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에서 가끔 각 나라의 '수도 맞추기' 퀴즈를 한다. 제작진이 문제를 내고 출연자가 맞추는데, 거기에 종종 나오는 문제가 바로 '싱가포르의 수도는?'이다. 싱가포르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문제를 틀리는 게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가 하나의 도시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아래쪽에 위치한 도시이자 국가다. 20세기 중반에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했고, 국민의 대부분은 중국계 사람들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일찍 번영을 이룩해서, 홍콩과 많이 비교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 싱가포르를 2016년에 가족 여행으로 방문했다. 우리 가족으로서는 지금까지도 가장 멀리 간 여행이었다.
싱가포르에 대한 인상은 한 마디로 '꽉 짜인' 도시였다. 서울이나 부산 정도 크기의 도시에, 여러 관광코스들이 계획적으로 구성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하나의 테마 파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테마 파크의 느낌을 받은 도시가 세 개 있는데,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아, 그리고 싱가포르다.
싱가포르에서 강변을 따라 걸었던 느낌이 좋았다. 강변을 따라 풍경도 잘 조성되어 있고, 맛있는 식당들도 있다. 게다가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언도 있어서, 싱가포르에 가면 강변 산책을 한 번씩은 하게 되는 것 같다. 강변 풍경이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그 강의 이름은 알지 못해 검색해 봤는데, '싱가포르 강'이라고 나온다. 나라 이름도 싱가포르, 수도 이름도 싱가포르, 강 이름도 싱가포르다.
머라이언은 'mermaid(인어)'와 'lion(사자)'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머리는 사자이고 몸은 물고기다. 전설이나 신화에는 합성 동물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참 독특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자 머리와 물고기 몸을 조합하여 상상하면 기괴할 것 같지만, 막상 머라이언 상을 보면 꽤 귀엽다.
강변을 따라 걷다 보면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보인다. 건물 세 개 위에 배를 얹어 놓은 듯한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풍경의 좋은 일부가 된다. 우리는 자유 여행으로 갔지만, 패키지여행 일정을 참고하여 다녔는데, 패키지 상품들이 거의 다 숙소를 두 군데로 잡고 있었다. 그 두 군데 중 하나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었으며, 보통 마지막 1박을 이 호텔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동일하게 숙소를 잡았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 묵는 이유는 바로 옥상에 있는 수영장 때문이다. 숙박 가격이 꽤 비싸서 오래 묵지는 못해도, 수영장 때문에 다들 1박씩은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직접 체험해 본 수영장은 싱가포르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었다. 우리는 늦은 오후에 입장해서 노을이 지는 것까지 수영장에서 봤는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한번 더 가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
싱가포르에는 볼 만한 것이 많았다. 대관람차도 재밌었고, 큰 규모의 식물원도 구경하기 좋았다. 센토사 섬의 해변도 볼 만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괜찮았다. 여러 가지 다양한 구경거리가 도시 안에 잘 조성되어 있어, '잘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났던 것 같다. 오래된 유적이나 빼어난 자연경관을 보유하지 않은 도시가 어떻게 하면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답안 같았다.
여러 관광지가 다 좋았지만, 우리 가족이 특별히 좋은 느낌을 받았던 곳은 '클락 키'였다. 강을 따라 카페, 식당, 술집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저녁 시간의 여유로우면서도 활기찬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는 풍경도 좋았고, 다리에서 들었던 기타 연주도 좋았다. 마치 누군가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것 같은 곳이었다.
여행을 갔던 도시 중에는 다시 여행을 가고 싶은 도시가 있는 반면, '그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도시도 있다. 싱가포르가 내게는 그런 도시였다. 싱가포르에서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지는 곳이었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싱가포르 한 달 살기'를 해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