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쿠테 1998, CHATEAU COUTET 1998
오사카로 여행을 갔었다
어떻게 시작된 여행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당연히 놀고 싶어서 다녀왔을 거다
와인과 음식에 집중한 여행이었다
오사카에 있는 타카무라 와인샵을 갈 계획을 세우고
어떤 와인을 얼마나 살 건지도 대충 정해놨는데 아무래도 고민하다 보면 시간을 너무 쓸 것 같아서였다
목표는 프렌치 코스와 마실 와인들과 스시 코스와 마실 와인 그리고 숙소에서 마실 와인 찾기.
와인샵을 들어가 보니 처음 보는 와인들부터 시작해서 종류가 상당히 많았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게 전시되어 있는 아름다운 와인들도 있었다
일단 사려고 생각한 와인들을 찾다가 어떤 와인이 더 좋을지 고민에 빠지면
직원한테 어떤 음식과 함께 먹을 예정이고 어느 정도의 가격대로 생각하고 있으니 추천을 부탁했다
그 직원의 이름은 Arihiro였다
한 시간 이상을 같이 와인을 고르다 보니 친해진 느낌
누가 보면 Arihiro도 같이 저녁을 먹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친절하게
같이 고민해 주었다
샴페인, 화이트, 레드, 디저트 와인까지 풀 코스로 골랐는데
다른 와인들에 비해 특히 디저트 와인을 선택하는 데에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다
스위트 와인이 나랑 궁합이 맞다는 생각은 안 해봤던 터라 나는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Arihiro가 이 와인이 좋겠다고 두세 번 권유한 것으로 선택
그렇게 와인을 잔뜩 사서 나왔다
그 날 저녁 프렌치 코스와 함께한 와인들이 엄청 맛있어서 숙소에서 마실 와인들도 매우 기대됐다
그중 가장 마셔보고 싶었던
샤또 쿠테 1998
CHATEAU COUTET 1998
숙소에 들어와서 착착 칠링까지 마치고 어떤 맛일지 궁금하던 차였는데
하루 종일 너무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더 이상 남은 체력도 없고 피곤하니까 코가 막혀버렸다
향을 맡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물을 마시는 것과 같아 나는 내일 마셔보기로 하고
옆에서 술술 마시는 걸 구경했다 근데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라고 했다
궁금해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코가 아직도 막혔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킁킁 냄새 맡을 수 있다
샤또 쿠테를 한 잔 따랐다. 황금빛의 호박색이 아주 보기 좋았다
꽤 바디감이 있었고 향은 약꿀이었다 어릴 적 아빠의 약주에서 나던 그런 향
약간 스파이시함이 있어서인지 마냥 달달한 꿀이 생각나는 것은 아니었다
엄청 신기하다 와인에서 이런 향이 날 수도 있구나
팔렛은 달긴 하지만 꽤 깔끔한 단 맛
하지만 소테른은 처음 먹어봐서 이게 맛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샴페인에서 종종 약꿀을 느꼈지만 이때만큼 강력하게 느끼진 못했다
푸아그라랑 그렇게 잘 어울린다는데, 언제 한번 먹어봤으면.
푸아그라 구워주겠지
아침부터 누워서 약꿀 한 잔 하니까 기분도 좋고
달달한 느낌으로 휘감아지는 느낌이 왠지 우아하고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에 마셨던 와인들도 참 맛있었다
와인으로 가득 채워졌던 오사카 여행 재밌었는데
또 가고 싶으니까 사진을 꺼내 들고 추억하는 시간을 보내러 가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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