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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한하늘 May 26. 2023

색으로 기억되는 도시, 방콕

여행을 많이 다녀도 동남아시아 지역은 거의 가지 않고 있었다. 싫어하는 건 아니었고, 관심이 별로 없었다. 세계에 대한 관심을 주로 역사를 통해서 키웠는데, 동남아시아의 역사가 나에게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에 그 지역에 대한 관심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동남아시아 지역을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16년 당시에 내 생각으로는 대표적인 여행지였던 방콕을 방문하게 되었다.


<방콕의 건축물에는 무언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다.>


방콕을 방문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은 태국의 전통 건축물이었다. 2014년쯤에 중국의 심천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세계의 창'이라는 미니어처 파크를 돌아보면서 동남아시아의 건축물들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2016년에 방콕을 방문하면서, 첫 번째 여행지로 유명한 사원을 가보게 되었다.


<고유한 특색이 있으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형태도 있어 보인다.>


방콕의 유명한 사원으로는 왓 프라깨우, 왓 포, 왓 아룬이 있다. 셋 다 가보려고 했는데, 왓 아룬이 공사 중이어서 왓 프라깨우와 왓 포만 구경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에게 '방콕'하면 '사원'으로 기억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은 방문이었다. 사전에 공부를 별로 안 하고 가서 건축물 하나하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 외양만으로도 나에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색채가 주는 강렬함이 있다.>


특히 모양보다 색이 주는 인상이 강렬했다. 모양도 태국만의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색이야말로 다른 데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주로 빨강, 파랑, 노랑, 하양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색이었지만 '색이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건축물을 통해 받은 것은 그때가 유일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쨍쨍했던 날씨와 유독 파랗게 느껴지던 하늘이 건축물의 색을 더 도드라지게 해 주었던 것 아닌가 싶다.


<크지는 않지만, 중고 피규어를 거래하는 시장이 있어 반가웠다.>


사원 다음으로 재미있었고, 시간도 많이 투자했던 것이 시장 구경이었다. 해외에 있는 도시를 가면 시장 구경을 많이 하는데, 방콕의 시장 구경이 가장 흥미로웠다. 방콕에는 시장이 많이 있는데, 내가 갔던 곳은 짜뚜짝 시장, 아시안티크, 어느 야시장, 그리고 개인적으로 어딜 가나 찾아다니는 피겨 거래 상점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짜뚜짝 시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비슷하면서 다른 것이 시장 구경의 재밌는 점이다.>


짜뚜짝 시장은 방콕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다. 크다는 것을 미리 알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상상 이상으로 컸다. 한참을 구경하고 '이제 다 구경했나' 싶었는데, 시장 중간에 있는 시계탑을 발견하고 아직 절반밖에 구경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시장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구경할 거리가 많았다. 시장에서 현지 음식으로 점심도 먹고, 입에 맞지 않는 간식도 먹어 보고, 원래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흥정'이란 것도 해봤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짜뚜짝 시장에서 보냈던 것 같다.


<두리안 초콜릿을 먹어본 이후로 두리안으로 만든 건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시장 구경하면서 아쉬웠던 기억이 하나 있다. 저녁 시간에 아시안티크를 방문했을 때인데, 무에타이 시합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미리 알았으면 시간 맞춰 가서 봤을 텐데 이미 시작한 뒤였던 것 같다. 권투나 이종 격투기 같은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어쩐 일인지 무에타이 시합은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와 강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는 더운 지역이어서 보통 겨울에 많이 방문하는데, 나는 6월에 방문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더웠던 기억이 난다. 원래 더위를 잘 이겨내는 편이어서 중국의 심천에서도 6월에 5시간씩 걸어 다니곤 했는데, 방콕에서는 햇볕에 한 시간도 서있기 힘들었다. 내 기억에는 더위에 항복했던 유일한 여행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하루에 한두 시간씩 내리는 스콜이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더웠던 방콕에서도 강변은 시원했던 것 같다.


<시장에서 먹었던 음식과 동태찌개. 외국에서 외국사람이 만든 동태찌개를 먹게 될 줄이야.>


방콕에서 동태찌개를 먹었다. 한국인 요리사에게 직접 지도를 받은 태국인 요리사가 만든 동태찌개였다. 한국에서 먹는 동태찌개와 완전히 동일한 맛이었다. 가격은 7,0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외국에서 동태찌개 정도의 음식을 먹으려면 20,000원 정도를 각오해야 하는데, 방콕에서는 당시 한국에서와 거의 같은 가격으로 먹을 수 있었다. 그만큼 방콕의 물가가 쌌다. 지금은 방콕도 물가가 올랐다는 것 같은데, 그래도 유럽보다는 낮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이를 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파리에서 글을 쓰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생활비를 생각하면 방콕이 오래 지내기에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좀 더 알고 싶은 도시>


언젠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글을 쓰는 데 시간을 많이 쓸 수 있게 되면, 몇몇 도시는 오래 지내면서 자세히 보았으면 한다. 아마 그 도시 중에 하나는 분명 방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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