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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Feb 27. 2023

학습과 성장의 기본 형태

멀리 땅바닥에 버려져 있는 깡통이 하나 보인다. 만나기로 한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이나 때울 겸 작은 돌멩이로 깡통을 맞춰보려고 시도한다. 먼저, 적당한 돌멩이를 어떤 방향, 어떤 각도, 어떤 크기의 힘으로 던져야 할지 생각한다. 그리고 최대한 생각한 대로 던진다. 돌멩이가 깡통에서 오른쪽으로 15cm 정도 떨어진 곳에 낙하한다. 그것을 보고 다음번에는 약간 왼쪽으로 던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단순한 과정에, 학습과 성장의 세 가지 단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어떻게 던져야겠다고 '계획'했고, 던지는 행위를 '실행'했으며, 던진 결과를 '회고'했다. '계획', '실행', '회고', 이 세 가지가 학습과 성장을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영어로는 planning, execution, review로 쓸 수 있을 것이고, 유행에 맞게 PER이라는 약자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나 단순한 구성이고, 모두가 알만한 구성이지만, 이 세 가지를 엄격하게 갖추지 않고 학습 과정을 진행하는 경우가 은근히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엄격하게'라는 표현이 중요한 데, 단지 어떤 단계를 포함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가지 단계 모두 의미 있는 형태로 존재해야 학습이 성장으로 온전히 이어질 수 있다.


'돌멩이를 던져야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의미 있는 계획이 되지 않는다. 돌멩이의 낙하지점을 결정할 요인들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각 요인을 어느 정도로 컨트롤할지 결정해야 한다. 실행에 있어서도 단지 '던졌다'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계획한 것과 최대한 일치하게 던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돌멩이가 깡통에 맞지 않았다'라는 회고는 다음번 계획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생각했던 결과와 실제 결과가 어떻게 차이 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계획을 올바르게 수정할 수 있다.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는데도 깡통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면, 역시 이 세 가지 단계를 하나씩 재검토해보면 된다. 회고를 잘못해서 이전의 시도로부터 얻은 정보를 잘못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애초의 계획과는 오차가 너무 큰 형태로 실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계획에 빠진 것이 있거나 오류가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셋 중 하나에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셋 중 어디에도 원인이 없다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성공의 방정식은 복잡하지만, 성장의 방정식은 단순하다. 단순한 방정식을 올바르게 반복하면, 성장은 반드시 이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성장을 통해, 복잡한 성공의 방정식을 풀어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낯선 길을 갈 때는, 번거롭더라도 지도를 확인하면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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