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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유가 Oct 10. 2018

그런 음식은 처음 듣는데요

    내가 매우 좋아하는 이탈리아 음식 중에 '치오피노'라는 음식이 있다. 이 음식을 처음으로 맛본 것은 샌프란시스코에서였다. 치오피노는 각종 해산물을 토마토와 함께 끓여 안에 파스타 면을 넣어 먹는 것으로 비주얼만 보았을 때는 빨간 국물이 해물탕이랑 비슷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해장용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리틀 이태리라고 불리는 구역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많은 이탈리아 음식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그 동네 조각 피자나 티라미슈는 어찌나 맛있는지 계속 가게 되었다. 치오피노도 그 동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팔던 음식이었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 중에 꽤나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을 들어가게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치오피노를 찾아보았지만 메뉴판에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를 섞어 골고루 주문을 하고는 웨이터에게 물어보았다. 너네 혹시 치오피노도 있어?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치오피노가 뭐야? 였다. 아 이런, 내 발음이 안 좋은가? 찌오피노? 치노삐노? 여러 번 바꾸어 발음을 해보았지만 그 웨이터는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렇담 이건 어떠냐. 아란치니는 있어?라고 물었더니 웨이터가 표정에 화색이 돈다. 아 그건 유명한 이탈리아 음식이긴 한데 우리 가게에는 없어. 그래도 치오피노는 처음 듣는단다. 그렇다면 정말 치오피노는 이탈리아에 없단 말인가?!

리틀 이태리의 한 레스토랑에서 먹은 치오피노


    그날 저녁 치오피노의 기원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오 마이 갓. 치오피노는 미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탈리아 요리가 그리워 만든 것이 그 시초란다. 그랬다. 이탈리아에 가서 찾아봐야 없는 요리였다. 황당하고 배신감 비슷한 느낌도 약간 들었다. 하지만 샌프란 근처에 정착한 이탈리아 출신의 이주민들이 많았고, 샌프란도 해산물이 풍부한 도시이니 말은 된다 생각했다. 그 웨이터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것이 생각났다. 늦게나마 미안했다.


    꽤 오래전부터 샌프란시스코에 머물 때면 주기적으로 찾았던 치오피노가 아주 맛있던 리틀 이태리의 레스토랑은 이제 너무나 유명해져 관광객으로 붐빈다. 그래서 요즘은 코스트코에서 해산물을 잔뜩 사다가 집에서 해 먹는다. 원하는 재료를 다 넣다 보니 물론 가격은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도 레시피를 배워 집에서 해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이 요리. 여기에 와인 한 잔을 함께하면 그야말로 이곳이 이탈리아다. (하지만 샌프란 음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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