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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28. 2018

미국 음식은 뭐가 있어?

    미국에서 한창 지내고 있을 때 동생이 놀러 왔다. 나나 동생이나 여행을 워낙에 좋아하고 같이 여행 다닌 것도 여러 번이다. 우리는 항상 함께 여행을 다니면 로컬 식당에서 로컬 푸드를 먹으며 때로는 처음 느껴보는 맛에 신기해하고 때로는 도전에 실패했다며 하지만 돈이 아까우니까 억지로 입에 욱여넣으며 끼니를 해결했다. 미국에 도착한 동생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데려오는 길에 저녁은 뭘 먹을지 물어보았더니 미국에 왔으니 미국 음식을 먹고 싶다며 햄버거? 피자? 란다. 이봐요, 햄버거는 독일이 원조고 피자는 이탈리아가 원조라고요.


    물론 이민자가 많고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로 나라 전체를 채웠으니 세계 각국의 음식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네 입맛에 맞추어 변형시킨 요리들도 많고. 햄버거의 경우는 어디가 원조인가에 대해 상당히 말이 많은 편인데 독일의 햄버거는 햄버거 스테이크고 미국의 햄버거는 빵 사이에 그 햄버거 스테이크를 넣은 거라나. 빵 사이에 고기 패티를 넣어서 만든 우리가 아는 형태가 미국에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어쨌든 시카고 피자나 뉴욕 피자도 미국식이고 아시안 음식들도 이런저런 퓨전으로 변형된 음식들이 많다.


    고민을 하다가 이탈리아 여행에 다녀왔을 때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샌프란시스코 음식인 치오피노가 있어! 자주 가는 치오피노를 잘하는 레스토랑은 당일 예약이 어려워서 집에서 해 먹기로 했다. 역시나 이탈리아 맛이지만 역사적으로 샌프란 음식이라는데 어쩔 건가.

집에서 해먹는 치오피노. 랍스타도 넣고, 내가 좋아하는 조개도 왕창 넣는다.

    그다음은 여행을 하면서 패스트푸드점을 섭렵했다. 맥도널드부터 시작해서 치폴레, 판다 익스프레스, 해쉬 하우스, 핫독 온 스틱 등등. 물론 맥도널드는 햄버거고 치폴레는 멕시칸이고 판다는 차이니즈 퓨전이다만. 그래도 그런 큰 체인 레스토랑을 다니다 보니 미국 음식을 몇 개 찾아냈다.

치폴레와 핫독 온 스틱


# 맥앤치즈

    원래 이름은 '마카로니 앤 치즈'이다. 이 요리의 기원은 미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에 마카로니에 치즈 조각을 곁들인 음식이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미국의 가정식으로 유명한 '맥 앤 치즈'는 마카로니를 녹인 치즈에 버무려 먹는 것으로 맥 앤 치즈만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있을 정도로 널리 사랑받는 음식이다. 나같이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매우 느끼하지만 동생이 치즈를 좋아하기에 먹으러 갔다. 물론 동생은 좋아했다.


# 치킨 앤 와플

    미국에서는 흑인들이 좋아하기로 유명한 메뉴이다. 와플 사이에 후라이드 치킨이 끼어 있는 형태의 퓨전 샌드위치라고 해야 할까. 물론 소스는 와플과 흔히 함께 먹는 메이플 시럽이다. 먹어보기 전에는 후라이드 치킨에 메이플 시럽을 끼얹어 먹을 생각에 미친 듯이 달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괜찮은 맛이다. 동생도 마음에 들어해서 미국에 지내는 동안 두세 번 먹었다.


# 시카고 피자

    시카고 피자는 한국에서도 종종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시카고 출신의 친구가 말하기를 한국의 시카고 피자는 정말 맛없다고. 그 친구는 한국에서 수년 살았는데 처음 서울에서 시카고 피자를 발견하고 고향의 맛을 찾았다며 너무 반가웠다고 한다. 하지만 맛을 보고 나서는 매우 실망했단다. 나는 치즈를 즐기는 편이 아니어서 맛을 비교할 만큼 먹어보진 않았지만. 어쨌든 치즈가 가득 든 도우로 유명한 시카고 피자는 치즈를 좋아하는 동생의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 버팔로윙

    이거야 말로 진정 미국 음식. 미국의 버팔로 지방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실 버팔로 윙은 별거 없다. 치킨의 윙과 봉을 튀겨서(구운 버전도 있고 텐더로 하기도 한다) 버팔로 소스에 버무린 것이다. 버팔로 소스가 키인데 이 소스는 약간 시큼하고 매운맛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의 매운맛은 아니라서 한국인에게는 그리 맵지 않다. 나의 경우에는 시큼한 맛 때문에 거부감이 약간 들었지만 자주 먹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 특유의 맛이 맛있게 느껴져서 요새는 즐겨 찾는 메뉴가 되었다. 버팔로 윙은 샐러리와 딥핑 소스가 함께 나오는데 블루치즈 드레싱이나 렌치 소스가 나온다. 애피타이저로 먹거나 술집에서 간단한 안주로 먹는다.


    물론 찾아보면 더 많이 있을 것이다. 텍사스에서 유명한 바비큐도 있고, 루이지애나의 검보도 있고. 어쨌든 동생이 머무는 동안에 찾아낸 것은 이 정도이다. 미국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은 다양성이 아닐까 싶다. 세계 각지에서 이민 온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낸 새로운 문화, 역사, 음식. 한 개의 도시만 살펴봐도 미국식 식당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을 하는 한식당, 일본 식당, 중국 식당, 베트남 식당, 타이 식당뿐만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버마 식당, 에티오피아 식당 등등도 있다. 예전에 피츠버그에 갔을 때 팔레스타인 음식을 하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식당은 미국과 사이가 안 좋은 나라의 음식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고 들었다. 한동안은 북한 음식을 했었다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음식을 한 도시에서 다 먹을 수 있다니. 이 나라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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