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Bled
보힌즈에서 버스를 타고 블레드에 도착했을 때 많은 무리의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어. 역시나 좀 더 유명한 곳이구나 했지.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블레드 호수 중간에 있는 블레드 섬으로 가는 배편이 일찍 끊겨서 탈 수가 없었어. 아무래도 비성수기라서 일찍 끝나는 것 같은데 아쉽더라. 선착장에 배에서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달려가 보았는데, 일하시는 분이 배를 묶으면서 오늘은 끝났다고 하는데 너무 아쉬워서 그 사람들이 한 번 더 가줬으면 하는 마음도 들더라고. 졸라볼까 했지만 누구에게나 추가 근무는 싫은 걸 테니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타기로 했지.
아쉬운 마음에 멀리 보이는 블레드 섬의 사진을 계속 찍어댔어.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아서 더 아쉬웠지. 수영해서 갈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난 워낙 물에 취약하잖아. 안될 거야.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블레드 호수를 따라 걷기 시작했어. 둘째가 블레드 호수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디저트가 있다고 해서 그걸 먹으러 가기로 했지. 사진으로는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케익이었는데, 가보고 싶다고 하니 한 번 가보자 했어. 가는 길에 여기저기 기념품 샵도 들렸어. 여기는 역시나 관광지인 것 같더라. 보힌즈와는 달리 기념품 샵도 있고 말이야.ㅎ 그렇게 구경하면서 호수 옆 산책길을 걸어 그 케익이 제일 유명한 한 카페로 갔는데, 내부 공사 중이더라고. 비성수기엔 호텔이며 유명 식당들이 그렇게 리노베이션을 많이 하는 것 같더라. 이래저래 아쉬운 일이 많은 하루였어.
조금 더 걷다가 기력이 딸릴 때쯤 작은 카페에 들어갔어. 오늘 하루 종일 걸었으니 슬슬 힘들어지던 참이었거든. 그런데 그 케익이 얼마나 이 동네 명물인지 그 작은 카페에서도 팔고 있더라고. 맛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싶어서 케익을 하나 시키고 맥주를 한 잔 주문했어. 동생들은 디저트에도 맥주를 마시냐며 뭐라고 했지만, 오늘 하루 종일 못 마셨는데 뭐 어때. 그 유명하다는 케익은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부드러웠고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좋더라.
카페에서 시간을 잠시 보냈더니 해가 지고 있더라고. 나랑 둘째는 어두워지기 전에 산 위에 있는 블레드 성에 가보기로 했어. 산길이 험할까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블레드 섬에도 가보지 못했으니 오기가 조금 생긴거지. 막내는 오늘 너무 많이 걸어서 힘들다면서 카페에서 좀 더 쉰다고 하더라. 체력은 막내가 제일 약한 듯.ㅋㅋ
산은 생각보다 험하지 않았고, 길도 산책하기 좋게 잘 되어 있더라고. 가는 길에 오래된 성당도 발견했고, 올라가는 길이 호수가 내려다 보여 심심하지도 않더라. 가면서 해가 지기에 어두워 질까 걱정했는데, 산책로에 등이 밝혀지더라고.
성에 도착했을 때 성에서 일하는 직원분들이 퇴근을 하고 있더라. 아무래도 영업시간은 끝난거 같더라고.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외부는 열려있어서 둘러볼 수 있었어. 성벽에서 내려다보이는 호수와 도시가 꽤나 멋지더라. 우리만 보기 아까워서 막내에게 문자를 해서 어서 올라오라고 했어.ㅋㅋ 멀리 보이는 눈이 살짝 덮인 산과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시내, 그리고 어두워져 가는 호수가 약간은 스산한 느낌을 주면서도 신비로워 보였어.
막내가 올 때까지 성에서 기다리면서 안 와봤으면 후회했겠다 싶었지. 성 위에서 사진을 좀 더 찍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시간에 맞춰서 산을 내려왔어. 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다보니 산위에 조명이 들어온 성이 그림 같아 보이더라.
오늘은 저녁에 집에 가자 마자 쉬어야 겠어. 너무 많이 걸어 피곤한 하루였는데, 내일도 많이 걷는 하루가 될 것 같거든. 굿밤! 잘자!
2019. 03. in B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