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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연봉을 공개한다면 어떨까?

by 취한하늘

미국에서 처음부터 기업 CEO의 연봉이 공개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CEO의 연봉이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CEO의 연봉을 공개하고 있다. 검색을 해보니 1933년 정도부터 고위 임원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CEO의 연봉을 공개하도록 했을 때는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CEO의 입장에서, 연봉을 공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어쨌든 CEO의 연봉은 공개되었다. 그리고 이후 CEO의 연봉은 예상과 달리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봉을 공개하자마자 CEO의 연봉이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아니다. CEO의 연봉 상승에 '연봉 공개'가 영향을 미쳤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의 다른 예를 하나 더 생각해 보았다. 바로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연봉이다.


모든 프로 스포츠가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야구, 축구, 농구 같은 일부 종목에서는 확실히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되어 있다. 그리고, 프로 스포츠 선수의 연봉은 일반적인 근로자들보다 빠르게 상승한다. 특히, 다른 선수들보다 뛰어난 선수들의 연봉은 아주 가파르게 상승한다.

2군 선수나 후보 선수의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능력을 인정받고 나면 그 전의 고생을 모두 보상받을 만큼 확실히 연봉이 상승한다. 게다가, 때로는 선수단의 연봉 총액이 상승하는 속도가 구단의 수익이 상승하는 속도를 앞지르기도 하는 것 같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 자유시장이다 보니, 선수 본연의 가치가 잘 평가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반대로 생각해 보자. CEO의 연봉을 계속 비공개로 두었다면, CEO의 연봉이 지금만큼 하늘을 찌르고 있었을까?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연봉과 계약금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있었을까?

연봉 공개가 꼭 연봉을 상승시킨다는 보장은 없다.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들의 연봉 정보를 숨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끼리 각자 받고 있는 연봉에 대해 정보를 나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확실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직원의 이익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근로자의 연봉이 공개된다면 전반적인 연봉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혼란이 있을 것이고, 연봉 공개가 연봉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연봉 공개를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연봉을 숨기고 싶어 할 것이고, 누군가는 연봉 공개가 불러올 혼란과 위화감을 우려할 것이다.

당연히, 연봉 공개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강제로 진행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직원들끼리 연봉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심지어 해고 사유로까지 명시하고 있는 기업의 행동에는 제동을 걸 수 있지 않을까? 연봉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끼리는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회사는 모든 직원의 연봉을 알고 있다. 반면, 직원은 다른 직원의 연봉을 모른다. 암암리에 친한 사람과 정보를 나누었다고 해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알 수 있다. 따라서, 회사와 직원 간의 연봉 협상은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협상이 될 수밖에 없다. 연봉 협상이라는 것이, 결국은 노동의 가격을 결정하는 협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한쪽은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알고 있고, 한쪽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아마 이러한 불공정한 토대 덕분에, 회사는 직원의 연봉을 최대한 억제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많은 회사가 직원들에게 자신의 연봉 정보를 동료에게 공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해고 사유로까지 명시해 놓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회사가 그것을 해고 사유로 삼는 것을 불공정한 것으로 규정하고 금지하여, 회사와 직원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면 노동은 본연의 가치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혹시 그동안, 근로자의 임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 오너나 대표가 있다면 이런 제안에 찬성할지도 모르겠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는 고용 시장에서는, 근로자의 임금이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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