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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점수를 올려 보자 1

by 취한하늘

뜬금없는 수학 얘기


가끔씩 중학생이 된 딸에게 수학을 가르쳐 줄 때가 있다. 그 전에는 이웃집 초등학생 아이를 가르쳐 준 적도 있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면서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하면 좋다'라고 얘기한 것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들이 도움이 될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많을 테니 몇 가지 풀어보고자 한다.

100점을 목표로 한다면 어차피 완벽하게 다 알아야 하고, 자기가 알아서 학습 방법도 개발하고 하니 딱히 말할 필요가 없는데, 80점에서 90점으로 올리겠다거나, 70점에서 80점으로 올리겠다거나 할 때는 여기서 얘기하는 게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을 그리자


서술형 문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있다. 문제를 식으로 표현해 내기만 하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닌데,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 식으로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그러니 자연히 풀 수가 없게 된다. 그럴 때는 문제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좋다. 아주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 보자. '학교에서 문방구까지는 15분, 집에서 문방구를 들러 학교까지 가는 데는 20분이 걸린다면, 집에서 문방구까지는 몇 분이 걸리겠는가?'라는 문제가 있다. 간단한 문제지만, 이제 막 이런 것을 배우는 학생들 중에는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때, 문제를 보고 머릿속으로 무언가 만들어 보려고 하면 잘 풀리지 않는다. 일단, 문제를 보고 한 번에 풀이가 떠오르지 않으면, 계속 생각해도 계속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그림으로 바꿔보는 것이 좋다. 학교와 문방구를 그리고, 그 사이에 길을 그리고, 길 위에 15분을 적는다. 다시 집을 그리고 집에서 문방구를 거쳐 학교로 가는 길을 그린 후 그 위에 20분을 적는다. 그러면 집에서 문방구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단순한 얘기지만 상당히 중요한 얘기다. 서술형 문제를 문장으로 보지 말고, 그림으로 보면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이것은 비단 수학 문제만의 얘기는 아니다.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을 짤 때도 그림을 먼저 그려보고 시작하면 일이 더 잘 풀릴 때가 많다.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제품 전략을 구상할 때도, 그림을 이용하면 생각이 훨씬 잘 풀린다.

그림을 그릴 때 한 가지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눈으로 볼 수 있게 그리라는 것이다. 간혹 그림을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 경우들이 있는데, 상상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볼 때 그림은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한다.


암산으로 하지 말자


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암산을 가르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사실 간단한 덧셈이나 곱셈 같은 것을 굳이 식으로 써가면서 계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제 막 배우고 있는 내용을 암산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학습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눈과 손으로도 한다. 문제를 종이에 풀어낼 때, 내 머리는 문제의 내용뿐만 아니라,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과 손으로 전해지는 촉감을 같이 받아들인다. 그리고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해 둔다. 그래서 암산으로 풀고 답만 적는 것과, 풀이 과정을 종이에 적으면서 답을 도출하는 것은 당장은 차이가 없어도, 시간이 지났을 때 머리에 남는 것에 차이가 난다.

눈과 손으로도 같이 기억하려고 하는 것이니, 당연히 식을 깔끔하게 쓰는 것이 좋다. 기껏 풀이과정을 쓰면서 풀어냈는데, 글씨를 엉망으로 써서 알아보기 힘들게 쓰면 그 효과가 상쇄된다. 그러니,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게 깔끔하게 써야 한다. 글씨를 '이쁘게' 쓰라는 것이 아니다. '잘 알아볼 수 있게' 쓰라는 것이다.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더 확인하자


이것은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문제가 여러 단계의 풀이를 거치게 되어 있는 경우, 중간 단계의 값을 정답란에 적어 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생들 중에는 시험만 보면 실수로 한 두 개씩 틀리는 학생들이 있는데, 실수만 없애도 점수가 확실히 올라갈 테니 그보다 쉽게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없을 것이다. 가끔은 풀이 중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헤매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도, 문제가 최종적으로 구하라고 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보면 도움이 된다.

조금 더 나아가서, 문제를 처음 읽을 때, 아예 최종적으로 구하라고 하는 것에 밑줄을 치거나 동그라미를 쳐놓자. 아주 작은 습관이지만,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자


문제를 풀다가 중간에 갈 곳을 잃는 이유 중 하나가, 문제에서 제공한 정보를 다 활용하지 않은 경우다. 예를 들어, 문제 마지막에 '(단, a > 0)' 같은 단서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길을 잃거나 혹은 '+2'가 되어야 하는 답을 '+2, -2' 같은 식으로 적어 놓아 틀리게 된다. 가끔은 문제 초반에 '자연수 x'나 '음의 실수 k' 등으로 쓰여있는 것에서 'x', 'k'만 가져다 활용하고 '자연수', '음의 실수'라는 정보를 누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실생활에서 만나는 문제들에는 필요한 정보가 누락되기도 하고, 필요 없는 정보가 포함되기도 하지만, 학교 수학 시험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필요한 정보를 누락시켜서 문제를 못 풀게 하는 것도 당연히 안 되지만, 필요 없는 정보를 추가해서 학생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도 좋지 않은 일로 간주된다. 따라서, 문제에 있는 모든 정보는 활용이 되어야 하는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혹시 정답을 도출했는데 활용되지 않은 정보가 있다면, 그 답이 오답이 아닌지 한번 더 확인해 봐야 한다. 그러니, 사용하지 않은 정보가 있는지 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다.


패턴을 암기하자


수학 공부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공식을 외워야 한다. 그렇게 암기한 공식을 이용하여 다양한 문제를 풀게 된다. 그런데, 공식처럼 외워두면 좋은 것이 또 있다. 바로 문제의 패턴이다. 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많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은 풀이도 비슷하게 흘러갈 때가 많다.

수학 문제는 일종의 퍼즐과 비슷하다. 그리고 퍼즐을 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시작하느냐'이다. 시작이 순조롭지 못하면, 퍼즐을 풀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된다. 수학 문제도 시작이 중요하다. 접근이 올바르게 이루어지면 대부분의 문제가 순조롭게 풀린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x+y)(x^2+y^2)(x^4+y^4)' 같은 식이 문제에 포함되어 있으면 등호의 양쪽에 (x-y)를 곱해 놓고 시작하면 된다.(여기서 '^'는 거듭제곱을 나타낸다) 그러면 식이 아주 단순한 식으로 바뀐다. '어떤 방정식이 나타내는 그래프가 점 (a, b)를 지난다'와 같은 말이 있으면, 그 방정식의 x, y에 각각 a, b를 넣고 정리하면 된다. 그러면 식을 하나 뽑아내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연속하는 세 수' 같은 말이 있으면, 그 세 수를 x-1, x, x+1로 적어놓고 다른 식에 대입하면 식이 비교적 깔끔한 형태로 정리될 것이다.(x, x+1, x+2로 놓는 것보다 x-1, x, x+1로 놓는 것이 조금 더 좋다)

수학 문제가 아무리 많아도, 그 범위가 무한히 넓은 것은 아니다. 자주 반복되는 문제의 패턴만 암기하고 있어도 생각보다 많은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수학'을 공략하자


몇 가지 항목이 더 있는데 그것은 다음 편에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무엇이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습득하려는 것보다 하나라도 확실히 습득하고 넘어가는 것이 학습 효과가 더 좋은 법이다.

수학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 풀이법을 공부하고 알아두는 것도 좋지만,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를 어떤 전략으로 접근할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전략의 효과는 수학을 공부하는 내내 도움을 주고 점수를 올려준다. 비단, 수학뿐만이 아니다. 어떤 공부를 하든, 어떤 일을 하든, 그 분야에 접근하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공부나 일에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그러니 무엇을 알아야 할지뿐만 아니라, 어떻게 학습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summary>

서술형 문제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자.

종이에 풀이를 깔끔하게 적으면서 문제를 풀자.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하자.

문제에 담겨있는 정보를 빠짐없이 사용했는지 확인하자.

자주 나오는 유형은 '풀이를 시작하는 패턴'을 암기해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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