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CASTELLO DI AMA
마지막으로 방문한 와이너리는 토스카나의 카스텔로 디 아마
세 군데의 와이너리 중에서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 곳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의 지역이기도 하고
피에몬테 지방을 벗어나 토스카나로 들어오니 조금 달라진 풍경도 더 마음에 든다
길쭉길쭉한 나무들 사이로 새소리도 크게 들린다
특히 카스텔로 디 아마가 있는 '가이올레 인 끼안티'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는 것은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 같았다
나 여기서 살고 싶다
그런 길을 따라 카스텔로 디 아마의 Bellavista 밭을 처음으로 마주치니
또 좋다고 신나서 사진을 찍게 되더라
사실 그전에 지갑을 잃어버려서 괜찮다고 생각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지갑 생각이 자꾸 비집고 튀어나와서 오락가락했거든
포도밭을 지나고 올리브나무 사이로 들어가니
마치 중세시대로 타임워프 한 느낌의 건물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방으로 안내를 받는 내내 생각지도 못했던 마법의 공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저녁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호텔 자체에 사람도 적어서 굉장히 조용했다
이제 제대로 된 끼안티 클라시코 마시기
디너와 함께 할 와인은 Castello di AMA Chianti Classico Riserva 2007
그리고 나는 여기에서 인생 라자냐와 인생 티라미수를 만났다
아마 이탈리아 여행 중에서 주저 없이 모두 비운 플레이트는 여기가 유일할 듯
나 여기서 살고 싶어
식사를 마치고 남은 와인과 음식은 방에서 먹으려고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우리 테이블을 담당해 주었던 서버가 친절하게 숙소의 이곳저곳을 안내까지 해주었다
엄청 해맑고 친절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
구경할수록 여기 정말 엄청난 곳이다
호그와트 같아!
나 여기서 살고 싶다고 말했지
다음 날 아침.
이 곳에서도 정말 엄청난 조식 서비스를 받았다
각 방마다 조식을 먹는 공간이 달랐는데 이런 프라이빗한 서비스라니!
메이드 복장의 분들이 와서 어떤 달걀 요리를 먹고 싶은지 물어봐주셨다
여기에서 먹었던 버터가 정말 맛있었는데 생각난다
배부르게 먹고 바로 와이너리 투어 시작
우리의 투어를 도와줄 분의 이름은 시크릿
비밀은 아니고 :)
나중에서야 다시 물어보고 알았는데 시크릿은 독일인이었고 이름의 스펠링은 아마도 Sigrid.
시크릿의 설명과 함께 카스텔로 디 아마의 와인 제조 과정대로 와이너리를 한 바퀴 돌았다
이곳엔 아트 컬렉션이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중간중간 작품들의 의미를 들어보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전 날 구경하다가 이게 뭐지?라고 생각했던 것도 의미 있는 컬렉션 중 하나였다
이우환 작가의 작품도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볼 때엔 작품 얘기보다 이우환 작가의 이름을 어떻게 하면 더 정확히 발음할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를 더 많이 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0을 표현했다고 한 작품이었는데
밝은 곳에서 눈으로 봤을 땐 그냥 회색의 조형물이었는데 불을 모두 끄고 카메라로 비추면 파란 하늘이 펼쳐진다
작품의 의미는 이렇다고 한다.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As an artist, I wanted to give zero a shape. I made a mathematical model in two conical parts, an upper and a lower, of which the upper is suspended in the air. The realm of zero, its topos, lies in that narrow gap between the two points of this mathematical model, facing off against each other in the silence of a small 18th-century chapel at Castello di Ama."
아트 컬렉션 투어까지 마치고 드디어 테이스팅 시간
준비된 와인은 4 종류.
AMA 2014
일반 등급의 끼안티 클라시코
다른 와인들이 너무 맛있어서 묻힌 거야
붉은 베리향 퐁퐁 나고 가볍게 마시기에 좋았던 끼안티 클라시코
SAN LORENZO 2013
산 로렌조는 이미 마셔 본 와인
엄청 맛있게 마셨고 가장 좋아하는 와인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와인
특히 이 와인에서 나는 제비꽃 향은 너무 좋다
2010년 빈티지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이라 와이너리에서도 계속해서 자랑하는 그런 와인
근데 그런 와인이 우리 집에 한 병 있네 :)))
이 날 테이스팅 한 와인 중에 역시 가장 내 취향이었던 산 로렌조
haiku 2013
2009년에 처음 만들어진 하이쿠
하이쿠는 일본의 한 줄짜리 짧은 시인데 오너가 일본을 좋아한다는 설명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스모키한 바닐라 향에 타닌은 강한 편이었는데 뚜렷하게 기억에 안 남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산 로렌조에 흡족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카스텔로 디 아마는 올리브 오일도 생산하는데
내가 먹어 본 올리브 오일 중에서 가장 스파이시한 맛을 갖고 있는 오일이었다
아마 이 글을 보고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스파이시한 맛일 듯
타닌이 좀 강한 와인들은 오일을 먹고 다시 마셔보면 훨씬 마시기 편해질 거라고 같이 내줬다
말대로 오일을 먹고 마셔보니 마시기 훨씬 좋아서 끝까지 맛있게 마셨다
L' APPARITA 2013
라빠리타는 메를로 100%로 만들어진 노력의 최상급 산물
잔으로 옮겨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향이 폭발했던 와인
장미, 바닐라, 오크 향 그리고 스파이시한 초콜릿이 느껴지는 팔렛
아직은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테이스팅 끝나고 런치와 함께 VIGNETO Bellavista까지
너무 맛있어
가히 완벽했던 1박 2일
하루만 더 있고 싶었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여기 와인 마시고 싶다 진짜야
나 여기서 살고 싶다고 몇 번 말했지?
일단 한번 다녀와보세요
같이 여기에서 살자고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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