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킹엄 궁전, 피시 앤 칩스, 우체국, 2층 버스
인원 : 41세 남자, 10세 여자
기간 : 2015. 5. 20. ~ 6. 6. (17박 18일)
일정 : 파리(5박) - 런던(4박) - 암스테르담(2박) - 인터라켄(3박) - 파리(3박)
아이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일정을 많이 축소했다. 하루 쉴까도 생각했지만, 숙소에만 있으면 심심함을 견디지 못할 아이라서, 적은 일정이라도 돌기로 했다. 대신, 아침을 거르고 푹 재운 후에 10시가 다 되어 숙소를 나섰다. 테스코에 가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다가 아이와 나눠 먹었는데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어째 런던에서는 음식에 만족하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가까운 버킹엄 궁전으로 걸어서 이동했다.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11시 30분에 시작인데, 11시가 되기 전부터 사람이 거의 꽉 차 있었다. 좋은 자리에서 보려면 1시간은 일찍 와야 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그래도 다행스럽게 행진을 보기에 괜찮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말을 탄 경찰들이 인파를 통제하고 있었는데, 무척 색다른 광경이었다. 마침내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되었다. 교대식은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위치에서 교대식을 보기 위해 들이는 시간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고 느껴졌다. 역시, 여행을 다니면서 구경하는 것, 먹는 것에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이라는 버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어쩌면 별 것 아닌 것에도 크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에게 여행은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교대식이 끝난 후에 근처 지하철 역으로 이동하여 코벤트 가든으로 갔다. 런던에 왔으니 피시 앤 칩스를 한 번쯤은 먹어야 했다. 미리 유명한 피시 앤 칩스 레스토랑을 알아두었지만, 아이 컨디션이 안 좋은 관계로 보다 가까이 있으면서 괜찮은 레스토랑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도착한 레스토랑에서는 '대구'로 만든 피시 앤 칩스가 맛있다고 하여, 대구 피시 앤 칩스 라지 사이즈 하나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했다. 그런데, 점원이 대구는 지금 없고 대신 대구와 비슷한 생선이 있다고 추천하여 그것을 먹었다. 이름은 뭔지 모르겠지만 맛은 매우 좋았다. 런던에 와서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 아이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아침부터 힘들어하던 아이는 피시 앤 칩스를 먹더니 완전히 살아났다. 혹시 런던에서 맛있는 걸 못 먹어서 힘이 없던 것일까?
살아난 아이를 데리고 우체국으로 갔다. 우체국에서 아이가 쓴 엽서 2장을 한국으로 부쳤다. 하나는 엄마에게, 하나는 영어 선생님에게 쓴 엽서였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부치면 3주 정도 후에 도착한다. 그래서, 아이와 내가 집에 돌아온 후에 엽서가 도착했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엽서를 보내는 것도 아이한테는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이고, 유럽을 여행하면서 집으로 보낸 엽서를 집에 와서 본인이 받아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었을 것이다.
원래는 킹스크로스에 가서 다음날 유로스타 타는 곳을 미리 봐 둘 예정이었지만 생략했다. 대신, 레스터 스퀘어에서 빅토리아까지 가는 2층 버스를 탔다. 런던에서 이동은 항상 '튜브'라고 불리는 지하철을 이용했지만, 런던 하면 떠오른 2층 버스를 한 번쯤은 태워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쾌적하게 탔는데, 내가 정신이 없어서 그만 아이 모자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좋아하는 모자였기 때문에(아이는 다른 모자를 더 좋아했지만) 무척 아쉬웠다.
버스에서 하차한 곳 근처에 Pret A Manger(런던의 파리바게뜨 같은 곳)가 있어서 아이에게는 과일을 주고 나는 모카커피를 사서 마셨다. 유럽에 와서 처음 마시는 커피였는데 한국의 모카커피와는 맛이 달랐다. 그래도 그리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그동안 생각보다 돈을 많이 안 써서 여행 비용에 여유가 좀 생겼다. 그래서, 코벤트 가든과 빅토리아 역에서 런던의 기념품들을 넉넉하게 샀다. 나도 이것저것 사고 아이도 여러 개 샀으며, 집에 있는 엄마와 동생 것까지 챙겼다.
기념품 쇼핑 후에는 숙소로 일찍 귀가했다. 잠깐 살아나기는 했지만, 아이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어서 다음 날 암스테르담으로 이동하기 전에 많이 쉬게 하고 싶었다. 숙소에서는 한국에서 가져온 사발면을 하나씩 먹었고, 다음 날 이동을 위해 짐을 싸 둔 후 아이를 일찍 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