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e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한 지 3일째 되는 날, 엄마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 하던 성 베드로 성당에 가는 것이 일정에 포함되어 있었다. 바티칸에 가기 전에 또 다른 유명한 성당인 성 십자가 성당과 성 계단 성당에 들렀다.
1일 차에 시내를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지 힘들다는 불평이 쏟아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가이드님은 빠르게 걸으셨고 속사포로 쉴 새 없이 동네 설명을 하셨다. 대체 그 어마어마한 체력과 지식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그룹의 일부 사람들은 카페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싶어 했고, 누군가는 로마의 기념품을 사고 싶어 했으나 가이드님은 앞만 보고 걷는 스타일이었다. 패키지로 왔으니 그룹의 룰을 따라야 했고 그 와중에 불만이 하나씩 생기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가이드님도 누구의 말만 들어주기는 난처했을 것이다. 여행 가이드도 쉬운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성녀 헬레나가 성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그리스도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성당이다. 헬레나는 로마의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어머니로도 유명하다. 그녀가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유물로는 그리스도가 매달렸던 십자가의 일부 조각과 가시관의 가시 일부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그 유물들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간다고 한다. 유물 쪽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은 찍지 못했다. 성당 안에는 헬레나 성녀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탈리아어로 Scala Sancta는 거룩한 계단이라는 뜻이다. 이 성당 역시 성녀 헬레나와 관련이 있다. 헬레나 성녀가 예루살렘에 머물 당시에 로마 총독부에 있던 대리석 계단을 찾아냈고, 그것을 로마로 옮겨왔다. 예수 그리스도가 빌라도에게 모욕을 받았던 곳이기에 이 곳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이 계단을 무릎으로 올라간다. 무릎이 성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오른쪽에 따로 계단이 마련되어 있다. 무릎으로 계단을 오르길 원치 않는다면 다른 계단을 사용해 오르내릴 수 있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어 위키피디아의 사진을 가져왔다.
나는 큰 믿음이 없어 사람들이 이 성당에 머무는 동안 바깥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무릎걸음으로 올라가면서 한 걸음마다 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동하기는 했다.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자 가장 지위가 높은 성당이다. 성 계단 성당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들러보았다. 파사드가 멋지기도 했고.
명성에 맞게 내부도 화려하고 멋졌다. 다른 대성당과 마찬가지로 역대 교황들의 무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네이브 양쪽에 서 있던 조각상들이었다. 12 사도의 모습이 거대 조각상으로 서 있었다. 12명 중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베드로와 바오로뿐이지만. 그것도 바로 전 날 주워들은 지식으로 말이다. 그래도 열쇠와 칼을 상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하나 배웠다며 좋아할 수 있었다.
바티칸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점심을 먹었다. 식전 음식과 메인 파스타를 먹고 와인을 한 잔 곁들였다. 그런데 그 음식의 모양새가 매우 친근했다. 식전 음식으로 나온 토마토소스에 해산물을 볶은 것은 쭈꾸미 볶음 같았다. 해산물은 언제나 맛있지만. 메인으로 나온 파스타는 조랭이떡으로 만든 떡볶이 같아 보였다. 이 파스타는 감자로 만들어 이러한 모양을 낸 것이라고 했다. 쫀득쫀득하고 맛있었지만 역시나 조금 짰다. 하지만 와인과 함께라면 짠맛도 용서할 수 있었다.
매번 레스토랑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기에 가이드님에 대한 신뢰도와 함께 패키지여행에 대한 신뢰도도 상승했고 매 끼니와 와인을 기대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