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유가 Jan 04. 2019

이탈리아 여행 #4. 로마 2일 차

Rome

# 바티칸 박물관

(Musei Vaticani)

    바티칸 박물관은 험난한 여정이 될 거라 여겨졌기 때문에 점심을 든든히 먹고 출발했다. 각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바티칸을 방문한 어마어마한 인파에 구겨져 다니느라 진이 빠졌다. 예전에 바티칸에 왔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땐 비수기여서 그랬나 싶었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면 서로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마지막 시스티나 성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가이드님이 설명해주어야 할 부분은 입장 전에 다 듣고 들어갔다. 막상 중요한 유물만 설명하겠다고 시작한 가이드님의 설명은 주구장창 오래 이어져서 나중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막상 들어가 보니 유명한 곳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이 모여있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지난번에 왔었던 기억으로는 라파엘로의 방과 시스티나 성당이 제일 좋았었는데, 이번엔 라파엘로의 방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바티칸 박물관은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보고 싶은 것이 많다.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은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시스티나 성당은 내부 촬영 금지 + 소음 금지)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보티첼리 등 당대의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매우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그림은 천장 벽화인데 그 스케일을 보면 이 그림을 어떻게 완성시켰나 경이로울 지경이다. 목디스크가 걸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미켈란젤로는 회화보다는 조각을 하고 싶어 했기에 조각에 몰두하기를 원했다고 한다. 이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그리게 된 것은 미켈란젤로를 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서였다고 한다. 일설에 따르면 라파엘로가 미켈란젤로를 질투하여 미켈란젤로가 실수하기를 바라며 회화 작업에 투입되도록 했는데 미켈란젤로가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바람에 시기심이 더 커졌다는데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 천장은 천지창조 장면이 가장 유명하며, 그 외에도 성경에 나온 많은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또 다른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성당 제대 쪽에 있는 최후의 심판이다. 이 또한 매우 유명한 회화 작품이며,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구원받은 자들과 지옥으로 끌려가는 자들을 그린 그림이다. 중앙 부분의 오른쪽에 살가죽을 들고 있는 사도가 있는데, 그 사도가 들고 있는 살가죽에 미켈란젤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추기경단이 이 곳이 모여 비밀 선거를 진행하고 선거 결과를 성당의 지붕에 연기를 피워 올리는 것으로 알린다. 이 선거를 콘클라베라고 부른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면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면 미정이라는 뜻이다. 기존에는 만장일치로만 새 교황을 선출하였지만 이후에 과반수로 바뀌었다가 2/3 이상 찬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티칸 박물관은 세계 4대 박물관 중에 하나로 하루 종일 둘러보아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하지만 박물관 내부에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이번 여행 중에는 시내 다른 곳을 많이 둘러보느라 시간이 촉박하여 많이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당시에도 하루 종일 박물관에 있었지만 아쉬웠던 것을 생각하면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다.


# 성 베드로 성당

(Basilica Sancti Petri)

    Basilica Sancti Petri는 라틴어이며, 이탈리아어로는 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이라고 한다. 바티칸에 있는 대성당이며,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당이라 하여 성 베드로 성당이라고 불린다. 이 곳에서도 많은 예술가들의 멋진 작품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이다. 이 피에타 상은 미켈란젤로가 서명을 한 작품이라서 더욱 유명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성당은 큰 규모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는데 그동안 건축 책임자도 여러 번 바뀌었다. 유명한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도 그 책임자를 맡았었다. 많은 책임자들을 거치면서 성당의 모양은 매번 바뀌었고 성당의 건축은 점점 늦춰졌다. 그러나 미켈란젤로가 언제 공사가 끝날지 모르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기존의 설계를 비판하고 전임자들이 남긴 설계안들을 참고하여 단순화시키고 비용을 줄이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켈란젤로는 돔의 설계도 다시 하며 공사를 진척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책임자가 되었을 당시에 이미 나이가 많았기에 돔의 공사가 일부 진행되었을 때 세상을 떠났다.

    성당의 돔에도 올라가 보았다. 중간까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수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는 티켓은 조금 더 비싸다. 엘리베이터도 끝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아니라 중간까지 데려다 주니 그 위는 결국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줄이 길어서 그냥 걸어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이 되기도 했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바티칸과 로마 시내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져 굉장히 멋있다.

    코폴라 돔에 올라가는 길에 기념품 상점이 있어서 내려오는 길에 거기서 묵주라도 하나 사볼까 가보았는데, 올라갈 때는 열려있었던 곳이 내려올 때는 시간이 다 되어 문을 닫고 있었다.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그 흔한 엽서 한 장도 사지 못해서 잠깐 가이드님 몰래 딴짓을 해보고자 했는데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 다른 여행 패키지 상품들은 너무나 쇼핑 뺑뺑이를 돌려대서 화가 난다던데, 이 가이드님은 아무것도 못 사게 해서 화가 났다. 삼촌이랑 둘이 작당을 하고 성당 안에 있는 성물방에서 기념품을 사려고 슬쩍 무리를 빠져나와 성당으로 다시 들어갔는데, 그곳도 역시나 들어갈 수 없었다.

    광장에 모여 있는 사람들 틈에 합류를 했더니 다른 사람들도 같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가이드님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동안 나는 광장 사진을 찍으며 슬그머니 광장 한쪽 구석에 있는 간이 우체국으로 들어갔다. 맘에 드는 엽서 한 장이 없었지만 아무거 나라도 사야만 했기에 아무 엽서나 한 장 집어 들고 우표를 달라고 하고는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쓴 다음, 하이! 바이! 만 써서 우체통에 넣고 잽싸게 나왔다.

     우체국을 나와 다시 무리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합류를 하려고 걸어가는데, 엄마가 나를 발견하고는 훠이훠이 손을 흔드셨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더니 맘대로 돌아다닌 걸 들켰나 싶어서 뜨끔했다. 하지만 엄마는 내 팔목을 잡더니 빨리 따라와!라고 외치시고는 가이드님이 서 있는 반대방향으로 돌진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이 쇼핑하고 싶다고 조르는 통에 가이드님이 딱 30분을 주셨다나 뭐라나. 성당 안에 있는 성물방은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라 다들 성당 뒤쪽에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바티칸까지 와서 묵주 하나도 못 사게 하는 건 너무하다 싶었는지 사람들이 강하게 얘기했나 보다. 하지만 다들 도착한 성물방도 30분 뒤에 닿는 곳이었기에 재빠르게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다시 베드로 광장에 모였을 때, 이미 어스름이 깔리고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더 찍고 저녁을 먹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 파스타와 피자

    로마에서 마지막 저녁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인 파스타와 피자를 먹었다. 빠네 파스타, 크림 파스타, 해물 파스타 등등 종류별로 시킨 파스타와 피자를 나누어 먹었다. 일행 중 몇몇은 슬슬 이탈리아 음식이 질리기 시작하였는지 가방에서 몰래 반찬을 꺼내어 같이 먹었다. 음식은 정말 다 맛있었다. 조금 짜다는 것만 제외하면. 배불리 먹고 이탈리아 음식이 느끼해서 다 먹지 못하는 분이 나눠주신 것까지 또 먹었다.


    엄마는 어제보다 사진을 더 찍으셨다. 엄마가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베드로 성당을 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으며 느낀 점은 엄마가 사진에 잘 찍히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진도 찍혀본 놈이 더 잘 찍히는 건가 싶었다. 엄마는 카메라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시고 어디서 사진을 찍든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항상 차렷 자세를 하고 어색한 미소를 띤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여행 중에라도 사진을 많이 찍어드려야겠다.


    가이드님은 나의 먹성과 주량에 감탄하셨다. 잘 먹고 잘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가이드하기도 편하다면서 말이다. 엄마는 매번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며 옆에서 잔소리를 하셨지만, 나는 삼촌과 가이드님과 죽이 맞아 계속 와인을 마셔댔다. 역시 술과 함께라면 여행은 즐겁다.


작가의 이전글 이탈리아 여행 #3. 로마 2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