국 음식 배달 서비스가 그렇게 좋다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었다.


먼저 쿠팡 이츠를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했는데, 주문을 하려고 하니 로그인을 하란다. 로그인을 하려고 하니 쿠팡 앱으로 로그인을 하라고 하면서 쿠팡 앱을 또 다운로드하게 하고 있었다. 어차피 같은 시스템인 듯한데 쿠팡 앱을 다운로드하게끔 하려는 속셈일까 싶었다. 아니면 쿠팡도 sns로 로그인하기 뭐 이런 걸 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튼 귀찮다. 또 다른 앱을 받으라니.


툴툴거리면서 쿠팡 앱을 받아 쿠팡 이츠 로그인을 하고 심혈을 기울여 먹을 것을 골랐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선택권이 별로 없었지만 신중하게 골랐다.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를 하려고 하니, 계좌이체와 카드결제 두 가지의 옵션이 주어졌다. 카드결제를 눌러서 카드번호를 입력하고 나니 휴대폰 본인인증을 하란다. 하아... 휴대폰 번호를 외국 번호도 받게 해 놓든가... 본인인증 방법을 다른 것도 만들어 두던가 해야 할 것 아닌가. 요새는 메일로도 인증 많이 하던데. 투덜대면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까 싶어 다른 카드를 입력하다 보니 본인 카드만 된단다. 삼차 빡침이 시작되었다.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카드 없으면 어쩌라고. 신용카드에 등록된 핸드폰 번호라면 본인 명의 핸드폰이 아니어도 인증이 된단다. 그래서 예전에 엄마 쓰시라고 내 이름으로 뽑아놓은 신용카드로 시도해보았다. 그건 엄마 핸드폰과 연결되어 있으니 인증번호만 엄마가 불러준다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웬 이상한 에러가 뜨면서 카드사에 문의하란다. 연결된 핸드폰 번호가 두 개 이상이라 나는 건가? 에러 메시지도 이해가 안 간다. 한국어를 제대로 쓴 건 맞는 걸까? 카드사에 전화를 했으나 카드사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혹시나 싶어서 내 카드가 여러 개 등록되어 있는지, 핸드폰 번호가 여러 개 등록되어 있는지 물어봤지만, 내 카드는 한 개고 연락처도 하나만 등록되어 있단다. 사차 빡침. 쿠팡 이츠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이 에러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왜 에러가 나는지 물어보았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면서 연락처를 물어본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한국 핸드폰 번호가 없어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내 상황설명을 듣긴 들은 건가 싶었지만 차분하게 '해외 전화번호로 연락 주실 수 있으신가요?'라고 물었고, 당황하는 상담사. 일단은 주시라고 해보겠다면서 연락처를 받아간다. 속으로 '퍽이나...' 싶었지만 연락처를 불러주었다.


계좌이체를 하자. 카드결제는 포기하고 계좌이체를 선택했다. 바로 휴대폰 본인 인증으로 넘어갔다. 나지막하게 욕을 한마디 뱉고는 포기했다. 이 단계에 이르니 빡치지도 않는다.


쿠팡 이츠만 배달앱인가? 배달의 민족을 받으면 되지. 배달의 민족을 받고 주문하려고 하니 로그인을 하란다. 배민은 회원 가입한 적이 없었기에 회원가입 버튼을 누르고 약관에 동의를 하고 가입을 하려니 핸드폰 인증 번호를 받으라고... 하아... 핸드폰 인증 번호는 왜 해외번호로 보내주지 않는가? 핸드폰 번호 하나로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로밍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아무데서나 통화도 인터넷도 할 수 있는 시대에 말이다. 우버 이츠는 세계 어느 전화번호든 다 받는다고!! 우버 이츠 도입이 시급하다.


한국 핸드폰 번호가 있기는 하다. 그래, 그놈의 인증 뭐시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한국 서비스를 쓰려면 한국 핸드폰 번호가 필요하다. 내가 정신없이 짐을 챙기느라 깜박하고 유심을 가져오지 않은 것뿐이다. 공인인증서의 큰 벽은 이제 넘었지만 이 휴대폰 본인 인증도 나아갈 길이 멀구나. 하아... 나는 어쩌자고 짐을 쌀 때 한국 유심을 챙기지 않은 걸까. 나를 자책하면서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다. 유심을 새로 발급받고 싶은데 유심을 집으로 보내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유심을 재발급받고 싶으면 핸드폰을 들고 가까운 대리점을 방문하란다. 나 자가격리 중인데...... 방법이 없나 보다. 망할. 요새는 eSIM으로 넘어가는 추세인데 이런 것도 안 해주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 통신사들은 eSIM 안 해준다던 글을 읽은 것 같다. 왜지? 진짜 편한데. 분실할 일도 없고. 심카드 파는 게 돈이 되는 건가?


배달 주문은 포기하고 배고픔을 참고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다. 보건소에서 먼저 연락을 준다고 했지만, 동생 핸드폰 번호를 적은 터라 동생한테 전화가 먼저 갈 것 같길래 내가 전화를 먼저 했다. 이러저러해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설명을 했더니, 그럼 지금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면서 이것저것 물어왔다. 어디서 입국했느냐, 편명이 뭐였냐, 한국에 마지막으로 왔던 건 언제였냐, 증상이 있느냐, 코로나 검사를 한 적이 있느냐 등등이었다. 그리고는 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려면 차량을 예약해야겠다면서 이틀 뒤로 예약을 해주었다. 나는 방역물품이 언제 전달되는지를 물었다. 방역물품은 체온계와 소독제, 그리고 격리자가 사용한 것들을 배출하는 쓰레기봉투 등을 말하는 것인데, 동생이 세 달 전에 격리를 한 적이 있어 대부분이 집에 남아있었다. 보건소 직원분은 아마 보건소에서 검사하는 날 받을 수 있을 거라 했고, 나는 다른 것들은 집에 있으니 쓰레기봉투만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메모 남겨 전해주겠다고 하더라. 뭐 이것저것 안내사항을 죽 읊어주기에 대답만 열심히 하고는 끊었다. 쓰레기봉투는 어떻게 쓰는지, 코로나 검사는 어떻게 진행할지, 자가진단 앱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의 내용이었다.


배가 계속 고프고 집에 먹을 것이 별로 없어서 마트에서 장이라도 보자 싶어 온라인 주문을 했다. 이 조차도 쉽지 않았지만, 쿠팡 이츠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지. 험난한 아이디/비번 찾기의 과정과 휴면 계정 해제 과정을 거친 끝에 주문을 끝내고 나니 드디어 뭔가가 되었다는 생각에 기쁘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보건소에서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뭔 소리야. 내가 이미 전화해서 다 했는데? 보건소에 전화하니, '다 하셨네요?' 하고는 나중에 다시 연락한단다. 하아... 확인도 안 하고 동생한테 먼저 전화했나 보다. 주말인데 아침부터 깨울까 봐 내가 먼저 한 건데 결국엔 깨웠네. 미안한 마음에 동생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배달앱 때문에 열 받은 이야기를 했더니 동생이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왔다. 치킨이랑 족발이랑 떡볶이랑 짬뽕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시간이 일러서 다른 건 문이 안열 었을 테고 떡볶이부터 먹으란다. 자기가 주문해주겠다고. 최소 주문 금액이 있어서 2인분이 넘는 양의 분식을 시켰다.


배달음식이 도착하고 감격에 겨워 먹고 있는데, 동생한테 또 연락이 왔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는데 담당자가 정해졌다면서 안내사항을 알려줬다고. 자가진단 세 번 하고, 검사받는 날 차량 예약이 며칠이며, 쓰레기봉투는 어떻게 사용해달라고 했단다. 이미 다 나와 이야기 한 내용인데... 공무원들 참 효율적이지 못하게 일 열심히 하네. 메모 남겨주겠다고 한 내용도 없었는지, 동생이 한 번 더 이야기했단다.

감격에 겨웠던 첫 배달 음식.

배달음식만 먹고 살기에는 지구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 밥을 해 먹어 볼 요량으로 반찬 배달을 시키려 했다. 한국에 올 때만 가끔 사용했던 서비스라,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휴면 계정이라고 휴면 계정 해제를 해야 한단다. 해제를 시도했더니 하얀색 바탕에 아무것도 없는 화면이 뜨고 넘어가질 않았다. 버그인가 보다. 403 에러가 나는 듯했다. 뭐지... 혹시나 해서 다시 로그인을 해보니 역시나 휴면 계정이란다. 대체 어떻게 해제하는 건가. 고객센터에 문의해보니 주말이라 연락이 안 되고, 월요일에 답을 주겠다는 챗봇의 메시지만 받았다. 


하아 정신없다. 이렇게 하루가 가는구나.


아, 물론 쿠팡 이츠에서 다시 전화가 오는일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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