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유가 Oct 17. 2018

죽음의 계곡, 데스벨리

Death Vally

    데스벨리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경계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LA나 라스베가스에서 접근할 수 있지만, 동쪽으로 조금 더 움직이면 그랜드캐년 같은 매우 유명한 국립공원에 갈 수 있기 때문에 관광지로는 크게 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나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친숙한 편이다.


    나도 친구가 데스벨리 여행을 제안했을 때, 데스벨리에 대해서 처음 들었다. 처음에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름이 죽음 계곡? 그런 곳을 사람들이 간다고? 싫은 기색을 내보였지만 이미 그랜드캐년도 갔다 온 적이 있는 이 친구 놈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미국에 사는 다른 지인에게도 물어보았지만 꽤나 좋은 곳이라고 했다. 다만 저녁에 가서 캠핑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저녁에 갈 것도 아니고 당일치기라서 캠핑할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가게 되었다. 죽음 계곡. 사막 한가운데에 있어서 죽음 계곡인 건가 싶어서 찾아보니 세계에서 제일 더운 곳 중에 하나라고 한다. 여름에 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극심하게 더운 여름과 짧은 겨울이 있는 데스벨리. 도착했을 때의 날씨는 아주 좋았다. 낮에는 햇빛이 강하고 건조해서 트래킹을 하는 동안은 더웠지만, 오고 가는 동안 바람이 불면 쌀쌀하다 느껴지기도 했다. 더워서 긴팔 겉옷을 벗으면 햇빛이 너무 뜨거워 다시 입고 싶어 졌다. 이것이 바로 사막 기후구나.


데스벨리 가는 길에 계속 보이는 돌산들

    데스벨리는 더운 여름 때문인지 사막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동식물이 없었다. 끝없이 모래와 돌만 펼쳐져 있었다. 건조한 날씨 덕에 모래는 얼마나 날리는지... 아무도 살지 못해서 데스벨리인가도 싶었다. 가끔 보이는 가시 모양의 덤불들이 그나마 아무것도 살지 못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모래와 돌들이 쌓여있는 우중충한 산 위쪽으로 아주 높고 파란 하늘이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데스벨리 도착

    도착한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지도를 하나 챙겼다. 보통 미국의 국립공원은 차 한대당 입장료를 받는다. 여기는 특이한 것이 체크포인트에 아무도 없고 입장료를 받는 무인 기계가 한 대 서 있었다.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쪽에 입구가 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나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황량한 벌판에 화장실과 데스벨리에 대한 안내문과 기계 한 대만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아무튼 근처에 차를 세우고 무인 기계에 돈을 냈다. 이런 식이라면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을 법한데 이곳에서 우리끼리 지도를 보고 경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동안 차 몇 대가 잠시 서서 무인 기계에 돈을 내고 갔다. 다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아도 당연히 규칙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데스밸리의 입구(?)


# Badwater Basin

    입구 답지 않은 입구를 지나 차를 좀 더 몰아서 데스벨리에서 가장 유명한 Badwater basin에 도착했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여기가 북미에서 가장 낮은 지대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 지역은 바다였다 하고 지금은 바다의 수위보다 훨씬 낮은 땅이다. 바다였었기 때문인지 땅에 소금기가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얗게 펼쳐져 있는 소금 섞인 땅과 파란 하늘이 환상적으로 보였다. 하얀 땅을 뒤로하고 돌산을 올려다보면 'SEA LEVEL'이라고 붙어있는 작은 글씨를 볼 수 있다. 바다 수위가 저 높은 곳에 있다니 마치 내가 바닷속에 잠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Natural Bridge

    다음 목적지는 Badwater basin과 가까운 내추럴 브릿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래킹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나온다. 자연적으로 생긴 돌인데 다리 모양이었다. 그제야 이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브릿지가 나왔기에 좀 더 가보자 하고 다리를 지나 길을 따라 계속 걸었는데 돌무더기가 쌓여 더 이상 길이 없는 곳까지 가보아도 뭐가 더 나오지는 않았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어떤 여자분이 가볍게 돌무더기를 뛰어넘어가시기에 그 뒤에 뭐가 있나 싶어 우리도 따라갔으나 그분은 산악인인 듯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고 더 가도 뭐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돌로만 되어 있는 협곡의 모습이 꽤나 멋졌다.


# Artists Palette

    원래 계획에는 없었으나 이름을 보고 궁금해져서 가보자 했던 곳이다. 다양한 색의 층들이 돌산을 이루고 있어 그 컬러풀함을 표현한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본 자연의 팔레트는 정말이지 너무나 놀라웠다. 누군가가 멀리에 패널을 세워둔 것 같기도 하고, CG인 것 같기도 하고, 돌에 색을 칠한 것 같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 Golden Canyon

    이 곳은 짧은 트래킹 길이 있다고 하여 들러보았다. 이 캐년의 색이 금색이라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흙색이나 금색이나 한 끝 차이라고 생각되지만. Badwater basin을 시작으로 한 우리의 일일투어는 Zabriskie point에서 끝날 예정이었는데 golden canyon의 트래킹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Zabriskie point까지 갈 수 있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 길을 트래킹을 했을 것을 이미 시간을 많이 써버려서 해지는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Zabriskie point까지 가려면 걸어서는 힘들었다. 게다가 차를 이곳에 주차해 트래킹을 하고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는 것도 문제였다. 역시나 하루 일정으로 오면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우리는 Red cathedral까지만 다녀왔다. Red cathedral 역시 이름에서 나타내듯 붉은색의 거대한 돌산이었다. 이 역시도 진짜 같아 보이지 않았다. 눈속임을 위한 패널이 멀리에 서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 Zabriskie Point

    마지막으로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찾았다. 우리는 일몰을 보기 위해 이 포인트를 이 여행의 마지막에 놓았다. 이 곳은 해가 지는 것도 멋있지만 해가 뜨는 것도 멋있다고 한다. 도착했을 무렵에는 캠핑카 몇 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네들은 해가 뜨는 것도 볼 생각인 듯했다. 미국에 사는 지인의 말로는 데스벨리가 사막인 데다가 도시와는 동떨어져 있고 사람도 없어서 밤에 캠핑하면서 별보기가 최고라고 했다. 캠핑카를 보니 나도 별이나 보면서 하룻밤 지내고 싶었지만 사막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캠핑을 했다가는 얼어 죽기 십상 이리라. 아쉽지만 이번은 해지는 것만 보고 내려와야 했다. 날씨가 맑아서 해가 지는 것은 아주 잘 보였다.

    이 곳에서도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은 신기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줄무늬 있는 돌산과 화산인 듯 꼭대기만 색이 다른 돌산. 신비로웠다. 이러한 형태의 무늬를 badlands라고 부른다고 한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캠핑을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에 갔던 멋진 포인트들 말고도 데스벨리의 더 많은 곳이 있을 텐데 다 둘러보지 못한 것 같아 또 오고 싶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해가 지자 마자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로 향했다. 미국의 이러한 오지에서, 가로등도 없고 사람도 없고 다른 차도 없는 길에서, 밤에 운전을 하는 것은 무섭고 위험하기 그지없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라스베가스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