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있어 필수적인 기술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연인 관계, 동호회 활동 등 사람과 사람이 얽히는 모든 곳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 커뮤니케이션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순히 내용을 주고받는 것이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정보만 교환되는 것이 아니다. 감정도 교환되고, 상대방에 대한 인식도 교환된다. 게다가, 정보도 명시적으로만 전달되지 않고, 암시적으로 숨은 정보가 교환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기도 한다.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이 단지 많이 한다고 능숙해지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이 해봐야 잘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무작정 많이 한다고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만약 양이 절대적인 요소였다면,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하면서 자란 어른들은,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의 고수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생각해야 할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완벽한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를 알면 그만큼 바로 효능을 얻게 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하나씩 확실하게 습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며, 이번 글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먼저 생각해 볼 만한 것을 몇 가지 언급해보고자 한다.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하면 말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글보다는 말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이 더 많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할 때는 말보다 글이 좋다. 말은 한 시간만 지나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글은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서, 회고를 하기 좋고 수정을 해보기도 좋다. 특히, 내용이 길 경우에는 글로 연습해야 온전한 연습이 된다.
글로 연습하면 좋은 점이 또 있다. 바로, 다른 사람에게 검토를 요청하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연설 내용에 대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고 생각해 보자. 그 사람 앞에서 직접 연설을 진행하고 의견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듣는 사람은 자신이 듣고 있는 내용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그만큼 듣는 사람의 노력을 많이 요구하게 되고, 그렇게 해도 결국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 검토하면 내용을 다 기억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면서 의견을 정리할 수 있다.
물론, 글로는 연습이 되지 않는 것도 있다. 말투, 호흡, 표정 등은 말을 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연설에 대한 검토도, 마지막에는 말로 하면서 다시 의견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이 되는 '문장'을 정리하고 연습하는 데 있어서는 말보다 글이 확실히 좋다.
'할많하않'이라는 줄임말이 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를 줄인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점을 짚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좋은 커뮤니케이터는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지 않는다. 현재 상황에서 꼭 필요한 말만 한다. 좋은 말이라도, 지금 필요하지 않다면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주고, 듣는 사람의 피로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꼰대'의 특징 중에 말이 많은 것이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해주려 할 때 말이 길어진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것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결국 '흘려듣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안 해도 될 말을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런 말 때문에 감정이 상하고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들도 있다. 특히, 말하는 사람이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을 때 이런 일이 잘 발생한다. 따라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떤 감정이 나를 채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면, 그럴 때는 말을 절제하려고 의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안 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일단 하지 않고 시간을 갖자. 몇 번을 다시 생각해 보고,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한두 번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말 때문에 곤란해지는 일을 많이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경청'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만으로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도권을 갖고 싶어 한다. 자신이 잘 알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평소에 말이 많지 않은 사람조차도,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열변을 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그런 욕구를 해소할 수가 없다. 그리고, 좋은 청자(듣는 사람)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나에게 귀한 사람이 된다. 생각해 보면 참 쉽지 않은가? 어떤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기만 해도 그 사람에게 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잘 들어주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진지하게 경청하는 일은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대방이 계속 대화의 중심에 있게 하기 위해서, 적절한 반응도 보여주어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많이 참아야 한다. 그래도, 이것만큼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드물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다면 잘 듣는 것을 연습해 두는 것도 꼭 필요할 것이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프러포즈를 할 때 낭만적인 분위기를 찾거나 만드는 것도 그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할 때는 적당한 시간과 공간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목적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면 더 그렇다.
사실, 우리는 어느 정도 이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경험적으로 체득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부부싸움을 한 아빠에게 용돈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무모한 자녀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안마를 하거나, 애교를 부려서 좋은 분위기를 먼저 형성한 다음에 용돈 얘기를 꺼내는 자녀들이 더 많다. 경험적으로 언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목적을 달성하기에 좋은지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에서는 오히려 이것을 잊고 있는 경우가 많이 관찰된다. 직장 생활에 있어서는 개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배제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런 것을 방해하는 것 같다. 일에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이 프로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스스로 감정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직장인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프로가 아니다. 그보다는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프로다. 합리적인 의견 교환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합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는 것이 프로인 것이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이 커뮤니케이션에 편하게 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참 좋은 속담이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속담이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사람의 말을 잘 살펴보면,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사람의 말은 더 설득력 있고, 더 잘 이해된다. 표현의 차이가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낸다.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내용이 좋아도 표현에 따라서는 그것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내용에는 문제가 없는데 표현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좋은 내용을 담기 위한 노력만큼, 좋은 표현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글은 표현을 미리 잘 정리해서 전달할 수 있지만 말은 그것이 쉽지 않다. 말은 짧은 시간 안에 표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표현으로 말을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 표현에 익숙해져야 한다.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말과 글을 보고, 좋은 표현을 찾아내어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자꾸 활용해 봐야 한다. 처음에는 좀 어색할 수 있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점차 말을 '듣기 좋게' 하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도구'인 것은 맞지만, 생각해 보면 커뮤니케이션 하나만 잘해도 엄청나게 많은 기회가 생긴다. 글을 써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고, 강연 쪽으로 커리어를 확장할 수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하나 만으로 좋은 리더로 인정받을 수도 있고, 나를 도와줄 사람들을 만들 수도 있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은 '강력한' 도구다.
따라서, 좋은 커리어를 만들고 싶다면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어떤 역량을 훈련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커뮤니케이션 역량부터 단련하는 것이 좋다. 심지어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아직 불확실한 경우에도,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춰 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어를 몇 가지 할 줄 알게 되는 것보다, 한국말을 잘 써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 훨씬 이로운 일이다.
1. 말보다는 글로 연습하자.
말보다는 글이 검토하고 수정하기 좋다.
다른 사람에게 의견을 구할 때도 글이 좋다.
글로는 연습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좋은 '문장'을 만드는 데는 글이 확실히 좋다.
2.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말자.
좋은 커뮤니케이터는 필요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는다.
좋은 말이라도 많이 하면 오히려 효과가 떨어진다.
안 해도 될 말이 문제를 일으킬 때가 많다.
3. 잘 듣자.
잘 듣는 것만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그 사람에게 귀한 사람이 된다.
잘 듣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4. 분위기 파악을 잘하자.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잘 받는다.
일상생활에서는 분위기를 살피면서도, 직장 생활에서는 소홀한 경우가 있다.
상대방이 편하게 커뮤니케이션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5. 좋은 표현을 익히자.
같은 말이라도 표현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달라진다.
좋은 내용을 담는 노력만큼 좋은 표현을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다.
좋은 표현으로 말하는 것은 평소에 연습해서 익숙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