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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20. 2020

자가격리 D+11. 비대면 배달

점심때쯤 누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 수가 없으니 누구시냐고 물었는데, 잘 안 들리는 건지 다른 걸 하고 계신 건지 내 말은 듣지 않고 부스럭부스럭 소리만 내다가 사라졌다. 잠시 후 문을 살짝 열어보니, 우체국에서 등기가 왔으나 부재중이어서 내일 온다는 메시지만 문에 붙어있었다. 등기는 본인이 수령하거나 사인을 받아야 해서 그냥 문 앞에 두고 갈 순 없는 건가? 뭔가 봤더니 동생 앞으로 온 등기였다. 동생한테 등기가 왔었는데 못 받았다고 이야기했고, 동생은 담당 집배원과 통화해서 다음번에 올 땐 그냥 문 앞에 두고 가셔도 된다고 했단다.


그런데 한 시간 뒤에 동생은 같은 우체국에서 택배가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그분이 또 오시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다른 택배였다. 왜 같은 우체국에서 같은 집으로 다른 집배원이 오는가에 대해서 의아했지만, 등기 담당과 택배 담당이 구분되어 있는 거라 생각했다. 이번에는 동생이 미리 집배원과 통화해서 문 앞에 두고 가시라고 했고, 몇 시간 뒤에 문 밖에서 상자를 털썩 떨어트리는 소리가 났다. 도착했나 보다. 요새는 비대면 배달이라고 해서 문 앞에 놓고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오늘은 동생이 오후에 집 근처에서 회의가 있다며, 가는 길에 뭘 좀 사다줄까 물어봤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었는데, 동생이 중국집은 일 인분 배달이 안되니까 짬뽕을 포장해서 문 앞에 두고 가겠다고 했다. 지난번에 먹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 '치킨, 떡볶이, 짬뽕, 족발'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나 보다. 너무 신났다.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문 밖에서 똑똑 소리가 나더니, '놓고 간다'라고 소리치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자로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문을 살며시 열어 짬뽕을 들고 들어왔다. 역시 배달음식 하면 중국요리지! 기쁜 마음에 짬뽕을 먹는데, 이게 너무 맛있는 거다. 와, 이 동네 짬뽕 맛집이 있었네. 감탄을 하면서 먹었다. 누가 사다 줘서 더 그런 걸까? 예이! 격리가 끝나면 동생 용돈이라도 좀 쥐어줘야겠다.

짬뽕을 먹다가 문득 생각났다. 아! 동생한테 술도 좀 사 오라고 할걸.ㅠ 중국집 빼갈... ㅠㅠ 짬뽕국물이랑 딱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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