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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Apr 17. 2023

전갈과 개구리

직장인을 위한 이솝우화

전갈은 강을 건너고 싶었지만 수영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개구리에게 자신을 강 건너까지 건네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개구리는 망설였다. 전갈이 자신을 독침으로 찌를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전갈은 개구리를 찌르면 자신도 물에 빠져 죽을 거라면서 개구리를 안심시켰다. 개구리는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갈을 건네주기로 했다.

강을 중간쯤 건너고 있을 때, 전갈이 갑자기 독침으로 개구리를 찔렀고 둘은 물살에 휩쓸렸다. 죽어가는 개구리가 전갈에게, 이렇게 될 것을 알면서도 왜 자신을 찔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전갈이 대답했다.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이게 내 본능인 걸."




1.

전갈이 개구리를 찌르지 않고, 강 건너까지 무사히 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전갈이 개구리를 찌를 가능성이 낮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스크가 현실이 되었을 때, 그 결과는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리스크는 발생할 가능성과 발생했을 때의 파급력, 두 가지로 판단한다. 파급력이 매우 크다면, 발생할 가능성이 낮더라도 그것을 '운'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전갈에게 찔리지 않는 방법을 찾거나, 아니면 전갈이 강 건너로 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다.


2.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는 옳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말보다는 행동이, 행동보다는 삶이 더 믿을만하다. 어떤 사람의 약속에 거짓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약속이 그 사람의 평소 모습과 많이 다르다면, 그 약속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그 사람에게 그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더라도, 실제로 약속이 지켜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물론, 강한 의지로 자아를 극복하고 약속을 지켜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전에도 그걸 해낸 사례가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례조차 없다면 정말로 신중해야 한다.


3.

약속을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한다. 약속은 의지만 있다고 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환경 때문에, 때로는 능력 때문에, 때로는 다른 사람의 개입 때문에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이유가 무엇이든, 약속을 반복해서 어기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따라서, 약속을 하기 전에 자신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히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어줄 것이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것이 신뢰 확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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