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 in 2017.Sep
이탈리아를 여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 때 갔던 곳과 같은 도시들을 비슷한 루트로 갔지만 느낌은 당연히 매우 달랐다. 6년이나 지난 시간, 그리고 20대 때는 가난한 배낭 여행객으로 방문했던 곳을 30대가 되어 약간의 사치를 누리며 여행사 패키지로 다시 방문한 것, 가족과 함께한 것이 그 이유 이리라.
여행을 전혀 즐기지 않으시는 엄마 덕에 가족여행을 가게 되면 제주도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동남아 여행을 한 번 하셨던 엄마는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물갈이을 심하게 하시는 통에 다시는 해외여행을 할 엄두를 내지 않으셨다. 그런데 나이가 드신 건지 아니면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지 문득 베드로 성당에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다. 어디가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신 것이 처음이라 바로 여행을 준비했고 이 여행은 여러 명의 스케줄을 맞추느라 거의 1년 만에 성사되었다.
나는 너희처럼 배낭 메고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걸어 다니는 여행은 못한다는 말에 패키지여행을 생각했고 혹여나 부족한 부분이 생길까 비싸도 질이 좋은 여행 패키지 상품을 골랐다. 이 여행은 나에게도 부담이 되었다. 유럽여행은 어찌 되었든 길이 좋지 않아 많이 걸어야 하고 비행기도 오래 타야 하고 당연히 현지식을 많이 먹게 될 텐데 엄마가 잘 따라줄까 걱정되었고, 원데이 투어 같은 가볍게 근교를 다녀오는 여행 상품은 여러 번 경험해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전체 여행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은 처음이라 패키지 상품의 질이 얼마나 좋을지도 걱정이 되었다.
엄마는 지방에 살고 계시기에 새벽부터 4시간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인천에서 10시간 여를 날아서 로마에 도착했다. 로마에 도착한 것은 저녁이었고, 로마 공항으로 데리러 나온 가이드를 따라 숙소로 이동했다.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는 피곤해하는 엄마에게 시차 적응을 위해서 절대 12시 전에 잠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는 호텔 바로 내려갔다. 이탈리아에 도착했으니 이탈리아 맥주 한 잔 해야지.
호텔 1층에 있는 바는 카페를 겸하고 있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이탈리아 맥주를 한 잔 주문했다. 그러나 이 맥주는 정말로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왕 시킨 거 경험이라 생각하고 홀짝홀짝 마시고 있는 사이에 잠을 깨기 위해 내려온 삼촌과 엄마와 다시 만났다. 엄마는 술을 전혀 드시지 않지만 삼촌은 나와 같은 맥주를 한 잔 시켜서 마셨다. 삼촌 표정을 보아하니 삼촌도 맥주가 취향이 아닌 것 같길래, 와인 한 잔 하자고 제안했다. 이탈리아는 역시 와인이지.
이탈리아에서의 첫 와인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끼안띠로 골랐다. 바텐더에게 끼안띠를 가리키며 저 와인으로 한 병 달라고 했는데, 그 바텐더는 내 주문을 잘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한 병을 주문 할리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와인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한 병을 달라고 다시 말했고, 바텐더는 미안하다며 그 실수로 따른 한 잔을 그냥 주었다. 이탈리아에 도착한 날부터 공짜 술이라니 기분이 좋아 팁을 남겨두고 왔다. 고른 와인은 맛있었고 역시 이탈리아는 맥주보다는 와인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