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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11. 2020

자가격리 D+3. 코로나 검사

오전에 보건소에서 데리러 온다고 하여 아침부터 세수하고 옷 갈아 입고 보건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데, 평일에 연락 준다던 반찬가게 고객센터에서 메시지가 왔다. 상담사는 휴면 계정이 복구되지 않는 현재의 상태를 물어보았다. 10시부터 상담 가능한 시간이던데, 이렇게 일찍? 오늘 일찍 출근했나 보다. 상황을 설명하고 내 계정 정보를 주었더니 확인하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한다. 상담을 카톡 메시지로 하니 내가 연락하기도 그들이 연락하기도 편하고, 실시간으로 대답하지 못해도 원할 때 답을 할 수 있어서 좋구나. 카톡 만만세다.


역시나 보건소와 약속했던 시간이 되자 동생한테 연락이 먼저 갔고, 동생이 전화를 해서는 엠뷸런스가 15분 뒤에 도착이라고 알려준다. 시간 맞춰 건물 밖에서 기다렸는데, 엠뷸런스는 아니고 보건소 차량이 와서 창문으로 내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 차에 타고 보건소를 가는데, 생각보다 멀었다. 동네 보건소라고 동네에 있는 게 아니었구나. 아니면 이 동네가 생각보다 큰가 보다. 15~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서 내린 곳에 선별 진료소가 있었다.


하얀 방호복을 입은 직원이 안내를 해주었고, 접수를 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접수를 하는 동안 안내를 해준 직원은 격리 잘하고 계시냐고 물었고, 나는 얼떨떨하게 '네? 네.'라고 대답을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직원이 내 담당자였다.


검사에 대해서는 익히 악평을 많이 들었던 터라 아파도 참을만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코가 찌릿찌릿했지만.) 코를 한번 깊게 찌를 때는 코피가 날 것 같았고, 목구멍을 한번 깊게 찌를 때는 토할 뻔했지만 그것으로 채취는 끝났고, 검사 결과는 늦어도 내일이면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내 손에 웬 편지봉투와 쓰레기봉투를 쥐여주고는 가시면 된다고 하더라. 다행히 쓰레기봉투만 달라는 건 잘 전달된 모양이었다. 덕분에 세금도 아끼고 지구에게 미안할 일도 하나 덜었다. 보아하니 다른 사람들은 쇼핑백을 하나씩 주더라, 그 안에 여러 물품이 들어있는 모양이었다. 미리 얘기하길 잘했다. '감염병 의심자'인 내 손에 쇼핑백이 한 번 건너와버리면 그걸 다시 돌려주기는 힘들었을 테니.

보건소에서 받아온 편지봉투와 쓰레기봉투

검사를 끝내고 나오면서 내 담당자라는 분께 동생한테 미안하니 가능하면 나에게 직접 연락을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꼭 필요한 연락만 주시고 이왕이면 문자로 남겨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들도 규칙이란 게 있을 테니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안 그래도 바쁠 텐데 이런 것 까지 신경 써달라고 해도 되나 싶긴 했다.


오후 늦게나 돼서야 오전에 연락 왔던 상담사에게 메시지가 왔다. 담당자 부재로 확인이 어려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이다. 개발팀에게 연락해 물어보려고 했는데 개발팀이 추석이다 뭐다 해서 긴 휴가를 썼나 보다 하는 생각에 그냥 넘겼다. 그래, 다들 힘들게 일하는데 쉴 땐 쉬어야지.


어제 주문했던 장난감이 도착했다. 이거라면 2주간 아주 잘 놀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손가락이 간질거렸는데, 이걸 하면서 해소해야겠다. 바로 뜯어서 시작했는데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 하하, 역시 재밌다. 하다 보니 하루에 세 번 해야 하는 자가진단도 깜박해서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조금 늦게 해도 괜찮으려나 생각하면서 빠르게 체온계로 열을 재고 입력을 했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다니, 이것만 있으면 2주도 금방 가겠다!

내 격리 기간을 책임질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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