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아서 빨리 승진도 하고 싶고, 높은 연봉도 받고 싶을 것이다. 혹은 더 많은 권한을 획득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소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이 상사의 평가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동료들로부터의 '평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만 해도 12년, 거기에 대학교까지 더하면 약 15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평가받는 환경에서 살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의 평가는 대체로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시스템, 혹은 조직의 관리자로부터 받는 평가다. 그래서, 이런 명시적인 평가를 잘 받으려고 노력하는 데 익숙하다. 반면, 같은 눈높이에 있는 학생들로부터의 평판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두게 된다. 그것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과 크게 상관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조금 다르다. 직장 생활에서는 A, B, C, D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평판'이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
승진이든, 연봉 상승이든, 일정한 비율로 꾸준히 올라가기보다는 중간에 한 번씩 어떤 계기를 통해 뛰어오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계기는 이직일 수도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는 경우일 수도 있다. 결국, 좋은 기회를 자주 얻어야 그만큼 원하는 것을 얻기 쉬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평판은 이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 준다.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40명 규모의 게임 제작팀을 생각해 보자. 그 안에 나의 상사에 해당하는 사람은 두세 명 있을 것이다. 다른 파트의 리더까지 합쳐도 10명 정도다. 나머지 30명 정도는 나와 같은 직급의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30명의 사람들이 계속 같은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 한 마디로, 업계의 여러 회사들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에 대한 평판도 업계에 퍼지게 된다. 상사들도 이직을 한다. 하지만, 동료에 비해 그 수가 적고, 아마 이직도 적을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 흘러 다니는 나에 대한 평판은 상사보다는 동료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더 높다.
물론, 전(前) 동료들이 뜬금없이 내 얘기를 하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조직에서 사람이 필요할 때면 과거에 일했던 사람들 중에서 괜찮은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되고, 추천하게 된다. 그리고, 채용을 진행해 본 사람들은 '아는 사람', '같이 일해 본 사람'만큼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같이 일했던 사람의 추천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에서는 구성원의 '인재 추천'에 별도의 보상을 걸어 놓고 있기도 하다.
쇼핑을 할 때는 이미 구매한 사람들의 리뷰를 확인한다. 음식을 배달시키거나, 영화를 선택할 때도 사람들은 이미 경험한 사람의 리뷰를 많이 참고한다. 동료 평판은 바로 이 '리뷰'에 해당한다. 나를 경험해 본 사람이 나에 대해 남기는 공개적인 리뷰인 것이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이 친절하고, 성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약속 시간에 잘 늦는 단점이 있다. 매번 10분에서 15분 정도 늦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다른 부분이 좋기 때문에 그 정도는 적당히 넘어가 줄 수 있다. 반면, 나쁜 평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친절하지도 않고, 성실하지도 않다. 이 사람도 약속 시간에 잘 늦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매번 늦는다며 뭐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 개념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어 버리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잘 못하는 것도 있고, 잘 모르는 것도 있다. 그리고, 누구나 종종 실수를 한다. 그런데, 평소의 평판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다른 사람의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수를 해도 그것이 커리어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지도 않는다.
사람에게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기억을 일관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평소에 좋게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좋은 일 위주로 기억하게 된다. 반면, 평소에 나쁘게 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나쁜 일 위주로 기억한다. 따라서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을수록 나의 실수와 약점은 가려지고, 나의 업적과 강점이 드러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것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내가 가진 시간의 40%~50%를 직장에서 보내게 된다. 그래서, 직장 생활이 행복하지 않으면 삶이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그리고 행복과 불행의 많은 부분은 바로 '관계'에서 비롯된다.
직장 생활의 힘든 점이 여러 가지 있지만, 가장 흔하게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바로 '관계'일 것이다. 직장 안에서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 가끔 보도되는 안타까운 뉴스에서도 '관계'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직장에서 좋은 동료를 만나는 것을 최고의 행운으로 여기기도 하고, 심지어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을 마다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평판이 좋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좋은 평판에는 좋은 관계를 만들어 주는 힘이 있다. 좋은 관계는 호의적인 행동을 불러오고, 호의적인 행동이 반복되면 직장 생활에 즐거움이 더해진다.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 고난과 좌절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상사의 눈을 속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상사는 속일 수 있어도 동료는 속일 수 없다. 항상 주변에 있고, 그것도 여러 명 있으며, 그 사람이 하는 일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동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기는 어렵다. 많은 회사가 동료 평가나 레퍼런스 체크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평판이라는 것은 결국 '저 사람은 좋은 동료다'라는 인식이다. 그러므로,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동료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좋은 동료가 되고자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은 동료로 인식할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 나를 좋은 동료라고 이야기해 줄 것이다. 그것이 좋은 평판이 되고, 커리어를 지탱하는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1. 좋은 평판은 기회를 만들어 준다
나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업계의 다른 회사들로 이직한다.
사람들은 팀에 새로운 구성원이 필요할 때, 같이 일했던 사람을 먼저 떠올린다.
같이 일했던 살마들의 평판이야말로 믿을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된다.
2. 좋은 평판은 실수와 약점을 가려준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실수와 약점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평판이 나쁘면 작은 실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좋은 평판은 사람들이 나의 좋은 점만 기억하게 만들어 준다.
3. 좋은 평판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 준다
직장 생활의 행복은 삶의 행복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직장 생활의 행복은 '관계'에 크게 좌우된다.
좋은 평판은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