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러시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양지가 바로 나짱이다. Nhatrang. 많은 외국인들이 (특히 영어권의) 이것을 나트랑이라고 읽기 때문에 나트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베트남어에서는 tr발음이 따로 있어 나짱이 맞는 발음이다.
이 곳을 방문한 것은 1월 말이었고 한겨울이었지만 나에게 베트남의 겨울 날씨는 전혀 춥지가 않았다. 나짱에 머무르는 많은 러시아 사람들은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서는 바다를 즐겨야 한다고 하길래 근처의 여러 섬을 데려다준다는 호핑투어를 예약했다. 호핑투어 당일 배를 타러 갔는데 배는 작은 통통배였고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배에 탑승해 있었다.
배가 출발하고 크루들은 하루를 같이 보내야 하는 사람들을 서로 편하게 해 주고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게임도 했다. 서로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는 와중에 깨달은 사실은 이 배에는 70%의 정도의 중국인과 15% 정도의 베트남인이 타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여행을 간 시즌이 베트남에서도 큰 명절이었기에 다른 지역에서 놀러 온 사람도 많은 듯했다.
당연하다는 듯 마이너리티들끼리 친해졌고 한국에서 온 나와 내 동생, 프랑스에서 온 세바스찬 그리고 독일에서 온 대니얼이 같이 다니게 되었다. 나중에 그들이랑 얘기하다 든 생각인데, 예약을 할 때 출신 국가를 나누어 배를 배정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빨리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이 배에는 중국인과 베트남인을 위주로 배정을 한 것 같았다. 아마 우리는 중국인으로 오해를 했을 수도 있고, 한국인이 별로 없어 이 그룹에 넣은 것일 수도 있겠지. 잘못 흘러들어온 이 백인 두 분은 베트남 현지 친구가 배를 예약해 주었다고 했다.
배를 섬 근처에 세워 두고는 바다로 뛰어들라는 크루의 말에 호핑투어가 처음인 나는 당황했다. 섬에 정박을 하고 내려주는 줄 알았는데 그냥 뛰어내리라니 이게 웬 말인가. 나는 수영도 못하는데! 크루가 시범을 보여도 다들 쭈뼛쭈뼛하고 있을 때 세바스찬이 다이빙을 했다. 역시 서양애들은 다르구나 싶었다.
하루 종일 붙어 다니면서 밥도 먹고 수영도 하고 대니얼과 세바스찬과 꽤 친해졌다. 다들 부족하게 여행하는 처지라 남들은 제트스키나 바나나보트를 타는 추가 상품을 즐기는 동안 해변 모래밭에서 노닥거렸다. 배가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을 때, 헤어지기 아쉬워 저녁을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대니얼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세바스찬과 나짱 해변에서 만나기로 하고는 번호를 교환했다.
숙소에서 바닷물에 담근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해변으로 나갔다. 이미 해가 진 해변에는 포장마차들이 나와 해산물을 굽고 있거나 음료나 군것질 거리를 팔고 있었다. 세바스찬에게 레스토랑보다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는 것이 어떠냐 했더니 좋다고 했고, 나와 동생이 구운 해산물 거리를 사 오고 세바스찬이 후식 거리와 맥주를 사 와 바닷가에 앉아 나누어 먹었다.
호핑투어 동안 서로의 사진을 많이 찍었기에 나중에 돌아가면 메일로 보내겠다고 약속을 하고 메일 주소를 받아두었다. 그때 내 메일 주소는 내가 메일을 보내면 알게 될 테니 따로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것이 아직까지 후회된다. 왜냐면 그 여행의 마지막에, 세바스찬과 헤어진 그 다음 날, 핸드폰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세바스찬과 연락할 수 있는 길은 영영 없어졌지만, 사진으로나마 추억을 되새김해본다. 혹시라도 나중에 만나게 되면 엄청나게 반갑겠지. 니 사진 여기 있으니 찾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