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6년인 것 같다. 당시 오사카로부터 받은 인상은 '일본의 부산'이었다. 한국인이 많아서였을 수도 있고, 거리 풍경이 부산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도쿄보다는 부산과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오사카를 17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17년 만에 방문한 오사카는 왠지 더 한국 같은 느낌이 났다. 공항에서부터 한국말을 능숙하게 하는 직원을 만나더니, 여행 센터마다 한국말이 가능한 직원이 있고, 식당에는 한글 메뉴가 있으며, 그 밖에도 곳곳에서 한글을 만날 수 있었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로 어디를 가도 한국인을 쉽게 찾을 수 있기도 했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장소는 도톤보리가 아닐까 한다. 에도 시대에 건설된 운하 옆으로 번화가가 형성된 곳인데, 지금까지도 오사카의 대표적인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맛집과 여행객이 많은 곳인데, 그런 면에서 명동과 유사한 느낌도 들었다.
워낙 대표적인 곳이라서 오사카에 오면 무조건 도톤보리는 가봐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에 진심인 사람이 아니라면 막상 대단한 건 없다. 어떻게 보면, 서울이나 홍콩에서도 만날 수 있는 흔한 도심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사람들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고, 그런 줄이 매우 많은 풍경이랄까.
또 하나의 대표적인 장소로 오사카성이 있다. 오사카 한복판에 있는 커다란 성이다. 임진왜란의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거점으로 쌓은 성이라서, 마냥 좋게만 볼 수는 없는 성이기도 했다. 그래도 도요토미 가문이 임진왜란 이후 비참하게 몰락한 덕분에 마음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았다. 특히, 도쿠가와 가문이 원래의 오사카 성을 허물고 훨씬 작게 복원한 것이 현재의 성이라고 하니, 오사카 성이 마치 도요토미 가문의 비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사카성에는 천수각이 있다. 겉모습은 옛 모습을 복원했지만, 내부는 현대식 건물이다. 그냥 박물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박물관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들어갈 필요는 별로 없는 것 같다. 8층 전망대도 있지만, 오사카에는 더 좋은 전망대가 많다.
일본 문화가 한국 문화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웃 나라라서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많다. 오사카에서 한국 사람이 많이 먹는 음식들로는 오코노미야키, 타코야키, 라멘, 우동, 스시, 규카츠, 스키야키 같은 것들이 있다. 음식마다 한국 여행객들에게 유명한 식당들이 있어서, 그 식당을 찾아가면 손님의 절반 이상, 혹은 거의 대부분이 한국 사람인 경우도 있다.
2006년에 먹었던 일본 음식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우동과 스시였다. 특히, 스시는 흔하게 보이는 100엔 스시집 어디를 들어가도 맛있었다.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서는 호텔에서 하는 스시를 먹어도 일본의 100엔 스시보다 맛이 없어 한동안 스시 자체를 먹지 않았다. 지금은 한국에도 맛있는 스시집이 많이 생겼고, 다른 일본 음식들도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
아들과 함께 갔기 때문에 아들이 좋아할 만한 동물원을 찾아갔다. 한국에도 동물원이 있지만, 집에서 가깝지는 않아 잘 가지 않는다. 오사카의 동물원은 도톤보리에서 상당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여행 일정에 포함시켰다.
오사카의 동물원은 동물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마, 늑대, 박쥐, 호랑이, 사자, 북극곰, 코뿔소, 기린 같은 동물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동물을 보러 온 사람들은 이런 동물들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아 신기해하며 동물들을 바라보는데, 동물들은 매일 보는 것이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하나같이 사람에게 무심했다. 동물을 신기해하는 사람과 사람을 신기해하지 않는 동물의 모습이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도쿄에는 디즈니랜드가 있고, 오사카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있다. 평일이라 사람이 좀 적을 줄 알았는데 매우 많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테마파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놀이기구를 타러 간다기보다는 테마를 즐기러 가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 사실, 놀이기구만으로 따지면 매력이 별로 없다. 하지만, 해리포터의 성이 있고, 슈퍼 마리오의 세계가 있으며, 미니언들이 돌아다닌다.
놀이기구들은 대체로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탈 수 있었는데, 가장 줄이 긴 것은 예상 대기 시간이 2시간 40분이었다. 그 줄의 끝에 있는 사람들은 2시간 40분을 기다려서 5분짜리 놀이기구를 타는 것인데, 그 놀이기구가 그만한 가치로 다가온다는 것이 나로서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일을 하던 시절에도 일본 사람들은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테마파크가 그 정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17년 만에 방문한 오사카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가 보여주는 풍경도 비슷하고, 한국 사람이 많은 것도 비슷했다. 오사카에서 부산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항구를 두고 발전한 도시들에는 대체로 비슷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상업의 발달, 개방적인 분위기, 그리고 특유의 활력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아마 앞으로 17년이 더 흘러도, 오사카의 이런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