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한하늘 Jul 17. 2023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18세기 영국의 어느 항구에 배가 하나 정박해 있었다. 이 배는 남미의 해안을 탐사하고, 해도를 그리기 위해 항해를 떠날 예정이었다. 항해는 최소 2년은 걸릴 것이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길어질 수도 있었다. 선장은 같이 항해를 떠날 선원을 모집하고 있었고, 한 남자가 그 배에 합류하기 위해 지원했다. 선장은 그 남자를 인터뷰했고, 남자가 전에 탔던 배의 선원들을 만나 그 남자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몇 자기 작업을 시켜본 뒤, 최종적으로 배에 합류시켰다.

선장이 그 남자로부터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선장이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였을 것이다. 탐사는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그 기간 동안 어려운 일도 많이 겪게 된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유혹이 선원을 시험할 수도 있다. 배에 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정해져 있고, 중간에 새로운 선원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처음부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배에 태우는 것이 중요하다. 선원들 간의 신뢰가 깨지면 항해는 물론이고, 선원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프로젝트도 긴 프로젝트는 몇 년씩 걸린다. 그리고, 프로젝트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위기와 난관을 반복해서 만나게 된다. 그 와중에 프로젝트를 이탈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고, 그 자리를 금방 채우지 못해 난처해질 수도 있다. 배에 승선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듯,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정해져 있다. 그래서, 신뢰할 수 없는 참여자의 존재는 프로젝트에 위협이 된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참여자는 프로젝트에 큰 힘이 된다.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자기 안전만 생각하지 않고 팀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의지가 팀 전체에 전파되어 프로젝트가 위기를 극복할 힘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평소에도, 그 사람이 맡은 역할에 대해 다른 사람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팀의 에너지를 아껴주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한다. 심지어 관리자들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목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늘 관리하며, 때로는 그것이 관리자의 '자산'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신뢰를 쌓는가

신뢰의 기반은 '예측 가능함'이다. 어떤 사람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어야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농구에서 동료가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다면, 사적으로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어도 시합에서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예측 가능함'은 바로 '일관성'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기분에 따라 일을 했다가 안 했다가 하면 동료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반면, 역량이 조금 부족해도 언제나 꾸준히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 사람들, 특히 관리자들은 이렇게 일정한 모습을 보이는 구성원을 좋아한다. 따라서, 일관되고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신뢰를 쌓는 데 필요하다.

신뢰와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이 바로 '동질성'이다. 자신과 닮은 것을 신뢰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해당한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자신과 공통점이 많은 존재에게 더 쉽게 신뢰를 부여한다. 아마 자신과 닮은 사람은 자신과 충돌할 가능성도 적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똑같이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자신과 닮았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을 예측하기도 쉽다는 것을 뜻한다.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적인 영역까지 사람들과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어떤 사람과 취미나 기호가 맞는다면, 그것을 드러내서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맞지 않는 부분까지 억지로 맞출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조직이 목표로 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받아들이고, 조직의 문화에 동화되려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일을 하기 위해 모인 집단에서, 조직의 일원으로서의 동질성을 갖지 못하면 신뢰받기 어렵다. 만약, 그것이 자신과 너무 맞지 않아 힘들다면 그 조직이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자신에게 맞는 다른 조직을 찾아 합류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수'도 신뢰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나 실패를 감추려는 행동이 발생하고, 그러다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러 일이 종종 벌어지는데, 그러다 보니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 실수를 숨기지 않는 사람은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을 온전히 책임지려는 사람만큼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사람도 드물 것이다.

물론, 실수는 많이 안 하는 것이 좋다. 실수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수했을 때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아직 업무가 서툰 시절에는 실수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조직과 동료들도 주니어의 실수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하지만, 실수를 하고 난 뒤의 행동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살핀다.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잘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람의 태도는 시간이 지나도 잘 바뀌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채용 과정에서도 관련된 질문이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본인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이라는 곳은 여러 사람의 이해가 얽혀있는 곳이다. 그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은 손바닥 뒤집듯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그런 행동을 평가하기보다는 그것을 하나의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필요하다.

직장 생활에 있어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형성된다. 그런데,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잘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로부터 학습한 내용도 상당히 오랜 기간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초기에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지가 커리어를 크게 좌우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들하고만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 깊은 교류를 하고, 팀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도 계속 '동료'의 관계를 맺을 사람을 선택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하나 둘 쌓이면서 형성된 네트워크는 커리어 내내 큰 힘이 된다.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쌓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커진다. 연차가 쌓이면 영향력과 책임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더 필요하게 된다. 특히, 리더의 역할을 맡고 싶은 사람이라면,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것이 거의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네트워크가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부터, 좋은 사람을 찾고 관계를 맺는 노력을 해두는 것이 좋다.

신뢰는 관리하는 것이다

쌓기는 어려워도 잃기는 쉬운 것이 신뢰다. 오랜 기간 조금씩 쌓아 올린 신뢰를 한 번의 잘못된 행동으로 잃어버릴 수도 있다. 따라서, 신뢰는 한 번 획득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영원한 우정과 동료애를 외치는 사람들도 대체로 그 우정과 동료애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신뢰를 쌓고 유지하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하나의 '태도'로 자리 잡고 있어야 좋다. 태도가 되었다는 것은, 내 몸과 마음이 그것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에너지도 적게 들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쉬워진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태도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태도가 될 때까지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자주 반복해야 할 것이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면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신뢰를 쌓고 유지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면 커리어가 단단해질 것이다.

1.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호흡이 긴 프로젝트일수록 신뢰할 수 없는 참여자는 위협이 된다.

반대로, 신뢰할 수 있는 참여자는 프로젝트에 큰 힘이 되며, 관리자에게는 중요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2. 어떻게 신뢰를 쌓는가.

일관적인 행동을 통해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조직의 목표와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3.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네트워크는 커리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이런 네트워크는 금방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커리어 초기부터 꾸준히 만들어 나가야 한다.

리더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