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 꼬르동 루즈, G.H. Mumm Corton Rouge
파리, 밀당의 천재
I want to go to Paris.
내가 도착한 파리는 35년 만의 홍수 직후인 엄청 추운 2016년 6월.
먼저 도착해 있던 홍자매가 비가 온다 춥다 라고 했을 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이건 겨울이다.
개인적으로는 날씨가 안 좋으면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보다 더 슬펐던 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모두 문을 닫아서 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좀 더 안타까운 얘기를 한다면 한 게 없으니 파리에서 3번의 밤을 보냈음에도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I HATE Paris.라고 몇 번이나 말한 파리에서의 이튿날 저녁
시간은 저녁이었지만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었고 우리는 잠깐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잠깐 마켓에 들렀다가 나오는 데 무슨 일인지 회색 구름만 잔뜩이던 하늘이 새파랗게 변해있었다.
지체 없이 와인을 들고 에펠탑으로 향했다.
멈, 꼬르동 루즈
G.H. Mumm, Corton Rouge
F1 공식 샴페인 'Mumm' 답게 가장 신나고 행복할 때 터뜨려줘야 제 맛
이 와인과 남겨진 메모는 이렇다
'48시간 중 유일한 기억으로 남을 지금 이 순간'
정말 딱 그런 순간이었다
거짓말처럼 새파란 하늘과 쨍쨍한 해와 샴페인 그리고 우리.
복합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복숭아 향이 풀풀 나는 멈을 마시며
우리는 에펠탑 앞에 앉아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만끽했다
시시콜콜한 얘기와 그리운 Kim 과의 메시지로
파란 하늘이 새까만 하늘이 될 때까지 한참을 웃고 얘기했다
이렇게 파리는 최악의 기억과 최고의 기억을 남겨준 도시로 남았다
기쁠 때나 우울할 때나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의 와인이지만
지금 생각나는 건 그래도 아름다운 밤의 에펠탑
당신의 파리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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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Diary : @iamsuhyeon
Drawing : @ongda_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