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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r 05. 2021

인공지능에 대한 수박겉핥기식 이해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알파고 이후로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것처럼 인공지능도 우리 생활에 밀착하게 되리라는 것에 이견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보인다. 이에, 내가 인공지능을 깊게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공지능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술적인 기반 없이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개념이 상당히 포괄적이면서 시대에 따라 약간 다르게 사용되기도 한다. 넓게 보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는 모든 것을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예전에는 세탁물에 따라 물량을 알아서 맞춰주는 세탁기에도 인공지능이라는 말을 붙였다. 하지만, 요새는 그 정도 기능에는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잘 붙이지 않는다. 충분히 사람에 가깝게 판단할 경우에 인공지능이라고 불러주는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시대에 따른 인공지능의 의미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그 시대의 기대치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인공지능 기법 중에 사람의 뇌와 비슷한 구조로 설계하는 기법이 있었다. 이 기법의 존재는 오래되었지만 한계가 있어 널리 사용되지 못했는데, 그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 등장하면서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실생활 여기저기에 사용되게 되었다. 이 구조는 사람처럼 경험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사자를 구별하는 법을 컴퓨터에게 가르친다고 생각해 보자. 규칙에 의한 방법은 컴퓨터에게, 사자의 특징을 일일이 가르쳐 주는 것이다. 눈이 어떻고, 코가 어떻고, 수염이 어떻고, 머리와 몸의 비율은 어떻고 등을 모두 가르쳐 주어야 한다. 비슷한 다른 동물과 헷갈리지 않으려면 상당히 많은 특징을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뇌와 비슷한 구조로 설계된 인공지능에게는 그냥 사자 사진과 사자가 아닌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면 된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다른 동물과 다른 사자의 특징을 알아내고, 이후에 새로운 사진을 보더라도 사자인지 아닌지 잘 판단하게 된다. 마치 아기가 사자를 학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만 있으면 손쉽게 배우고, 또 꽤나 '잘' 배우기 때문에,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용이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병의 진단이다. 여러 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공부한 인공지능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환자의 질병을 판단하는 데 좋은 성능을 보인다. 엑스레이뿐만 아니라 환자가 나타내는 여러 징후들을 보고 의심되는 질병 후보군을 뽑아내는 것도 꽤 잘한다. 이 외에 신약을 개발하거나, 백신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이 활용되는데, 미래의 바이오, 의료, 헬스케어 산업에서 이미 인공지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분야로는 자율 주행이 있을 것이다. 카메라에 찍힌 영상만 보고도 어디가 길이고 무엇이 자동차인지, 신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판단이 가능하다. 이미 꽤 좋은 주행 성능을 보이는데, 다만 의료의 경우 사람이 중간에 개입하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반면에, 주행은 순식간에 사고가 나버리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데이터만 있으면 알아서 잘 배우지만, 그래서 어떻게 배웠는지 사람에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어떤 사진을 보고 사자인지 아닌지 판단했을 때, 왜 사자라고 생각했는지, 왜 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마치 블랙박스처럼 입력과 출력만을 알 뿐, 그 안에서 어떤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공지능이 어떻게 결과를 도출했는지 알게 하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성과도 있어서, 설명이 되는 영역들도 존재한다.

성능만 좋으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설명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지만, 설명이 있어야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다. 인공지능이 X레이 사진을 보고 '암입니다'라고 했을 때, 어느 부분을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얘기하지 못하고 그저 '암입니다'라고만 얘기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결과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논리적이지 못해서 인공지능이 틀리게 판단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판단의 근거를 알면 그 부분을 수정해서 인공지능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묘사되는 것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현재의 인공지능은 그렇게 전지전능한 편은 아니다. 앞에서 묘사했듯이 논리적인 접근이 아니라 경험적인 접근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100% 논리적인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논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를 벗어난 범위까지 판단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사람은 검은 백조를 처음 보고도 '백조가 검은 색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그냥 모르는 생물로 분류하기 쉽다.

그리고, 애초에 다량의 데이터가 쌓이기 어려운 분야도 있는데, 예를 들어 예상을 빗나가는 것이 포인트인 '개그'같은 것은 인공지능이 접근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웃음을 주는 데도 패턴 같은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금방 식상해지고, 조금씩 비틀어 주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공지능 개그맨은 인공지능 가수나 인공지능 배우보다 훨씬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인공지능이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기술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예상이 잘 안된다. 어쩌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도 대부분은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편향'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올 확률이 내내 60%라면, 5일 중 3일 정도 비가 오는 것을 예상하는 것이 논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5일 내내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60%를 100%와 동일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런 편향은 인공지능에도 존재하는데, 두 가지 영역에서 도드라지게 보이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챗봇이다. 챗봇이 학습한 데이터에서 동성애를 좋게 표현한 데이터보다 동성애를 나쁘게 표현한 데이터가 많으면 동성애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져버리는 것이다. 사람은 입장을 선택할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간혹 새로운 입장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인공지능은 기존에 존재하는 입장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이다 보니 다수의 입장을 쉽게 받아들여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면에서는 아기와 다름없다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 영역은 추천이다. 영화 추천을 예로 들면, SF 영화를 좋아한다고 판단된 사람에게는 너무 SF에 편향되어 추천하는 식이다. 가끔은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을 때도 있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인공지능은 계속 SF 위주로 추천한다. 아마 유튜브 추천 영상 같은 데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영상 추천 같은 것은 무작위 선택을 포함시켜서 보완이 되는데, 뉴스 같은 경우는 같은 주제를 다르게 다룬 기사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고급스러운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온다는 것은, 일의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IT 영역뿐만 아니라, 교육, 투자, 운송, 건강, 요식업 등 인공지능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없다시피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생각이든, 인공지능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넓혀 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넓고 깊게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 미래에 일을 하게 될 지금의 학생들은 인공지능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다.


인공지능에 대해 깊은 내용은 없고, 혹시 최근에는 달라진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정도 이해하고 자료를 찾아보면 인공지능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피상적인 내용밖에 없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정리해 본다.


summary

최근의 인공지능은 사람과 비슷한 정도로 판단을 수행하는 것을 대체로 나타냄

사람처럼 여러 개의 데이터를 보고 스스로 규칙을 찾아내서 학습함

데이터가 많은 곳에서 잘 쓰이는데, 의료, 자율 주행 등이 대표적임 

인공지능은 판단의 과정을 알려주지 않음. 그래서 판단 과정을 해석하려는 연구가 병행되고 있음

뭐든지 잘하는 것은 아님. 경험적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논리적인 접근은 잘 못함

다수를 차지하는 정보에 쉽게 편향되는 단점이 있음

어떤 일을 하든지 인공지능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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