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도시 국가다. 역사적으로 크게 의미 있는 도시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시인 것 같다. 예전에는 지금의 모나코보다 20배 정도 큰 영토를 가지고 있었는데, 국토의 95%에 해당하는 지역을 프랑스에 팔아버리고 현재의 모나코 영토만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름 독특한 방향성을 잡아서, 현재는 부자들의 휴양 도시 같은 느낌으로 자리 잡고 있다.
모나코는 유럽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인기가 없는 도시다. 유명한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음식이 특별하지도 않다. 위치도 유명한 도시들과 가까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나코에 들리려면 동선이 약간 애매해지기도 한다. 물가도 그렇게 싼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나코는 한 번쯤 가볼 만한 곳이다. 바다를 바라보는 절벽에 층층이 집이 자리 잡은 것 같은 형태도 독특하고, 흔히 보기 힘든 슈퍼카가 길거리 여기저기서 너무나도 쉽게 눈에 띄는 것도 인상적이다. 모나코에 하루만 머물러도 온갖 종류의 페라리와 포르셰를 만날 수 있다.
모나코에서는 카지노가 주 수입원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모나코에 있는 카지노에 들어가 보면 무척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사람도 별로 없다. 오죽하면 직원이 손님보다 많은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007에 등장했던 유명한 카지노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아무래도 부자들의 동네이다 보니 다들 개인 룸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카지노의 공개된 장소에서 게임을 하던 몇 안 되는 손님 중 한 손님이 기억난다. 천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칩으로 바꿨다가 순식간에 다 잃었는데, 아무렇지 않게 또 천만 원 정도를 칩으로 바꾸고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아, 여기가 이런 동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나코에서는 F1 그랑프리가 열린다. 보통 5월쯤에 열리는 것 같은데, 칸 영화제와 시기가 겹치는 경우도 있어서, 칸-니스-모나코를 여행 코스로 잡고 영화제와 그랑프리를 함께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모나코의 서킷은 시가지 서킷이다. 평상시에 도로로 사용되는 곳에서 그랑프리가 열리는 것이다. 나는 그랑프리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왠지 시가지를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들의 모습이 무척 멋있을 것 같았다.
F1 그랑프리 외에도 모나코에서는 레이싱 대회가 종종 열리는 것 같다. 내가 방문했을 때에도 어떤 대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래서 코스를 미리 돌아보는 경주용 자동차들을 몇 번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두 번 방문할 만한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회사 출장이 아니었으면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프랑스 남부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한 번쯤 들리는 것을 고려해 볼 만도 하다. 모나코 숙박이 비싸다면, 가까운 니스에 묵으면서 당일로 한 번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한 번 다녀오고 나니, 가끔씩 뉴스에서 들리는 모나코 소식이 반갑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