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소원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예능 프로에서 유재석이, 자신은 꿈이 없다고 얘기한 적이 있지만, 그런 유재석도 지금처럼 계속 방송활동을 하고 싶은 소망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는 한 때 작은 소망이 하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크랜베리스의 콘서트에 가는 것이었다. 해외 밴드 중 미스터빅과 크랜베리스를 좋아하는데, 미스터빅은 내한공연에 간 적이 있어서, 크랜베리스 공연을 노리고 있었다. 내한공연은 안 할 것 같아서, 일본이나 대만 같은 가까운 나라에만 와도 비행기를 타고 가서 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8년, 메인 보컬인 돌로레스가 돌연 사망하고 말았다. 그리고 2019년에 크랜베리스는 해체되었다.
가장 먼저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던 소망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소망이 되고 나서, 나는 꿈을 좀 더 적극적으로 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기보다는, 이루기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내 남은 소망들을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사람은 말보다는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고, 행동보다는 삶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내가 삶을 보고 존경하는 사람이 세 명 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유시민 작가님이다. 올곧게 살아온 인생도 존경스럽고,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혜의 깊이도 존경스럽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존경스럽다.
항상 존경스럽게 바라보고, 유시민 작가님이 나온 방송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을 즐겼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나는 행운을 누렸지만,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굉장히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직장 생활로부터 벗어나게 되고 나면 충분히 시도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때까지는 내가 가진 역량을 키워서 같이 무언가 할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사실, 지금이라도 같이 일할 기회가 있으면,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뛰어갈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만나게 되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 초판 1쇄 본에 사인도 받고 싶다.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유럽 여행을 좋아해서 여러 번 다녀왔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사를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유럽사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럽이라는 지역 자체에 호감을 갖게 되었다. 거기다 조금 늦게 다녀왔던 유럽 배낭여행이 너무 인상적이었던 것도 유럽에 대한 호감을 더 키웠던 것 같다.
유럽 중에서도 파리를 특별히 더 좋아해서, 파리는 여러 번 방문했다. 파리를 왜 좋아하는지는 분명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냥 파리의 풍경이 좋고, 파리의 분위기가 좋고, 파리가 품고 있는 역사가 좋다. 파리에 있으면 나 자신이 굉장히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파리에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파리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런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도 파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마지막으로 파리를 방문했던 몇 해 전에, 이미 여러 번 방문한 파리에서 특별한 것을 하기보다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데 집중했다. 그때는 글의 완성도도 낮았고, 몇 편 쓰다가 중단했지만,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던 글쓰기를 실행에 옮긴 시작점이기는 하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이 소망이었는데, 지금은 세계 일주보다는 그냥 유럽 어딘가에서 1년 정도 거주해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책을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도 금방 알아차리다 보니, 고등학생 때는 생일 선물로 책만 30여 권 받았던 적도 있다. 다행히 같은 책이 하나도 없었다.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부터 일기 대신 시를 적어서 내보기도 하고, 중학생 때는 어딘가 독후감을 기고해서 실렸던 적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자연스럽게 내가 쓴 책을 갖고 싶다는 소망을 어렸을 때부터 갖게 되었다. 하지만, 내 글을 어느 출판사가 책으로 만들어 주겠나 하고 생각해서 딱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살았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개인 출판도 많이 한다고 하니, 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게다가 게임 업계에서 일한 덕분에, 디자인에 대한 안목도 조금 생겨서 표지 디자인이나, 페이지 구성 같은 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있다.
글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가장 책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야기이다. 동화가 되거나 소설이 될 것 같은데,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 마음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내가 글을 통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이야기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아내는 작은 가게를 하나 갖고 싶어 한다. 같이 있을 때면 가끔씩 갖고 싶은 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 얘기를 자꾸 듣다 보니 나도 가게를 하고 싶어 졌다. 약간 한적한 동네에서 아내가 하고 싶은 가게를 하면서, 한편에서 커피를 내리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이랑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손님 없으면 아내와 얘기하거나 책을 보거나 하는 삶이 괜찮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시장 한 귀퉁이에 있는 구멍가게였다. 나는 막내라서 일을 많이 안 했지만, 부모님은 아침 일찍 가게를 열어서, 시장에 아무도 없을 때까지 가게일을 하셨기 때문에, 가게라는 것이 나에게는 그다지 여유로운 이미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부지런히 일해야 먹고살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해보니 직장 생활도 바쁘기는 마찬가지고, 애들 다 크고 돈을 많이 안 벌어도 되는 시절이 오면, 한가롭게 가게를 하나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내와 나는 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서 공부한 친구다. 그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공간도 대체로 비슷하다. 예전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나이 들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와 나의 추억이 곳곳에 묻어있는 곳에 가서 작은 가게를 한가로이 운영하는 것이, 꽤나 재밌는 일이 될 것 같다.
어렸을 때 집 마당에서 밤하늘을 보며 별자리를 찾았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에는 사자자리를 찾고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밤하늘에서 별을 많이 못 보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내 눈으로 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금방이라도 별을 볼 수 있는 곳에 가서 보면 될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더 잘 안 하게 된다. 아마 앞으로도 한참 동안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 같다.
별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초등학생 때, 백과사전이 있는 친구 집에 가면 꼭 '우주'편을 펼쳐서 보고는 했고, 한 때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만약, 천문학자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으면, 정말로 천문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별 말고 하나 더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언젠가는 오로라를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
적어놓고 보니, 전부 손에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것 같다. 불가능한 꿈이 아니고, 열심히 노력하면 다 이뤄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사실 예전부터 그랬을 것이다. 내가 꾸는 꿈들은 다 이룰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좀 더 열심히 꿈을 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려고 했다면 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라도 무엇인가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늦게 출발하기는 했어도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으니, 언젠가는 다섯 개 모두 이뤄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씩, 하나씩, 이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