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생이 생일이라 오래간만에 가족 카톡방이 활성화되었다. (말만 가족 카톡방이지 자주 연락하지 않는 우리 가족)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문득 엄마가 잘 지내고 있냐고 격리는 할만하냐고 물어보셨다. 격리 시작할 때쯤 영상 통화하고 이제야 묻는 쿨한 엄마. 나는 너무 잘하고 있어서 탈이라고 했다. 이 생활이 익숙해져 버려서 이제 그냥 이렇게 살고 싶다고.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했던가. 얼마 전에 격리를 했던 동생은 공감한다면서 내 말을 인정했다.
아 정말이지, 격리 끝났는데 나가기 싫으면 어쩌지. 걱정이다. 이제 안 나가도 살 수 있을 것 같고, 나가는 게 귀찮기도 하다. 격리가 너무 답답했다거나 힘들었다는 사람들은 혼자 격리를 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라 추측해본다. 혼자 있으니 딴 세상으로 분리된 것 같은 느낌으로 평화로웠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는 날도 있고, 핸드폰 연락 따위도 신경 쓰지 않고.
퍼즐도 다 못 맞췄는데 어쩌지. 격리 끝나면 시험기간인데 어쩌나,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은데 격리 끝나면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도 만나기로 했는데 어쩌나, 이래저래 바쁘겠다는 생각만 든다. 격리가 끝나가니까 걱정이 늘어간다. 뭔가 아이러니하다.
드디어 오늘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이 1단계가 되었다. 사실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해서 걱정이 많았다. 광복절 이후로 상황은 계속 나빠져만 갔고, 개천절 즈음으로 입국했기에 광복절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되도록이면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 것이 좋겠지만, 한국에 오랜만에 온 데다 짧게 머물고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그리운 얼굴들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었다. 좋아하는 한국 음식도 먹고 싶고.
당연히 지금 상황이 매우 좋아져서 1단계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니까 정부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겠지. 긴 연휴도 지났고 하니까 적절하게 조치를 취한 것 같다. 그러니까 계속 조심은 해야지 싶지만 오랜만에 한국 왔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돌아가나 싶었거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란...
보건소 직원분께 연락처로 카톡을 알려드린 이후로 카톡으로 메시지가 오는데, 이틀 뒤에 격리 해제가 된다며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이렇게 일일이 사람 하나하나 관리하는 것도 대단하다. 정말 이 시국에 숨은 공로자이며 고마우신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