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렁큰드로워 Sep 01. 2017

18_내가 이탈리아에 간다면

두 번째, Michele Chiarlo

여행 초반은 계속해서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계획이었다

알바를 떠난 후 도착한 포도밭은 라모라 지역의 미켈레 끼아를로


블로그를 통해서 보고 꼭 가야겠다고 찜해 두었던 곳이다

포도밭 한가운데에 호텔이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싶은 그런 곳


날씨도 좋고 구름도 예쁘고 저 멀리 호텔도 보이는 것 같네라고 생각하는 중에

구글 지도에서 '좌회전 후 목적지 근처입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진짜 포도밭인데?

길이 없는데?

어리둥절한 채로 차에서 내려 포도밭 사이를 뛰어다녀 봤는데

차가 다닐 것 같긴 한 그런 길이긴 한데 우리 차는 안될 것 같아...

그래도 어찌어찌 올라와서 무사 도착


미켈레 끼아를로의 와이너리는 호텔과는 좀 떨어져 있어서 투어는 패스하고 

디너와 함께 테이스팅만 하기로 했다


디너 코스와 함께 총 5개 종류의 와인을 차례대로 맛볼 수 있었다

이번 테이스팅은 친구가 재능기부로 만들어 준 테이스팅 노트에 꼼꼼히 적어보면서 마셔봤다


제일 처음은 Cortese 품종의 'LE MARNE' 2015

옅은 그린 빛의 오렌지향과 패트롤 향이 나는 어린 와인이었는데 미세하게 빵 냄새도 나는 게 신기했다

팔렛에서는 미네랄과 라임이 느껴졌는데 입 안에서 금방 사라져서 좀 아쉬웠다

식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가볍게 마시기에 적당한 정도


샐러드와 함께 서빙된 다음 와인은 Barbera로 만든 'LE ORME' 2014

잼 냄새가 난다 포도 혹은 블루베리 잼!

근데 너무 셔

피오체사레 때도 그렇고 바르베라는 내 취향은 아닌 것 같다 아니야


다음은 Barbaresco 'Reyna'

오크 냄새와 함께 테이스팅 노트에 이렇게 적혀있다 '이건 살아있는 꽃이다'

아마 바르바레스코는 말린 꽃의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이건 살아있는 꽃의 느낌

자두 냄새까지 훅 들어와서 첫인상은 합격

하지만 향에 비해서 맛은 평범했는데 오히려 이게 더 마시기 편했던 것 같다

같이 먹은 트러플 따야린이랑 잘 어울렸던 와인


마지막으로는 바롤로 두 종류!

배부른데 놓칠 수 없다

하나는 클래식한 Barolo 'Tortoniano' 2012, 다른 하나는 아이콘 와인인 'CEREQUIO' 2012

같은 바롤로지만 확실히 스타일이 달랐던 두 와인

또르또니아노는 바닐라 향 체레퀴오는 꽃 향이 더 많이 났다

체레퀴오는 전 날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마셨는데 그 바틀보다 훨씬 맛있었다

신기하게도 분명 오크통 숙성을 하는데 나무 냄새가 지배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음식도 와인도 만족스럽게 배부르게 끝


하지만 이 곳에서 더 만족스러웠던 것은 

눈을 뜨면 파란 하늘과 초록의 포도밭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과

엄청 신선한 치즈, 요거트, 꿀 그리고 정말 맛있는 버터까지 먹을 수 있는 조식이었다



여유 있게 조식을 먹고 포도밭 사이사이를 걸었는데 쨍한 해와 파란 하늘

그리고 흙냄새, 풀냄새, 나무 냄새를 맡고 심지어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아침이라니

누구 하나 전혀 부럽지 않던 시간을 지금의 내가 부러워하고 있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서 가장 포도밭과 가까이 있었던 때라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여전히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포도를 따 보는 것인데

포도 수확시기에 오면 포도 따게 해주려나



아,

호텔 체크아웃할 때 되어서 발견했는데 우리가 올라온 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ROAD CLOSED


괜찮아

포도는 무사하니까



  

*

Wine Diary : Instagram @iamsuhyeon

Drawing : Instagram @ongda_world

매거진의 이전글 017_내가 이탈리아에 간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