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새로운 선수를 선발할 때는 여러 가지 숫자들이 동원된다. 그런 숫자들은 특정 선수의 현재 가치를 계산하기에 좋은 근거가 된다. 그런데 회사에서 직원을 새로 선발할 때는 그렇게 정밀한 지표가 거의 없다.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와 간단한 과제를 진행하지만, 그것으로도 알아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이력을 보고 판단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인터뷰와 과제도 이력에 의한 판단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태에서 진행될 때가 많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이력보다 현재의 역량을 보고 판단받고 싶어 할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채용하는 쪽에서도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이력에 의존하여 판단하는 것을 불평하기보다는 좋은 이력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이력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까?
간혹 현재 회사에 불만이 많은데 입사한 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직하는 것이 괜찮을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저연차 직장인 중에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그런 상태에서 회사를 억지로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과 맞지 않는 직장은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첫 직장이라면 오히려 나쁜 영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럴 때는 다닌 기간과 상관없이 이직을 해도 된다. 다만, 자신이 그 회사를 떠난 이유를 나중에 명확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힘들어서, 혹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등의 애매한 이유라면 분명 나쁜 이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유가 분명한 이직이라면 짧은 근무 기간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두 번 정도까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세 번 이상 그런 이력이 있으면, 작은 어려움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 짧은 면접으로 사람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고, 지원자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숨기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면접관의 마음에 '의심'이 생기면 말로 그것을 해소하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짧은 근속 후 이직' 카드가 두 장 정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카드를 지금 쓸지, 아니면 나중을 위해 아껴둘지는 각자가 판단해야 한다. 물론, 운이 너무 나빠서 짧은 이력이 세 번 이상 쌓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도 좋은 이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이력에 존재하는 단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상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IT 쪽에서는 메이저 회사라고 반드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로 스타트업에 비하면 큰 규모의 회사들이 많다. 그리고 큰 규모의 조직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같은 종류의 프로젝트라도, 5명이 하는 것과 50명이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목표도 다르고, 일을 하는 방식도 다르고, 겪게 되는 문제도 다르다. 따라서, 큰 규모의 조직에서 일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갖는 것이 좋다.
물론, 작은 조직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있다. 큰 조직에서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품 같은 역할을 해야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의 범위가 오히려 좁아지는 것이다. 반면, 작은 조직에서는 넓은 범위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고, 전체 프로세스를 살펴보기가 편하다. 다만, 작은 조직에서 일을 할 기회에 비해 큰 조직에서 일할 기회가 더 드물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 큰 조직에서 일해 볼 것을 권하는 편이다.
회사의 네임밸류도 무시할 수 없다. 유명한 회사에는 지원자가 많다. 그만큼 회사는 훌륭한 인재를 가려서 뽑게 된다. 그런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는 것은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좋은 근거가 된다. 그래서, 유명한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으면 이후의 이직이 많이 편해진다.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것은, 스타트업 경력이 길어질수록 메이저 회사에 합류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저연차 때는 좋은 태도만으로도 유명한 회사에 합류할 수 있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진다. 확실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채용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런데, 역량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오히려 스타트업 경력이 길다는 것을 역량 부족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저연차일 때 메이저 회사에 합류하려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좋은 회사에 다니고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좋은 회사, 좋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해서 무조건 능력 있는 인재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회사에서는 경력 기술서에 자신이 했던 업무에 대해 자세히 적도록 하고 있다. 기술서의 내용이 충분하지 않으면 인터뷰에서 자세히 물어보기도 한다.
따라서, 회사를 잘 다니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력서에 'ㅇㅇ게임즈에서 게임 개발 3년'이라고만 적혀있는 것보다 매년 어떤 작업을 했는지 적을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작업들은 이직할 회사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만한 일이어야 한다.
이것은 특히, 한 회사에 오래 다닐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근속을 오래 했다는 것은 필요를 계속 인정받았다는 것이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작업을 별로 해보지 못했거나, 혹은 비슷한 일을 반복하기만 했다면, 연차에 비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을 것으로 의심받기 쉽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실제로도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 그래서 한 회사를 오래 다니게 된다면, 자신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을 적극적으로 맡아보는 것도 좋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수준을 더 높여보는 것도 좋다. 아니면 꾸준히 승진하여 리더로서의 자질이라도 확보하려고 해야 한다.
이력과 이력 사이에 공백이 있을 수 있다. 혹은 학교를 졸업한 시기와 첫 커리어를 시작한 시기 사이에도 공백이 있을 수 있다. 공백이 아주 짧다면 무시할 수 있지만, 몇 개월 이상의 공백 기간이 있으면 면접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공백기간에 무엇을 했는지, 왜 그렇게 긴 공백 기간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날라 온다.
공백 기간에 대해 당당히 얘기할 수 있으면 괜찮다. 반면에, 대답이 분명하지 않으면 크게 감점을 받을 수 있다. 두 가지 면에서 안 좋은데, 첫째로는 그 시기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인상을 주게 되고, 둘째로는 뻔히 예상되는 질문에 답을 못할 정도로 면접 준비가 부실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공백 기간에 대해 당당히 얘기하려면 실제로 그 기간을 잘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공백기를 잘 보낸다는 것이 꼭 공부를 하거나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성장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거나 취미 활동에 매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아니면 특별한 활동 없이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안 하든 확실한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한 행동이면 된다. 아니면 그런 인상을 면접관에게 어필할 수 있으면 된다. 특별한 계획 없이 시간을 보냈다면 어쩔 수 없이 불리한 요소로 남을 수밖에 없다.
취직을 하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아 공백기가 생겼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긴 공백기도 채용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그런 공백기를 의미 있게 보냈고, 그것을 잘 어필할 수 있다면, 불리함을 상쇄하고도 남는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조직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어떤 직장 생활을 했는지 알고 싶은 것이 아니다. 조직에 필요한 역량과 인품을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따라서, 지원자의 역량과 인품을 유추할 수 있는 활동이라면 직장 생활의 이력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취미 활동, 동호회 활동, 사회 활동 등도 충분히 활용할만하다.
요즘은 이력서나 경력 기술서의 형식을 자유롭게 두는 곳이 많다. 만약, 직장 생활의 이력만으로 충분히 채워 넣을 수 있다면, 그 이력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직 직장 생활의 경험이 많지 않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면, 다른 활동으로 나에 대한 설명을 채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쓸 것이 없어서 끼워 넣었다는 인상을 주기보다는, 지원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활동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것이다.
3년 차 프로그래머가 이직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3년 차 프로그래머의 경력이란 게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경력만 적고 마는 것보다는, 프로그래밍 커뮤니티에서의 활동, 프로그래밍 경연 대회 참가 경험,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내용 등을 첨부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러기 위해서 실제로 그 활동들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평생직장은 없다. 언젠가는 이직을 해야 한다. 업종에 따라서는 몇 년마다 계속 이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잘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후에 부랴부랴 이력에 신경 써서는 너무 늦다. 실제로 좋은 이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좋은 이력서를 작성할 수가 없다. 따라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의 이력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의 직장인은 개인 사업자와 같다. 좋은 시절을 만났어도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좋은 시절일수록 다가올 나쁜 시절을 대비해야 한다.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이력 관리는 그런 안전 확보의 밑바탕이 되는 활동이다.
1. 이직이 잦으면 불리한가?
한 두 번의 짧은 근속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짧은 근속이 너무 많으면 성격이나 인간관계 같은 부분을 의심받을 수 있다.
짧은 근속이 세 번 이상 있다면, 자신의 역량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 써야 한다.
2. 메이저 회사 경력이 꼭 필요한가?
큰 규모의 조직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언제나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기회가 있을 때 해보는 것이 좋다.
유명한 회사에 다닌 경력은 이후의 취직에도 도움이 된다.
3. 회사와 프로젝트만으로 충분한가?
어떤 회사를 다녔는지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도 중요하다.
한 회사를 오래 다닌다면, 그 안에서 계속 가치 있는 일을 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4. 공백기가 있으면 불리한가?
단순히 휴식을 취했더라도 계획과 목적이 분명한 것이 좋다.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하는 공백기는 불리한 요소가 된다.
공백기를 현명하게 보냈다면 오히려 유리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5. 직장 생활의 이력만이 중요한가?
면접관이 알고 싶은 것은 지원자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역량과 인품이다.
현재의 역량과 인품을 설명할 수 있다면 어떤 활동이든 도움이 된다.
특히 경력이 짧은 저연차일 때는 직장 생활 외의 활동이 가산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