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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10. 2020

자가격리 D+2. 혼자만의 휴식

오늘은 오전에 엄마와 친구와 영상통화를 했다. 외국에 지내면서도 매번 하던 것인데, 한국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달라 보이는지 반가워하더라. 격리는 어떠냐며 답답하지 않냐며 걱정해주어서 고맙지만, 나는 아주 잘 쉬고 있다. 오래간만에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 정말로 오래간만이다. 혼자 있는 것은.


자가 격리하면서 건전한 취미 생활이나 해볼까 하고 장난감을 주문하는데, 또 만난 핸드폰 인증. 그놈의 핸드폰 인증. 부들부들. 혹시나 싶어 친구 핸드폰 번호를 넣고 친구한테 연락해 인증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오? 주문이 제대로 되었다!! 아니 이게 뭘 위한 인증이지? 왜 이건 되는 건가?! 어쨌든 주문이 됐으니 너무나 신나는구나. 으하하. 내일이면 온다니 정말 빠르다. 


어제 마트에서 배달 온 것들로 이것저것 해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움직이질 않아서 인지, 위장도 시차 적응을 하는 것인지, 배도 별로 고프지 않아, 하루에 한 끼 ~ 두 끼만 먹어도 되더라. 집에만 있으니 살은 안 빠질 것 같지만. 혼자 있으니 밥도 시간 맞춰 먹지 않게 되고 귀찮으면 대충 때워도 되고 내 멋대로 살 수 있구나. 후후.


이왕 이렇게 된 거, 이참에 공부나 좀 하자 싶어 온라인 강의를 들어보았지만, 강의만 들으면 왜 졸린 걸까. 오늘까진 그냥 쉬자. 공부가 싫은 것이 아니라 시차 적응도 해야 한다고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짐 정리도 해야 하는데 손가락 까딱하기도 귀찮다. 그저 누워서 쉬고만 싶다. 


늦은 오후에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니 나를 데리러 오겠다는 전화를 받았단다. 내 동생은 이렇게 중간에 껴서 전화를 계속 전달해야 하는 걸까? 귀찮겠다 싶었다. 보건소와 통화할 때 이왕이면 나한테 직접 전화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무래도 해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수는 없나 보다. 내일 오전에 데리러 온다는데 출발하기 전에 전화한다고 했단다. 또 내가 아닌 동생한테 전화할 것이 아닌가. 에휴. 그래도 보건소에 다녀오면 연락받을 일이 없을 거라고 위안삼아 본다.


어제 먹은 매운 떡볶이가 너무너무 맛있었지만 너무 오랜만에 먹은 것인지 속이 좀 쓰리다. 한국을 오래 떠나 있었더니 위장이 나약해졌군. 하지만 너무 그리웠다. 이 매운맛! 배가 아프니까 또 좀 누워있자. 비행기 타기 전까지 너무나 바빴으니까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날도 필요한 법!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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