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의 아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런데,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키가 훌쩍 커져 있었다. 그 아들은 과연 어느 하루 동안에 키가 훌쩍 커져 버린 것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매일매일 조금씩 크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다시 만나면서 키가 지난번보다 많이 커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을 뿐이다. 그동안의 성장은 관찰하지 못하고, 지난번 만났을 때와 비교하니 갑자기 커진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3급, 4급 실력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세돌을 완전히 압도했다. 인공지능은 어느 날 갑자기 똑똑해진 것일까?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날 갑자기 급성장한 것일까? 아니다. 수많은 논의와 연구가 있었고, 실패한 많은 실험들이 쌓여 있었다. 그렇게 부단한 노력으로 조금씩 성장을 쌓아 나갔고, 그 결과가 어느 특별한 하루에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두고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퍼져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신화의 주변에는 수많은 실패의 역사가 공존하고 있다. 실패는 기억하지 않고 성공만 기억하기 때문에 신화가 된다. 확률 낮은 신화를 따라 하는 것이, 조직의 명운을 도박에 거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
인류가 이룩한 거의 대부분의 발전은 조금씩 쌓아 올려진 것이다. 그렇게 쌓아 올려진 발전 속에서 가끔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온다. 증기 기관을 이용해 말 수십 마리가 끄는 힘을 기계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도, 잠수함과 비행기를 이용하여 바닷속과 하늘을 정복하게 된 것도, 우주선을 타고 인간이 달에 도착하게 된 것도, 엄청난 컴퓨팅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처럼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것도, 모두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해 쌓아 올려진 성과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다. 결과들만을 놓고 보면 점프가 발전의 본질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사실은 눈에 띄지 않게 누적되고 있던 성장이 어느 순간 눈에 띄는 결실로 연결된 것이다.
통찰의 영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통찰은 서로 다른 영역의 지식이 연결되면서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통찰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쌓는 과정이 먼저 필요하다. 그렇게 지식을 쌓고 있는 초기에는 연결이 없어 통찰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식을 쌓아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지식과 지식이 연결되기 시작하고, 통찰의 불꽃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문득, 자신이 예전보다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성장은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지식을 쌓아나가는 동안에도 그 사람은 계속 성장하고 있던 것이다. 단지, '통찰'이라는 현상을 통해 그 성장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성장은 로켓처럼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성장은 쌓아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쌓아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점프를 하듯이 빠르게 성장하는 경험도 하게 되지만, 그런 현상도 쌓아놓은 것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이든 조직이든, 큰 성장을 원한다면 성장의 기반이 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장을 위해 무엇을 쌓아나가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