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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pr 16. 2021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게임은 누가 만드는가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 것처럼, 한 편의 게임을 만드는 데에도 여러 역할의 사람들이 필요하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이런 역할들에 대한 이해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겠지만, 게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혹은 게임 만드는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게임 제작 과정에 포함된 여러 역할에 대한 이해가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은 게임도 서비스라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사업, 마케팅, 운영, 테스트 같은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다만, 넓은 범위의 참여자들을 다 나열하기에는 너무 많고, '게임을 만든다'라고 할 때에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참여하는 역할들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기획자


말 그대로 게임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게임의 큰 방향성부터 세부적인 내용까지 빠짐없이 정의하여,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가 작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주로 문서로 기획 내용을 공유하기 때문에, 문서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기획자가 기획하는 내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설정 및 스토리, 시스템, 밸런스, 콘텐츠, UI/UX 등이 그것이다. 대체로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기획자는 대부분의 내용을 다룰 수 있지만,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 기획도 각 부분마다 전문성 있는 기획자를 배치한다. 따라서, 기획자라면 자신의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분야가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이다.

설정 및 스토리는 말 그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게임이라는 것이 대체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야기는 경험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에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특히, 롤플레잉 게임이나 어드벤처 게임 같은 일부 장르에서는 이야기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시스템 기획은 게임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각 콘텐츠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플레이 흐름은 어떻게 유도되는지, 매출과 연결되는 포인트는 무엇일지 등을 다루게 된다.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으로 따지면 게임의 '규칙'을 설계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밸런스는 게임에 존재하는 각종 수치들 사이의 균형을 의미하는데, 퍼즐 게임이나 디펜스 게임 같은 일부 장르에서는 밸런스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저 레벨, 유저의 소지 재화, 특정 액션이 주는 경험치 등 게임에 존재하는 여러 수치들은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기획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밸런스 쪽이 전문성이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콘텐츠 기획은 튜토리얼, 퀘스트, 업적, 이벤트 등 각종 콘텐츠에 대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묘사하는 작업을 한다. 아트와 프로그래밍 작업의 토대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아주 상세히 설명해야 하고, 빠진 부분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게임 경험에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서, 플레이어 입장에서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

UI/UX는 게임과 플레이어가 상호작용 하는 부분을 기획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UI/UX 아티스트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획자 혼자 결정하기보다는 아티스트와 긴밀히 협업하면서 일을 진행하게 된다. UI/UX는 편의성하고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안을 가지고 테스트를 많이 진행하기도 한다.

기획자는 주로 문서 작성을 하기는 하지만, 문서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파트의 인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문서 작성 능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기획의 근거를 확보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아티스트 - 그래픽


게임에서의 아트는 크게 그래픽과 사운드로 나눌 수 있다. 그래픽은 다시 원화, 모델링, 애니메이션, 이펙트, UI/UX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 더 세분화하기도 하고, 테크니컬 아티스트 같은 특별한 포지션도 있지만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나누고 설명하고자 한다.

원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캐릭터 원화가는 사람, 동물, 몬스터 등 각종 캐릭터들을 그리고, 배경 원화가는 배경과 사물들을 주로 그린다. 원화가의 그림에 의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내가 몸 담았던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원화가가 그래픽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설정하고 관리했다. 다만, 그래픽 콘셉트와 게임의 기획이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원화가가 단독으로 방향성을 잡는 것은 아니고 기획자, 리더와 많은 논의를 거쳐 최종적인 그래픽 콘셉트를 결정한다.

모델러는 3D 모델을 만드는 사람이다. 원화가가 2D 작업물을 만들면, 모델러는 그것을 3D로 구현해 낸다. 3D 월드 자체가 모델러의 손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원화와 마찬가지로, 캐릭터를 주로 작업하는 캐릭터 모델러와 배경 및 사물을 주로 작업하는 배경 모델러로 나뉜다. 3D 모델은 보통 수많은 삼각형을 연결하여 구성하는데, 삼각형이 많을수록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고 애니메이션이 부드러워진다. 하지만, 연산이 많아져서 프로그램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적은 삼각형으로 보기 좋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델러가 만든 모델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애니메이터다. 모델이 삼각형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애니메이션도 프레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원하는 것을 충분히 표현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물체의 애니메이션을 잡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일이 핵심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모델링이 잘 되어도,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우면 리얼리티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에 애니메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펙터는 특수효과나 연출을 담당한다. 불꽃이나 연기 같은 것을 만들기도 하고, 조명이나 물체의 질감 같은 것을 설정하기도 한다. 특수효과나 연출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경험을 더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주먹으로 날아오는 공을 쳐냈을 때, 이펙트가 없으면 굉장히 밋밋한 장면이 되지만, 적절한 이펙트와 연출이 들어가면 화려하고 실감 나는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좋은 효과와 연출을 위해서는 아트 작업과 프로그래밍 작업이 병행되어야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더러 프로그래밍을 같이 하는 이펙터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만난 테크니컬 아티스트는 모두 이펙터였다.

UI/UX 디자이너는 게임 속의 User Interface를 디자인하고, 플레이어와 게임 간의 상호작용을 설계한다. UI와 UX가 다소 다른 개념이지만, 전반적으로 게임과 플레이어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아트 작업물과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사용하는 도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단순히 보기 좋은 것만 추구해서는 안된다. 사용하기 편한 것과 보기 좋은 것을 모두 잡아야 하는 것이, UI/UX가 어려운 점 중 하나이다.


아티스트 - 사운드


사운드 작업의 경우에는, 크게 음악(BGM) 작업과 효과음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한 사람이 둘 다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쪽 역할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음악 작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콘셉트 아트 정도는 있어야 한다. 게임 전체의 시각적인 분위기와 음악이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작곡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편이다. 게임 음악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반복적으로 플레이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오래 들어도 듣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게임을 연상시키는 강한 멜로디가 요구되는 상황도 있다.

효과음은 짧은소리를 여러 개 만들어서 게임 곳곳에 사용한다. 효과음은 게임에서 차지하는 용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최적화를 통해 용량을 줄여주는 것이 좋은데,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효과음을 이곳저곳에 재사용하기도 한다. 효과음의 경우에는 타이밍도 중요한데, 소리가 나야 하는 타이밍에 효과음이 시작되어야 하고, 그 길이도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그래픽 작업의 뒤쪽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사운드 디자이너가 하는 작업 중에 성우 녹음도 있다. 게임에 음성이 들어가면 플레이어가 느끼는 게임 퀄리티가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규모 있는 게임들은 성우 녹음을 많이 진행한다. 다만, 회사에 소속된 성우가 아니다 보니, 서비스 진행 중에 추가 녹음이 어려워진다거나 하는 곤란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

아티스트에 대한 설명이 무척 길어졌는데, 워낙 역할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래서 대체로 인원도 가장 많은 편이다. 아트 작업의 경우에는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형태를 보이기 때문에, 작업 우선순위와 일정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대부분의 팀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이 부분을 잘 정비해 놓고 진행한다.


프로그래머


게임과 관련된 프로그래밍은 크게 프런트엔드(front-end)와 백엔드(back-end)로 나뉜다. 클라이언트와 서버로 나누기도 하는데, 클라이언트가 프런트엔드에 해당하고, 서버는 백엔드의 일부분으로 보면 된다.

나는 프로그래머 출신이기는 하지만, 프런트엔드 프로그래머였기 때문에 백엔드에 대해서 깊이 알지는 못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프런트엔드 위주로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프런트엔드 프로그래머 사이에서는 특별히 직무적 구분은 없다. 그때그때 게임의 한 부분을 나누어 맡아 작업하게 된다. 다만, 알고리즘에 강하다던가, UI 작업에 익숙하다던가 하는 차이는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적절히 일을 배분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규칙에 해당하는 부분은 주로 백엔드에서 담당하고, 프런트엔드는 플레이어의 눈에 보이는 부분을 담당한다. 화면을 만들고, 화면이 적절히 변화되게 하는 것이 프런트엔드 작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게임 엔진을 다루는 것도 프런트엔드 프로그래머들인데, 이런 게임 엔진이 하는 일이 좋은 화면을 적은 노력으로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엔진 자체의 성능은 상당히 좋지만, 그것을 적절히 사용하지 않으면 게임이 느려지거나 충분한 품질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엔진 숙련도가 프런트엔드 프로그래머들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된다.

게임 개발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프로그래머의 작업을 기준으로 전체 일정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만들어 내기보다는, 몇 단계를 거쳐 게임의 완성도를 점차 높여가게 되는데, 그 단계 단계의 구분이 보통 프로그램 측면에서 이루어진다.


종합예술?


게임이 예술은 아니지만, 종합 예술처럼 서로 다른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는 영화나 드라마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인디 게임 같은 간단한 게임은 1명이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게임 회사에서 규모 있게 만드는 게임들은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여하기도 한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도 플레이어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는 게임들이 많은데, 어쩌면 그런 면도 영화와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서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만 다루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또 다른 역할들까지 생각하면, 게임 하나 만드는 것이 정말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summary

기획 : 설정 및 스토리, 시스템, 밸런스, 콘텐츠, UI/UX

그래픽 : 원화, 모델링, 애니메이션, 이펙트, UI/UX

사운드 : 음악, 효과음, 성우 녹음

프로그래머 : 프런트엔드, 백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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