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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pr 12. 2021

[Evaluation] 평가. 평가? 평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가


연말이면 대부분의 조직이 평가 프로세스에 돌입한다. 조직에 따라서는 다른 사이클을 가져가는 조직도 있겠지만, 대체로 연초에 목표를 세우고 연말에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평가라는 것이, 조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 동시에 가장 골치 아픈 일이다. 조직의 성과에 대한 구성원의 기여라는 것이 자로 재듯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데다가, 구성원들의 욕망이 서로 충돌하는 일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가 시스템을 악용하려는 시도도 끊임없이 일어나니, 말 그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욕은 욕대로 먹게 되는 것이 평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좋은 평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이미 수천 년을 이어져 왔다. 하지만, 여전히 정답으로 받아들여지는 평가 시스템은 찾지 못하고 있다. 그저 어떤 시스템이 유행을 타고 여러 회사에 전파되었다가, 문제가 발생하고, 수정된 모델이 나오고, 그러다가 또 새로운 시스템이 유행을 타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고, 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근래에는 OKR이라는 목표 설정 기법이 평가와 연계되어 많이 활용되는데, OKR이 '구글'이라는 아주 특별한 기업에서 성공하여 유명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역시 한 때의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평가 시스템은 인재를 모은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평가는 조직에 아주 중요한 것들을 가져다준다. 그중 하나가 보상을 적절히 나눌 수 있는 기준이다. 賞罰孰明(상벌숙명). 손자병법에 나오는 '칠계(七計)'중 하나다. 두 나라가 전쟁을 하기 전에, 일곱 가지 항목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이 승리할지 미리 알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칠계의 마지막 일곱 번째 항목이 바로 상벌숙명이며, 그 뜻은 '어느 나라 상벌이 더 공명정대한가'이다.

조직에 있어 신상필벌의 중요성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조직에 충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기업의 경우, 어떤 고상한 목적이 있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모든 직원은 보상을 바라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기업 자체가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니,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보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생각하는 구성원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면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은, 조직이 그 사람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개인이 더 많은 보상을 쫓아 조직을 옮기는 것은, 곧 자신을 더 많이 인정해 주는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 많은 보상을 쫓아 이동하는 이런 특성 때문에, 조직이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란, 조직의 성과에 대한 구성원의 기여도와 구성원이 가진 역량을 정확하게 평가해 주는 시스템이며, 이런 시스템을 가진 조직에는 좋은 역량을 가진 인재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좋은 평가 시스템은 조직을 발전시킨다.


평가 시스템이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혜택은, 개인과 조직의 현재 상태를 알려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다가 어느 길로 갈지 선택해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도를 열어 현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하고서는 어떤 길로 어떻게 가야 목적지에 도착할지 알 수가 없다. 

사람과 조직도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현재 상태를 알아야 최초의 계획과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 더 강화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할 액션을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지도에서 내 위치를 찾는 것은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지만, 개인과 조직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스스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여러 사람과 조직이 얽혀서 돌아가는 환경에서, 한 개인과 조직에 대한 평가를 그 내부에서만 진행하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피드백'이 중요하다.

고대에는 상벌을 명확히 하는 게 평가의 대부분이었다면, 근대 이후로는 피드백의 품질을 올리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조직이 처한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도 효율이 중요하게 되었고, 좋은 효율로 성장하기 위해 정확한 코칭이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좋은 피드백은 개인과 조직이 정확한 방향으로 빠르게 성장하게 만든다.


쉬운 길을 경계해야 한다.


좋은 평가 시스템이 주는 효용이란 게, 어찌 보면 뻔한 얘기다. 보상을 공정히 나누어 인재를 끌어들이고, 현재 상태를 정확히 알려주어 더 빨리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그렇게 중요한 평가인데도 올바른 길보다는 쉬운 길을 택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평가는 어렵다. 평가자가 피평가자의 모든 것을 다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평가 과정에는 추론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평가를 객관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스템을 정비하고 운영하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허점이 있고, 그런 허점들은 곧잘 이용당하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 하고, 그중에는 좋은 평가를 위해 옳지 못한 수단도 쓰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기 때문에, 평가 과정은 늘 도전받게 되고, 그런 도전을 성공적으로 물리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평가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도 하나 있는데, 그것은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이 안 나오는 평가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불평이 안 나오면 평가를 잘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것은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와는 다른 얘기다. 피평가자들은 서로의 평가 내용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준은 다 다른다. 그래서 똑같이 일했는데, 어떤 사람은 B에 만족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B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불평이 안 나오게 하려면 후자의 피평가자에게 더 좋은 평가를 주어야 하겠지만, 그러면 이미 공정한 평가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조직을 떠난다고 할 때, 조직이 더 큰 보상을 제시하며 붙잡는 경우가 있다. 불평을 기준으로 하는 평가가 아직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평가는 평가자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평가 과정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공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평가자와 함께 일하는 피평가자들에게는 그것이 회사에서 벌어지는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어디 내놓아도 자신 있을 만큼의 업무 성과를 바라듯이, 조직은 평가의 내용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도 자신 있을 만큼의 좋은 평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가는 조직의 정체성이다.


모든 조직이 그럴듯한 비전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조직들에서는 그것이 단순히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는 그 사람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하는 게 정확하다. 마찬가지로, 어떤 조직에 대해 판단할 때는, 그 조직이 내세우고 있는 구호보다는, 그 조직에서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평가 과정을 보면 조직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조직 내의 역학 관계는 어떠한지, 구성원들 사이에 어떤 문화가 존재하는지 등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조직이 구호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 꼭 일부러 그러는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막상 그렇게 행동하지는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방식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당장의 성과에 매몰되어서 자신도 모르게 구호와는 다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은 구성원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조직 스스로에 대해서도 늘 평가하고 조정해야 한다.

자신을 제대로 되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좋은 역량을 가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구성원과 조직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을 가진 조직은 그만큼 좋은 경쟁력을 가진 조직이 될 것이다.


1. 좋은 평가 시스템은 인재를 모은다.

보상은 조직이 인정하는 구성원의 가치를 나타낸다.

공정한 보상 체계에는 인재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2. 좋은 평가 시스템은 조직을 발전시킨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에도 효율이 중요하다.

현재 상태의 정확한 평가는 효율적인 코칭과 성장으로 이어진다.

3. 어려워도 좋은 평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가 과정을 교란하려는 시도는 늘 있다.

정확한 평가보다는 불평 없는 평가를 지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평가는 조직이 수행하는 과업 중에서 아주 중요한 과업이므로, 타협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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