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eau Calon-Segur 2000
홍콩을 다녀왔다
가기 전에 너무 바빠서
이대로 떠나도 괜찮을까 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너무 무거웠더랬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게 가장 먼저 세우는 계획은
어떤 와인샵에서 어떤 와인을 데려올지에 대한 것
올빈(Old Vintage) 리스트가 상당히 흥미로운 곳으로 결정했고
일주일 정도 와인 리스트를 정독하면서 고른 나의 컬렉션을 미리 예약해두었다
그중 하나인 Chateau Calon-Segur 2000
신의 물방울에서 보고 한 번쯤은 마셔보고 싶다고 생각한 와인
하트가 그려진 라벨 때문에 밸런타인 와인으로 유명한데
그런 상징성이 있는 것도 꽤 괜찮은 것 같다
언제든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날이 있기 마련이니까
와인샵에서는 깔롱 세귀르의 다양한 빈티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구하기 꽤 힘든 것 같은 2000 빈티지로 골라봤다
호텔로 돌아와서 창문 앞에 와인을 세워두니
너 덕분에 익숙한 홍콩의 야경이 특별해 보이기 시작한다
왠지 경건한 마음으로 오픈을 시도했는데 코르크가 반토막이 났다
경건한 마음에 갑자기 태풍이 몰아치는 기분이었는데
온전한 코르크를 얻지 못하겠네 라는 아쉬움까지 더해져서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침대 옆에 쭈구려 앉았다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고 무사히 오픈에 성공했는데
못했으면 울었겠지
초콜릿향과 검붉은 과일향이 올라오는 것이 엄청 맛있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니까 약간의 시가, 오크, 커피 향까지
마시는 데에 부담 없는 탄닌까지 딱 좋다
라벨 때문이 아니라 밸런타인 선물로 충분할 아니 초콜릿보다 더 좋은 초콜릿 향이 좋았다
와인과 함께 야경을 보고 있자니
그와 중에도 그대로 떠나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던
지난밤
너는 나에게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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