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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Oct 24. 2022

독단적인 리더에 대해

종종 만나게 되는 유형


사람들이 싫어하는 리더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자기만 아는 리더, 리더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리더, 책임감이 없는 리더, 간섭이 심한 리더 등 다양하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웬만하면 잘 빠지지 않는 유형이 바로 독단적인 리더가 아닐까 생각한다. 팀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리더 혼자만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경우인데, 여러 리더를 경험하다 보면 한 번쯤 만나게 될 정도로 은근히 흔한 유형이기도 하고, 그래서 독단적인 리더가 싫다는 것에 대해 공감을 많이 얻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리더의 독단이 반드시 나쁜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리더의 고집을 권장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위대한 리더들 중에도 독단적인 리더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원래 나쁜 행동도 좋게 쓰일 때가 있는 법이고, 나쁜 태도를 가진 리더들 중에서도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리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사례가 있다고 해서 독단적인 리더를 좋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독단적인 리더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나눠 보고자 한다. 


왜 독단적이 될까?


리더가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여기서는 세 가지만 언급해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는 자신의 통찰을 굳게 믿는 경우이다. 한 마디로, 혼자서도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서는 나보다 통찰력이 몇 급수는 높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의견을 물어보면, 오히려 내 부족함이 드러날까 봐 긴장했던 기억도 난다. 문제는 실제로 높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데 그렇게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좋지 않은 선택으로 탈이 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럴 때 그 실패를 숨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행동까지 보인다면 그야말로 답이 없는 리더의 유형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리더의 책임감에 과몰입하는 경우다. 사실 리더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역할이 맞다. 그런데, 그 책임감에 너무 과몰입하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다 짊어지고 있고, 그래서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분명 리더는 커다란 책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더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팀 전체가 나누어 가져야 하는 책임들도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팀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것들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리더가 팀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팀원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리더가 단독으로 결정을 진행하는 경우다. 실제로 팀원이 믿음직스럽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을 수 있고, 단지 리더가 팀원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양자 사이에 신뢰가 구축되지 못한 상태가 리더의 독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상태는 독단을 떠나서 신뢰가 부족한 상태 자체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 전쟁처럼 긴박한 상황에서는 리더의 독단적인 결정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환경이 아무리 긴박해도 전쟁터만큼 긴박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배제해도 괜찮은 것 같다.


독단적이라는 것이 정확히 뭘까?


똑같이 독단적으로 보이는데 독단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있다. 리더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일을 진행하는 데도 불구하고 독단적인 리더라는 평가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유치원생을 통솔하는 선생님을 생각해보자. 이 선생님은 거의 모든 결정을 자기 혼자 내리고 있는데도 독단적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상대가 유치원생이라서 그럴까? 아니다. 선생님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유치원생들을 무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그 이유까지 구성원에게 설명하고, 구성원이 의문을 제기하거나 의견을 표명하면 잘 듣고 그것에 대해 대답해 준다. 그리고 허용 가능한 범위에서 다른 의견이 나오면 그것을 인정해주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리더(선생님)의 모든 결정은 구성원(유치원생)을 위하여 내려지고 있다. 그래서 리더가 거의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더라도, 구성원은 자신이 존중받고 배려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단지 혼자 결정을 내린다고 해서 독단적이라는 말을 듣지는 않는다. 언제나 구성원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그 이유와 근거까지 언제나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면, 그리고 팀과 프로젝트를 위해 고민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면, 혼자서 결정을 내린다고 한들 독단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독단적인데 비난받지 않는 경우는 왜 생길까?


구성원의 말도 잘 안 듣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설명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그 결정이 구성원을 위한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분명 독단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독단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비난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리학 콘서트'를 집필한 다고 아키라는 복종을 세 가지 종류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Compliance로, 호의나 선의에 의한 복종을 말한다. '저 사람이 말하는 것은 들어주어야지'같은 것으로, 어린아이의 말을 따라주는 부모의 모습에서 잘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Submission으로, 권위에 굴복해서 강제적으로 굴복하는 경우다. 직장이나 군대에서 많이 목격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는 Obedience로, 리더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런 저항감 없이 따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바로 이 세 번째의 Obedience가 형성된 조직에서는, 리더가 독단적이어도 비난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카이사르나 스티브 잡스가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한다고 한들, 비난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별로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비난보다는 기대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이전에 보여준 결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를 통해 쌓은 신뢰만큼 강한 것도 드문 편인데, 꼭 결과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구성원이 리더의 통찰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리더의 독단적인 행동이 문제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


뒷받침되는 행동들이 중요하다


독단적인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독단적인 리더를 싫어하는 것은, 단지 독단적인 행동 하나만을 보고 그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고,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획득하지도 않은 채 독단적인 행동을 보일 때,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도 않으려고 할 때, 사람들은 독단적인 리더를 싫어하고, '독단적이다'라는 표현 안에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독단적인 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자질인지 배척해야 하는 태도인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독단적인 행동을 정당화해주는 조건들을 같이 만족시켜주고 있는가에 있는 것 같다. 구성원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획득하고 있다면, 그리고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지려는 의지가 있다면, 리더의 독단적인 모습을 한 번쯤은 따라가 줄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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