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림바크 리슬링 2013 , Trimbach Riesling 2013
잘못된 순서
한참 와인을 사서 모아두기 시작한 때였다.
같이 와인을 마실 사람들도 많아졌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아졌다.
그래서 콜키지 프리인 곳은 언제나 환영이었고 음식까지 맛있다면 그 날은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버블 앤 코클스에 처음 간 날이 그런 날이었다.
내가 가져간 와인은
브라이다 일 바치알레 몬페라토 로쏘 2013
Braida IL Baciale Monferrato Rosso 2013
IL Baciale는 이탈리아 방언으로 중매쟁이라는 뜻이라고 뒤늦게 알았는데
과연 이름처럼 우리를 버블 앤 코클스와 아주 끈끈하게 잘 이어주었다는 점에선 제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당시의 노트에는 다 같이 무난하게 마시기 딱 좋았다고 써 놓았는데
이렇게 테이스팅 노트를 대충 남긴 와인은 한번 더 마셔봐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한 병을 순식간에 비운 후의 와인은
트림바크, 리슬링 2013
Trimbach, Riesling 2013
버블 앤 코클스의 리스트를 뚫어져라 보면서 고른 알자스의 리슬링 와인이다.
독일 여행 중 에슬링겐에서 마신 리슬링에 꽂혀서 귀국한 이후로 와인에 텅장을 바치고 있는 나에게는
리슬링은 독일!! 독일은 리슬링!!이라고 박혀있지만 이 트림바크를 만나고 나서는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역시 와인은 많이 마시고 봐야 한다.
이건 이 이후에도 꽤나 찾아서 마셨고 마실 때마다 만족스러웠다.
지금 셀러에도 2병 잠자고 있는데 레몬향과 사과향 그리고 마실 때마다 턱을 매번 잡게 하는 시트러스의 그 맛이 종종 생각이 난다.
분명 우린 충분히 마셨는데 부족하다고 했다 한병 더
알레냐 리제르바 까바 브륏
Alenya Reserva Cava Brut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까바. 버블 앤 코클스의 하우스 스파클링이었다.
조금은 단조로운 맛이었는데 보통 살구가 느껴지는 편이다.
가성비로 보면 굉장히 좋지만 지겨울 만큼 많이 마셔서 요샌 즐기진 않는다.
이 날 마신 와인이 한병 더 있긴 한데 취해서 기억이 안나니 넘어가겠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서 쓰다 보니
와인을 이렇게 잘못된 순서로 마실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반대로 마셨던 날이다.
만취 안 할 수가 없는 날이었을 것다.
괜찮아 우리는 즐거웠으니까
이 와인들로 첫 일기를 쓰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 곳을 오기 전까지는 어느 곳에서든 와인을 오픈하는 것에 약간의 부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연히 어딜 가든 와인을 들고 다니는데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듯이
와인 한 병과 같이 마실 사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만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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