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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렁큰드로워 Mar 29. 2017

010_기다림 끝에 남은 것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09

1년 전 가족여행을 갔을 때 꼭 와인을 사 가야겠다며 동생을 데리고 와인샵을 찾아다녔다

어렵게 발견한 와인샵에서 고심 끝에 고른 와인은


마르께시 안티노리, 피안 델레 비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2009

Marchesi Antinori, Pian Delle Vigne Brunello di Montalcino 2009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와인을 참 좋아했고 BDM은 마셔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택했다

끼안티와 마찬가지로 산지오베제 품종을 쓰는데 어떤 느낌으로 다른지 궁금하기도 했고


비행기를 타고 넘어온 와인은 안정을 취하게 해 주고 비교시음을 할 끼안티를 사두었다


카스텔로 디 퀘르체토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2009

Castello di Querceto Chianti Classico Riserva 2009


지금 생각해보면 두 개를 비교하는 것이 적당했을까라는 의문은 들긴 한다


이 두 와인은 무조건 같이 마셔야 한다며 여러 번의 마실 기회를 지나쳤고

마시고 싶을 때마다 셀러를 열어서 한 번씩 쳐다보곤 했다

보기만 해도 좋던 날을 끝내고 드디어 비교시음을 하는 날이 정해졌다

무려 BDM을 산 지 1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두 병을 마셔야 하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찌나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했는지

덕분에 괜찮은 컨디션으로 출발. 오늘의 마리아쥬는 양고기.

예약을 해두지 않아서 짱짱할 것 같은 와인들을 미리 오픈해 두고 기다리기로 했다


코르크를 따고 향을 맡아보는 순간 두 명의 반응이 굉장히 상이했는데

한쪽은 좋다고 말했고 한쪽은 갸우뚱 이었다

바꿔서.

한쪽은 인상을 찌푸렸고 한쪽은 고개를 끄덕였다


끼안티의 부쇼네였다...

(부쇼네 bouchonne : 코르크가 변질되어 상한 상태, 영어로 코르키 corky)



눅눅한 볏짚 냄새 

혹은 물에 푹 젖은 박스 냄새

와인에서 맡아본 적이 없는 냄새다

1년을 기다렸는데 이렇게 속상할 수가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BDM은 따자마자 베리와 커피 향이 동시에 흘러나왔고 

타닌도 밸런스 좋게 잘 녹아있어서 맛있게 마셨다. 

금방 다 마셔버린 느낌이었지만


내 컨디션도 양고기도 BDM도 다 좋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1년의 기다림이 무색해지는 날이었다


다시 한번 준비해봐야지

1년을 또 기다린다 해도


*

Wine Diary : Instagram @iamsuhyeon

Drawing : Instagram @ongda_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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