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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Feb 13. 2023

두 염소

직장인을 위한 이솝 우화

계곡의 바위 투성이 경사면에서 유쾌하게 뛰어놀던 두 염소가 우연히 만났다. 각 염소는 강한 급류가 흐르는 깊은 협곡의 양 쪽 편에 있었다. 쓰러진 나무의 몸통이 그 협곡을 가로지르는 유일한 통로가 되고 있었고, 두 마리의 다람쥐조차 서로 안전하게 통과할 수 없을 만큼 통로는 좁았다. 그 좁은 통로에서는 가장 용감한 자라도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염소들은 달랐다. 그들의 자존심은 반대편에 상대방이 서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염소가 통나무에 올라섰다. 다른 염소도 똑같이 했다. 통나무 중간에서 두 염소는 뿔을 맞댔다.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결국 둘 모두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포효하는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




1.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에는 언제나 신호등이 존재해야 한다. 절대로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 말자. 그렇게 해결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규약이나 기준,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고, 역할과 책임이 언제나 분명해야 한다. 하다못해 중재할 사람이라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신호등의 존재가 복잡한 교통망을 유지시켜 주는 핵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2.

신호등이 존재해도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바로, 양 쪽 모두 물러설 여유가 없을 때다. 두 염소 모두 물러서서는 안 되는 상황에 몰려있다면 신호등은 있느나마나할 것이다. 분명 한쪽은 신호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지만, 물러서는 것이 위협으로 느껴진다면 신호를 위반하더라도 뿔을 맞대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충돌을 예방하고 싶다면 조직에 약간의 여유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누가 극한에 몰려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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