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에 집중하라는 말이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재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강점'이나 '장점'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숫자에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숫자에 대한 감각이 필요한 일을 하고, 그림에 재능이 있다면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체로 단점 보완에 치중하는 것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재능이 없는 부분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웬만큼의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서는 재능이 없는 부분에서 성장을 이루어내기 어렵다. 따라서, 같은 시간과 노력을 재능이 있는 부분에 투여하는 것이 아마 효율면에서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재능이 없는 부분을 아무 노력도 없이 포기해야 할까? 재능이 있는 부분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수학에 재능이 없는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목표로 하는 명문대에 가려면 수학 점수가 높아야 했다. 그래서, 그 친구는 어지간한 수학 유형을 그냥 외워 버렸다. 그리고 결국 가고 싶은 대학에 갔다. 난센스 퀴즈는 센스가 없는 사람은 풀기 어렵다. 하지만, 정답을 외우다 보면 이미 외운 문제는 물론이고, 그와 비슷한 문제도 어느 정도 풀게 된다.
물론, 수학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 수학을 전공으로 삼는 것은 곤란할 것이다. 난센스 퀴즈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 새로운 유형의 난센스 퀴즈도 잘 푸는 사람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보완할 수 있다. 재능이라는 것은 대체로 '응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응용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재능이 부족한 기술도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지식'처럼 습득해서 말이다.
수학에는 재능이 있지만 강연에는 재능이 없는 사람을 생각해 보자. 만약, 준비도 없이 강연을 해야 한다면, 그다지 좋은 강연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수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만들고 그 내용을 달달 외운다면, 생각보다 괜찮은 강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같은 강연을 여러 번 반복한다면 강연의 품질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강연에 대한 재능은 없지만,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수학'이라는 강연이 이 수학자에게 하나의 지식처럼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연에 재능이 없는 수학자가 재능이 있는 전문 강연자들만큼 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학자가 경쟁해야 하는 대상이 전문 강연자들이 아니라 다른 수학자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강연을 지식화함으로써 수학자들 사이에서는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기회에 닿을 수 있게 된다.
나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재능이 별로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심리학, 경제학 등을 공부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인해 어떤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크게 도움이 된다. 여성 플레이어를 대상으로 한 게임을 만들라고 했을 때, 우리 팀에는 여성을 이해하는 기획자와 디렉터가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여성에 대한 정보를 지식처럼 활용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임에 사용자들은 크게 만족했다.
재능이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더 효율적이기도 하고,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유리하기도 하다. 하지만, 재능이 없는 부분을 아예 접근 불가능한 영역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재능이 없는 영역을 지식처럼 활용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런 지식이 내가 가진 재능의 가치를 더 높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