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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방문하면 잊지 못하게 되는 도시, 베네치아

by 취한하늘

한때 지중해를 제패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도시라고 하면, 왠지 크고 웅장한 도시가 떠오르지만 실제 베네치아는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물 위에 만든 도시이다 보니 크게 만들기는 어려웠나 보다. 그래서,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시 전체를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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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을 다니다 보면 마치 탐험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베네치아의 육로는 다른 도시와는 많이 다르다. 베네치아를 물의 도시라고 많이 부르지만, 육로만 보면 골목의 도시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골목이 많다. 도시 전체에 골목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 골목 중간에 작은 광장들이 있다. 그래서 베네치아를 걸어 다니는 느낌은 무척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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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기 딱 좋은 베네치아>


골목과 골목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베네치아에서는 길을 잃기 쉽다. 지도를 꼼꼼하게 보고 다니지 않으면,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 곳에 도착해서 당황하는 상황이 생긴다. 심지어 내가 다닐 때는 잘못된 표지판도 있어서 표지판을 믿지 않고 지도에만 의지해서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어떤 한국 사람이 길을 잃었는지 나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현재 있는 곳이 지도의 특정 위치가 맞는지 물어봤다. 그래서, 그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위치를 봤는데, 당시 우리가 서 있던 곳과는 거의 반대편의 아주 먼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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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사는 모습>


베네치아는 아무래도 물 위에 지은 도시라서 그런지, 전반적인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서울에 비하면 유럽의 도시들이 다소 불편한 편이기는 하지만, 베네치아는 특히 더 그랬던 것 같다. 편하고 현대화된 시설보다는 낡고 오래된 시설이 많았다. 내가 다녀온 지 9년 정도 되었으니 지금은 더 좋아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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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베네치아. 관광객이 없는 밤에는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베네치아가 겉으로 보기에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지난번에 얘기한 침수 문제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베네치아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 보니, 베네치아의 물가가 오르고, 그렇게 오른 물가 때문에 베네치아에 사는 주민들은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들었다. 당시 확인했던 바로는 섬에 사는 주민이 계속 줄어서 7만 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지금 검색해보니 2018년 기준으로 5만 5천 명 정도가 섬에 살고 있는 것 같다.(참고로, 섬 바깥 육지에 사는 사람까지 합하면 26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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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를 준비 중인 모습>


관광객이 많기 때문에 관광 수입으로 살기가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섬 안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주민보다 외지인이 많았다고 했던 것 같다. 외지인이 섬 안의 건물을 사서 호텔이나 레스토랑으로 개조하여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베네치아가 사람이 사는 도시라기보다는 거대한 테마파크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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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풍경이 아름답고 독특해서 누구에게나 한 번쯤 가보라고 권하는 도시가 베네치아다. 하지만, 크기가 작고 인근에 특별한 것이 많지 않아서 두 번 방문할 도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베네치아를 다녀오고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다른 곳보다 베네치아를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만큼 알게 모르게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도시였다. 번영했던 과거와 몰락한 현재가 겹쳐지는 도시였고, 역사에 이름을 남긴 도시의 황혼기를 보는 느낌을 주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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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다시 방문하고 싶은 베네치아>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가 여행자에게는 참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아직 두 번 방문한 도시는 없다. 아마, 이탈리아의 도시 중 내가 두 번을 가게 되는 도시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베네치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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