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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점수를 올려 보자 2

by 취한하늘

문제를 의심하지 말지어다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문제가 이상하다'는 말이다. 사실, 아이를 가르칠 때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에 친구가 수학 문제집을 들고 찾아올 때도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아무리 다시 풀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문제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학을 좋아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수학 문제집을 풀었는데, 문제가 잘못되어 있는 경우는 일 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였다. 그러니, 아무 잘못 없는 문제를 탓하지 말고, 한 문제라도 더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검산을 연습하자


검산이 중요하다는 말을 학교에서 많이 들었을 테지만, 막상 검산을 하는 학생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시험 때는 검산을 하더라도, 평소에는 검산을 안 하는 학생들도 많을 것 같다. 문제를 풀고 나면 바로 채점으로 들어가고, 틀린 문제만 다시 풀어보는 것이다.

검산도 연습이 필요하다. 나누기를 이제 막 배운 초등학생에게 '10 나누기 2 = 5'를 푼 후에 '5 곱하기 2 = 10'으로 다시 검산을 해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게는 매우 쉬운 검산이다. 그만큼 훈련이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 어떤 문제를 받았을 때 금방 풀이가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검산도 많이 해보면 능숙하고 빠르게 검산을 하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두는 것이 좋다.


매일 다섯 문제라도 풀자


나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영어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언젠가, 영어는 조금씩 오랜 기간 하는 것보다, 단기간에 집중해서 하는 것이 더 효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학은 그것과 조금 다르다. 오히려 나는 학생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다섯 문제는 풀라는 얘기를 한다.

수학은 알려진 정보를 조합해서 논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평소에 그런 식의 사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수학 문제에서 잠시 떨어져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풀 때 활용하는 사고방식은 익숙한 것이 아니다.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두뇌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오랜 시간 그런 사고를 하지 않으면, 다시 수학적 사고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들어온 날이라도 다섯 문제 정도는 풀고 자도록 해보자. 문제가 잘 안 풀리면 이미 알고 있는 문제라도 다시 풀어보도록 하자. 그러면 내 머릿속에서 자꾸 탈출하려고 하는 수학적 사고를 계속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다.


풀이 과정을 쓰는 연습을 하자


수학을 배워서 어디다 쓰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수학 시간에 배운 것을 졸업 이후에도 써먹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직업에 따라서, 일부 수학 지식이 필요한 경우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삼각함수는 학교에서만 필요했던 지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 교육은 학생들에게 중요하다. 삼각함수나 확률에 대한 지식을 전수하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논리적인 사고를 훈련시키기 때문이다.

수학은 논리력을 훈련하는 데 아주 좋은 도구가 된다. 토론을 할 때는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어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들이 있지만,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으면서 모른 채 넘어갈 수가 없다. 조금의 오류만 있어도 오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리에 강한 학생들이 수학을 잘하기도 하지만,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논리력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논리력을 연습하려면 당연히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 때마다 과정을 또박또박 쓰면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논리를 쌓아가는 과정이 정확히 훈련이 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훈련된 논리력은 다시 수학 문제를 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코딩 교육'도 이런 차원에서 접근하면 좋을 것이다. 사실, 초등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기술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조금의 오류만 있어도 구동이 되지 않는 시스템은 논리력을 훈련하기에 좋은 환경이 된다.


두꺼운 문제집은 피하자


요즘에는 고등학교에서 어떤 책을 교재로 쓰는지 모르겠다. 우리 때는 두꺼운 '수학의 정석'을 교재로 많이 썼다. 생각해 보면, 그 두꺼운 책을 교재로 써서,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 더 많아진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떤 학생이 이제 막 중학교 3학년 수학을 시작하려고 하면, 나는 무조건 얇은 책을 사라고 이야기해 준다. 내용이 부실해도 별로 상관없다. 아주 기초적인 내용만 있으면 된다. 그 책으로 기초적인 내용을 학습한 후에, 부족한 부분은 다음번 교재로 보충하면 된다.

하나의 문제집을 다 풀어내면, 하나의 과정을 다 마친 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성취감은 학습을 지속하는 데 매우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성취감을 자주 느낄수록 학습에 대한 의욕도 더 오래 유지되는 것이다.

성취감을 잘 활용하는 것이 게임이다. 사람들이 몰입하는 게임들은 지속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성취감을 제공한다. 게임의 기법을 도입한 교육 앱이나 운동 앱들도 이런 잦은 성취감을 도입하여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부를 할 때도 얇은 문제집을 활용하여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하는 것이 좋다.


틀린 문제는 꼭 다시 풀어보자


요즘 학생들은 오답 노트를 잘 정리하는 것 같다. 그래서 별로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혹시 오답 노트를 쓰지 않는 학생이 있다면, 당장 오답 노트부터 하나 마련하도록 하자.

위에서 풀이 과정 쓰는 연습을 하라고 했는데, 틀린 문제야말로 풀이 과정을 또박또박 써보는 것이 필요한 문제다. 정답을 맞힌 문제는 이미 풀이 과정을 알고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문제는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다시 나와도 다시 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틀린 문제는 내 머릿속의 사고 과정으로 정답을 도출해내지 못한 문제다. 당연히, 사고 과정을 의식적으로 수정하지 않으면 다음번에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반복해서 틀리게 될 것이다. 똑같은 문제는 틀리지 않더라도, 비슷한 다른 문제를 다시 못 풀게 되는 것이다.

틀린 문제에 대해 문제 해설집에 적혀 있는 풀이 과정만 보고 넘어가는 학생들이 있다. 안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낫다. 하지만, 눈으로만 한번 보고 넘어가는 것은 기억에 강하게 남기 어렵다. 그보다는, 눈으로 보고 이해한 풀이 과정을 반드시 내 손으로 다시 진행해 보는 것이 좋다. 우리 두뇌는 보기만 한 것보다 체험이 포함된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그냥 읽는 것보다, 손으로 베껴 써 보는 것이 작문 실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되는 것도 이런 원리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는 어려운 수학을 배워야 할까?


수학을 공부하면 논리력을 키울 수 있다. 논리력은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고, 잘 다듬어 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어려운 문제를 수도 없이 풀어야 할 필요는 없다. 삼각함수를 배워야 할 필요도 없고, 미분, 적분을 이해해야 할 필요도 없다.

우리 교육은 오랜 기간 동안 산업 역군을 양성하는 역할을 해왔다. 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기업에서 좋아하는 인재를 선별해 내는 데 있었다. 나는, 어려운 수학 과정에 교육의 그런 아픈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교육 개혁을 한다면, 수학의 비중을 줄이고, 수학의 난이도를 크게 낮췄으면 한다. 지금의 고등학교 수학 과정은, 대학교의 필요한 학과에서만 가르쳐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이고, 당장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학생들은 어쨌든 한 문제라도 더 풀어서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니, 수학에 대한 불만은 잠시 접어두고, 1점이라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이것저것 시도해 보자. 공부도 효율이 중요하니, 효율적인 공부법을 적용해 보자. 그러면, 놀 때 놀면서도 시험을 잘 보는 학생들의 비법에 조금 더 가까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summary>

평소에도 검산을 하는 연습을 하자.

매일 다섯 문제라도 풀어서, 수학적 사고가 낯설어지지 않게 하자.

풀이 과정을 써서 논리력을 강화하자.

얇은 문제집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하자.

틀린 문제는 내 손으로 다시 풀어서,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체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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