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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Dec 31. 2018

이탈리아 여행 #1. 로마 1일 차

Rome

    우리의 일정은 로마에서 시작해 밀라노에서 끝날 예정이었다. 9년 전쯤 했던 나의 첫 이탈리아 여행은 밀라노에서 시작해서 로마에서 끝났었는데, 같은 루트를 반대로 도는 격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호텔로 가서 조식을 먹었다. 호텔 조식이라니,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내 여행에서 호텔에서 숙박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호텔에서 머물게 되더라도 아침밥보다는 아침잠을 선택하는 것이 나이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은 모든 일정이 정해져 있었고 모두 함께 그 시간을 지키고 따라야만 하기에 나도 졸린 눈을 비비며 호텔 식당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아마 여행이 끝날 때까지는 매일 호텔 조식을 먹게 되겠지 싶었다.

    

    첫날 버스 탑승 시각은 8시였다. 엄마를 비롯하여 다들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새벽 3시에 깬 모양이었다. 나는 호텔 모닝콜이 걸려 올 때까지 잘만 잤는데 말이다. 버스를 타니 가이드님과 기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가이드님은 독일에서 오신 분이었는데 한국어와 독어와 영어를 하셨고, 기사님은 체코에서 오셨는데 체코어와 짧은 영어를 하시더라. 버스에 탄 사람 모두가 서먹서먹했지만 여행이 끝날 때쯤엔 다들 굉장히 친해졌다. 


# 성 바오로 대성당

(Basilica di San Paolo fuori le mura)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는 성 바오로 대성당이었다. 성 바오로 대성당은 로마의 4대 성당 중에 하나로 성 바오로의 무덤 위에 지어진 성당이다. 

    가톨릭에서 가장 유명한 성인이라면 바오로와 베드로일 것이다. 성당의 가장 위쪽에 그리스도 예수 양 옆에 앉아있는 바오로와 베드로를 볼 수 있다. 그 아래쪽에 그려진 4명은 복음사가인 요한, 루가, 마테오, 마르코라고 한다. 

    성당 앞쪽에는 바오로 상이 상징인 칼을 들고 서있다. 대부분의 그림이나 동상에서 칼을 들고 있으면 바오로를 열쇠를 들고 있으면 베드로를 상징한다. 베드로가 들고 있는 열쇠는 천국의 문 열쇠인데, 바오로가 너무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어 바오로가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 아무도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열쇠를 베드로에게 맡겼다고 한다.

    성당의 바깥쪽은 큰 기둥들로 장식되어 있어 신전의 느낌을 주었다. 대리석 기둥들로 이루어진 복도가 네모난 모양을 그리고 있고 가운데는 비어있어 작은 정원 같기도 했다. 비어있는 가운데의 공간에는 잔디가 심어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는 바오로 동상이 서 있었다. 

    내부 역시 굉장히 멋있었는데, 역대 교황들의 얼굴로 채워진 벽 장식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현재 교황이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얼굴에는 조명이 쏘아지고 있었다. 성당의 제대 부분의 천창이 구형태로 된 것은 어느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데 음향시설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 제대에 서서 하는 이야기가 성당 내부로 잘 퍼질 수 있게 함이라고 한다. 


# 세 분수 성당

(San Paolo alle Tre Fontane)

    바오로 성인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가톨릭 박해 시절 순교했고, 그 당시에 참수형을 받았다. 베드로는 십자가형에 처해진 반면 바오로는 참수형을 받은 이유는 바오로가 로마 시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차마 최고형에 미치는 십자가형을 선고하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 바오로 성인이 참수당할 때, 그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튀어 오르기를 3번 하였는데, 바오로 성인의 머리가 닿은 세 곳에서 분수가 솟아났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물이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그 터 위에 지어진 성당이 바로 이 세 분수 성당이다.

    성당에 들어가자마자 양쪽으로 바오로 성인과 베드로 성인이 순교하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다. 참수대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 조금 놀라웠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 당시 사용했던 참수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 성당이 곧 참수터였다고 할 수 있겠다. 세 분수는 현재 제대로 이용되고 있다. 제대를 가까이 가서 보면 예전에 분수였던 모습이 보이고 바오로 성인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것 또한 볼 수 있다.

    성당의 바깥쪽에는 바오로 성인이 참수터로 가며 마지막으로 걸었던 길로 보이는 돌길이 보존되어 있다. 

바오로가 걸었던 돌길


# 카타콤베

(Catacombe di San Callisto)

    카타콤은 공동묘지를 뜻한다. 지하에 좁은 통로가 있고 무덤으로 사용하던 공간인데 과거 가톨릭 박해 시절 많은 기독교인들이 카타콤으로 숨어들어 예배를 드리거나 공동체를 이루어 살기도 했다. 그중에 로마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이 산 칼리스토 카타콤베는 역대 교황들과 순교자들이 많이 묻힌 곳이기에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 되었다. 

외부는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 내부와 대조된다.

    내부는 지하라서 그런지 아니면 무덤이라서 그런지 둘 다의 이유 때문인지 어두컴컴하고 으스스했다. 게다가 너무나 복잡한 구조라 어찌나 미로 같은지 내가 어디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비슷한 모양의 무덤들이 계속되는 길이어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가이드님은 여기서 길을 잃어버리면 아무도 찾을 수 없고 그냥 여기에 묻히게 되는 거라며 겁을 주셨는데, 다른 대단한 분들과 함께 여기 묻히려면 그런 방법도 있겠구나 싶었다. 안쪽은 카메라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설사 촬영이 허가된 곳이라 해도 다른 이들의 영혼이 떠돌고 있을 것 같은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는 싫었다.

    가이드님은 유명한 교황이나 순교자들의 무덤 위치를 설명해주시고 안내해주시고 그 사람의 배경과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주셨지만 너무나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통에 누가 누구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설명을 해주시는 중에도 우리끼리는 어차피 들어도 나중에 기억나지 않을 것 같다며 그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데에 열중했다.


# 라자냐와 끼안띠 와인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점심을 위한 레스토랑이었다. 대형버스가 우리를 픽업하고 레스토랑까지 가느니 우리가 걸어가는 쪽이 빠를 것이라고 판단되어 다 같이 걸어가기로 했다. 카타콤베 바깥쪽으로 나있는 산책길이 걷기에 매우 좋았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같이 걷다 보니 식당도 금방 나왔다.

큰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산책길과 식당 앞에 있던 석류나무

    점심은 라자냐였다. 이번 여행 처음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는 식사였다. 유럽 여행 중에 항상 느끼긴 했지만 유럽 음식은 짜다. 유럽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짜다고 느끼는 음식에 식탁에 따로 놓여있는 소금과 후추를 더 뿌려서 먹는다. 그래서 나는 핑계처럼 항상 와인이나 맥주를 곁들여 먹었다. 

    발코니처럼 보이는 바깥쪽에서 식사를 해서 공원에 앉아서 피크닉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분위기도 좋고, 끼안띠 와인도 맛있고. 이탈리아의 식전 빵은 어딜 가나 맛있었다. 조금 짠 라자냐도 미리 짤 거라고 예상했었기 때문인지 나에게는 맛있었다. 하지만 나이 드신 다른 분들은 너무 짜다며 좀 남기시기도 했지만 현지식을 먹어보는 것도 경험이라며 다들 맛있게 드셨다. 

훌륭했던 점심

    이 패키지여행에 대해서 잠깐 얘기를 하자면 비싸긴 했지만 식당이나 호텔이 모두 만족할 만큼 좋았기에 돈이 아깝지는 않았다.(와인은 패키지 상품으로 예약된 식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일정이 매우 매우 빡빡했다는 것. 하루에 돌아다니는 양이 내가 혼자 다니면서 일주일간 돌아다닌 양과 비슷했다. 패키지여행에 함께한 분들 중에는 은퇴하고 오신 부부나 할머니 자매도 있었는데 내가 가장 힘들어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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