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는 물의 도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물로 유명한 곳이라면 아시아의 베네치아라던가 한국의 베네치아라던가 하는 수식어를 많이 사용한다. 실제로 베네치아에 들어갈 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물이었다. 나중에는 비슷한 풍경을 다른 곳에서도 보게 되지만, 베네치아에 갔을 때만 해도 수로가 발달한 도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광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우리에게 베니스 영화제로 친숙한 베네치아는, 이민족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했던 사람들이 세운 수상도시다. 달리 도망칠 곳도 마땅치 않았을 테고, 물 위에 터를 잡고 있는 것이 침입자를 물리치기에 유리한 점도 있어서 그곳에 자리를 잡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살기 위해 물을 더 잘 알아야 했고, 살기 위해 교역에 힘써야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것이 강점이 되어 한 때 지중해를 호령하는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베네치아에서 수로를 찍기에 좋은 장소가 있다. 바로 아카데미아 다리다.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어 놓기도 하는 이 다리에서는, 나처럼 사진 촬영에 서툰 사람도 마음에 드는 풍경 사진을 손쉽게 찍을 수 있다. 눈에 보이는 풍경 자체가 워낙 그림 같기 때문이다.
베네치아의 명물 중 하나는 바로 곤돌라일 것이다. 가격이 꽤 하는 데다, 혼자 여행을 갔기 때문에 직접 타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타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다른 곳에서 비슷한 체험을 해보기는 했는데, 내 취향에는 그다지 맞지 않았다. 그래도, 곤돌라가 있는 풍경은 그런대로 특색이 있어 좋았다.
수로의 도시이다 보니,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낯선 풍경들이 존재한다. 배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풍경이라던가, 배 위에 놓인 중장비 같은 것이다. 어떤 집들은 1층 문을 열면 바로 수로여서, 길과 문 사이에 작은 다리가 놓여 있기도 하다.
물로 흥한 베네치아는 이제 물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베네치아가 점점 더 침수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있을 때에도 산마르코 광장에 물이 차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가끔씩은 수면이 심하게 올라오기 때문에, 1층에서는 사실상 살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침수를 막기 위해 거대한 방파제를 세우는 프로젝트도 진행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생각난다.
살기 위해 물 위에 거주지를 세웠고, 그 물 덕분에 전성기를 맞았다가, 이제 다시 그 물이 골칫거리가 되었으니, 참으로 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도시인 것 같다. 내가 베네치아를 방문한 지 9년이 지났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무쪼록 베네치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잘 해결되었으면 한다. 내가 방문했던 도시들 중 손꼽히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베네치아가 오래도록 그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